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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광섭의 출가기 - 3 <마지막>
  • 체력과 정신력을 바닥까지 길어 올려 가진 에너지를 다 탕진하고야 해낼 수 있었던 일주문에서 법당까지 삼보일배와 연이은 적멸보궁 참배. 그것은 숨 막히는 고행 뒤에 맛볼 수 있는요 고멸의고의 고행의 참뜻을 깨우치는 자긍 의 의식이기도 했다.

    물안개 피는 오대천 계류를 끼고 천년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송백의 향기에 취하는 매일 아침 공양 후 행선의 즐거움. 천공에 억조성신이 지켜 있고 새들도 잠 깨기 전의 새벽, 쇄락한 오대천 물 소리를 아득히 벗하여 묵언정좌로 삼매에 드는 법륜전의 좌선

    비오는 법륜전, 낙수물 소리 곁들여 법당 용마루 너머 박무청림의 앞산을 바라보며 드는 차 한 잔에서 배우는 지족폭음 폭식과 귀중한 음식을 쓰레기로 버리는 세속의 식사문화를 반성하고 먹는다는 고마움을 일깨우며, 뭇 귀신중에게도 생반을 나누는 정갈하고 엄숙한 발우공양 식당작법의 미학

    동대 관음암, 서대 염불암, 남대 지장암을 찾아가 각각 단아, 고졸, 아늑한 암자마다 독특한 경개에 접하여 적은 불국토의 현현을 대하는 희열 관음암의 가을 양광에 피 뱉듯 붉은 달리아와 청초하게 한들거리던 코스모스, 염불암의 쓸어질 듯 서있는 너와지붕 앞 소박한 채마밭, 지장암 뒤에 감추어 둔 아늑한 숲속 “비단길”. 이들은 그냥 그대로가 선이며 선이었다.

    산으로 둘러 싸인 동그란 하늘에 하얀 비행운을 가로 긋고 지나가며 절마당의 정적을 흔들어 놓는 비행기의 폭음에 잠시 잠간 세속에 두고 온 궁금한 인연을 떠올려 보는 고적. 일자일배의 사경을 통하여 반야심경의 묘의를 되새기며 심안에 그리던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묘연한 세계 절집 식구들이 백인 백색 저마다 온갖 모양으로 빚은 송편을 모아 조상께 단체 차례를 올린 추석날.

    장령산 서대 에 올라 한수의 원천인 우통수에 목을 적시고 무소유의 극치로 첫 손에 꼽힌다는 쓸어질 듯 서있는 너와집 염불암 . 앞에서 가물가물 오대 영산 의 하계를 조망하며 주지스님의 법문을 듣고 돌아와, 법륜전이 떠나갈 듯 박장대소   환희작약p 하던 달밤의 윷놀이 잔치
    이추석날 절 마당에서 전나무 사이로 보는 보람달의 얼굴은 그대로 불심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제1회 불교문화대축전의 축연으로 한 달간의 행자생활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었던 행운.
    산사 속으로 대중을 끌어 들여 벌인 성속일여qE의 한 마당 큰 잔치에 우리 행자들도 참여하여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은 더 없는 불은. V이며 축복이었다.

    불교 공부와 수행에 더하여 이런 절집 생활의 청복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베풀어 주시고 한 달간 지도해 주신 월정사와 스님들에 대한 무량한 감사를 어찌 언설로 다할 수 있으랴.
    오랜 풍상과 수행을 거쳐온 스님들의 언행과 거동에서 풍기는 범접할 수 없이 먼 듯 하면서도 가깝고 따스한 “사람” 냄새에서 우리는 산 부처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많은 스님들 중에서도 “부처님의 생애” 강의와 여행자 찰중을 맡아서 매일 가깝게 대할 수 있엇던 해만스님과의 조우 는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불혹의 나이에 소녀 같이 해맑은 얼굴로 처음 해보는 강의의 떨리는 수줍음을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굴려 넘기고 자신의 출가기를 진솔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소탈한 성품에 학생들은 부처님 생애 보다도 그녀의 생애에 더 흥미 있어 했다.
    축제 준비로 절 문 밖까지 거리에 연등을 달러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그녀와 나란히 걷게 되었을 때, “스님, 사가 에는 더러 가시나요”하고 물었더니 “그냥 마음 속에만 두고 살지요”하는 대답이 돌아오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아마 같은 또래의 딸을 둔 애비로서 출가한 스님 딸을 가슴에 묻고 살 그녀의 부모 생각에 그랬던가보다.

    스님이 자신의 비진도 토굴생활을 담은 “꽃담”이란 책을 낸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이 모두 그 책을 한 권씩 갖게 해 달라고 졸랐었다.
    그런데 졸업하기 며칠 전 스님이 내게 다가와 “제게 책이 딱 두권 있는데 명선 행자님께는 꼭 한권 드리고 싶습니다. 남들이 모르게 행자님 사물함에 가져다 넣겠으니 절대로 비밀로 해 주셔야 해요” 하시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해서 나는 스님의 너무도 귀중한 선물을 받아 가지게 되었는데, 사물함에서 그 책을 발견하는 순간 오조 홍인 이 일자무식인 혜능의 방앗간에 찾아 와 방아를 지팡이로 세 번 내리쳐 삼경 밀회를 약속하고 발우와 가사를 몰래 넘겨 주어 선종의 법을 전하는 육조 단경의 epiode가 언뜻 연상돼 자못 숙연 하였다.
    선종의 법통과 책 한 권의 무게를 같다고 할 수야 없겠지만 전하고 수수하는 마음 자리야 어찌 다르며 그 경중을 따질 수 있으리오.

    스님께선 우리들 졸업식이 끝나면 소임을 벗어 놓고 더욱 공부에 정진하기 위해 곧 지장암을 떠나실 결심이라는데, 가시는 곳을 묻자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겠지요”하는 말로 대답을 대신한다.
    성불은 무엇이고 득도란 무엇인가 심봉사 눈 뜨듯 벼락 같이 올 돈오의 순간을 바라보고 가는 그 어려운 고행길 대신 그냥 불교를 좋아하고 그 가르침을 사랑하고 따르며 사는 것만으로는 안되나
    달 없는 밤 학감 주봉스님의 인도로 암중포행을 나갔을 때 더듬거리는 밤길에 은하수 가로 걸린 하늘의 성좌를 올려 보며 했던 이런 하염 없는 생각을 떠올리며, 스님 가시는 길에 늘 불은. 충만하길 빌며 합장배례 하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한 편 이 한 달을 같이 살며 많은 행자 도반들로부터 속세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어르신”으로 받들려 너무도 분에 넘치는 베품과 공대i를 받은 인연도 두고 두고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들이 지킨 소자위제의 도리를 나는 언제나 대자위형의 품도로 되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일이 거명할 수도 없지만 특히 고마웠던 다음 몇 도반들로부터 받은 친절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다.

    첫 적멸보궁 참배 길에 숨이 턱에 닿아 흐르는 땀을 주체하지 못하고 옷소매로 훔치고 있는 내게 선듯 자기 손수건을 내어주고 가던 여정 행자. 그녀의 무언의 격려가 없었던들 나는 그냥 그 자리에 주저 앉았을지도 모른다.

    밤이면 내 육신의 뭉친 근육을 따듯한 안마의 손길로 풀어 주어 단잠을 잘 수 있게 해주던 우성
    행자. 그는 출가를 망설여 오다가 드디어 마음을 굳혔다고 했는데 아무쪼록 멀고 어려운 길에 굳건히 정진하여 고승대덕 되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공양을 마치고 식당을 나오다 생각지 못한 귀한 커피 한 잔을 내밀며 합장하는 감로甘 행자와 마주쳐 그 커피보다 더 진한 인정의 향미에 고마웠던 일. 여 행자 중 최 고령인 그녀도 첫 적멸보궁 참배 길에 탈진한채 뒤처져 나와 나란히 꼴찌로 보궁에 닿았고 그게 안스러워 보여 마주칠 때마다 힘 내라는 인사를 나누는 빌미가 되었었다.

    한 달 동안 정통 해우소 청소의 소임을 자청하여 열심히 하심을 배우려 노력은 했어도 나의 신심은 이제 겨우 싹을 틔운 첫 걸음마에 지나지 못한다. 이제 속가에 돌아가면 불교 공부를 좀더 본격적으로 하면서 제악막작 중선봉행의 삶을 지향하며 지키고 살고자 한다.

    이 한 달간의 짧고도 긴 출가를 마치며 나는 “밝게 깨우치라”는 명선;이란 법명과 함께 내 자식들에게 줄 유언의 마지막 장의 초안도 얻어 가지고 간다. 이는 매일 예불 때마다 무상게 독송을 통하여 체득한 생사관이며 내 한 줌 머리카락을 의탁한 삭발기념탑에 거는 큰 의미의 소산이기도 하다.

    “내 죽으면 육신의 무덤 만들지 말라. 잠시 잠간의 사대가합에 불외D 한 이 육신일랑 불에 태워 본래의 자리로 환원시킴이 옳다. 차생에 왔다 간 내 흔적은 월정사 일주문 뒤 전나무 숲속의 삭발기념탑에 도반들과 함께 묻은 한 줌 백 발로 족하니라. 너희들과의 생친W의 인연일랑 너희들의 육근 육경 이 다할 때까지만 기억속에 간직되기를 바랄 뿐이다.”

    내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 잡은 오대 월정
    의 청정한 승가 선풍 이 세속의 혼탁을 정화하는데 하나의 작은 밀알이 되기를 다짐하며 나를 데리러 새벽 길을 달려 온 가족들을 따라 총총히 산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