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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Home 방송내용 출가 노트 사진 속 출가
  • 송광섭의 출가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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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양은 법륜전에서 주지스님 이하 모든 스님들을 모시고 하는 아침 발우공양, 학생들과 찰중 스님들만의 점심 법공양, 저녁 발우공양을 원칙으로 하고 사정이 있을 때에 한해 식당에서 상공양(床供養)으로 하였다.

    절집 살림의 필요에 따른 단체 운력과 수요일 오후의 산행 후 절 밖 단체 목욕 나들이 등이 삽입되어 합리적으로 짜여진 쥐었다 폈다 하는 프로그램대로 일과가 진해되어 갔다.


    원래 나의 불교에의 경도(傾倒)는 믿음(信仰, faith)에서 연유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열반적정(涅槃寂靜)의 삼법인(三法印)으로 대표되는 불교의 우주관 (cosmology)과 불교의 인생관인 고집멸도(苦集滅道)의 사성체(四聖諦), 그리고 일체제법(一切諸法)의 실상을 꿰뚫는 십이연기(十二緣起)등이 머리 무거운 유신론(有神論)이나 원죄(原罪)와 창조론(創造論) 같은 것에 쉽게 수긍할 수 없던 나에게 더 자연스럽게 맞는 것으로 받아 들여졌고 현대 과학이 추구하는 우주론과 세계관(reality)과도 잘 들어맞고 있다는 생각(feeling)에 기인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종교란 신앙이 전제되어있고 신앙은 차가운 머리보다는 뜨거운 가슴(마음)에서 싹트고 자라는 지극히 비전적(秘傳的) 인식영역(認識領域)이라 볼 때 나는 아직 그 문전에 발도 들여놓아 보지 못한 형편이다.

    그래서 이번 출가의 과정이 진행되어 갈수록 불교의 교학적(敎學的) 알음알이 보다는 의식(儀式)이나 제체(祭體) 쪽에 무게를 두고 심현(心絃)의 감흥(感興)을 통한 신심의 공명(共鳴), 공진(共振)같은 것을 모색(摸索)해 보고 싶었다.
    중생의 무명(無名)을 깨우는 범종(梵鐘)과 법고(法鼓)의 여운이 새벽의 어둠을 가르고 천지(天地)에 울려 퍼질 때, 촛불 올리고 향 사르며 청아(淸雅)한 목청을 돋우어 ??지심귀명체(至心歸命體)--?? 예불문을 합창할 때, 천상의 음악처럼 낭낭한 스님의 염불(念佛)과 맑은 목탁의 울림이 법당 안에 어우러질 때, 오체투지(五體投地)하고 양손을 받들어 부처님께 절을 올리면 내 존재의 안과 밖이 경계를 허물로 한데 어울려 합일(合一) 무화(無化)하면서 그 자리를 고요한 충만감이 엄습하는 것 같은 순간들을 체험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도 단속적(斷續的)인 짧은 순간의 단편들이었다.

    그리고, 내려놓고, 비우고, 밑으로 내려가, 자기를 낮추는 하심(下心)과 묵언(?言)을 통한 마음의 고요와 맑음(淸淨)을 얻고자 노력했다.
    공통분모(共通分母)가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잡다 다양한 근기(根器)의 행자들 집단이 엄격한 타율(他律)속에서 이기(利己)와 이타(利他)가 상충(相衝)하며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하는 대중생활(大衆生活)은 여태까지 몸에 배인 세속의 습(習)을 누르고 생활을 통한 계율(戒律)실천을 시험하고 몸에 익힐 좋은 장(場)이었다.

    한편, 이렇게 자기를 조이고 닦달하는 계(戒)니 신심(信心)이니 하는 추구(追究)를 제쳐 두고라도 절집 속 삶의 청정한 멋과 맛에 눈을 뜨면서 절 문 밖의 일을 접어둔 채 그 안에서만 누릴 수 있는 청복(淸福)에 헝그러워지는 마음은 철철 흘러 넘치는 수곽(水廓)의 청수(淸水)처럼 고요한 평안(平安)으로 점점 채워져 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어느 새 한 달이 지나고 그 동안 시절이 바뀌어 밤마다 하얗게 서리가 내려 아침 포행(布行)길에 손이 시리고 개울물 소리에도 한기(寒氣)가 묻어나며 만산홍엽(滿山紅葉)이 바야흐로 가을산을 물들일 때 우리는 졸업을 하고 이 성지(城地)를 떠나게 되었다. 그 동안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으로 배우고 느끼고 누렸던 단편들을 낙수(落穗)를 줍듯 더듬어 보는 감회가 무량하다.

    맑은 하늘조차 영롱한 비를 뿌려 축복해 준 장엄한 삭발수계(削髮受戒)의 의식을 마치고 저마다 세속에 물든 한줌 두발(頭髮)들을 깎아 들고 가 묻은 삭발기념탑. 그 탑 후면에는 부처님 출가 삭발 게송(偈頌)과 우리들의 출가 삭발의 결의를 기리는 가슴 뭉클한 비명(碑銘)이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다.

    보전(寶殿)에 주인공이 꿈만 꾸더니
    무명초(無名草) 몇 해를 무성했던고
    금강보검(金剛寶劍) 번쩍 깎아 버리니
    무한광명(無限光明)이 대천세계(大千世界) 비추네


    출가 그리고 삭발. 여기 자기 성찰을 통한 인격체 형성과 삶의 긍정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출가한 이들의 삭발을 기념하며 무명초(無名草)를 묻는다. 사파(裟婆)의 여정에 가끔 이 곳 을 들러 일주문 밖 어디 쯤인가에서 서성이고 있을 초발심 때의 그 간절했던 마음을 추슬 러 삶을 좀 더 치열하게 살 수 있는 지남(指南)이 되고자 이 탑을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