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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기

인생의 시계 바늘이 남들보다 8배 빠르게 흘러, 다 자라기도 전에 늙어버리고
끝내 생의 마지막을 일찍 맞이하게 되는 조로증 환자, 원기!
이 작은 아이와 가족이 만들어가는 행복에 관한 오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연출 : 조성현, 글 구성 : 윤은영

기획의도

▶ 죽음이 익숙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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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머리를 감추려 늘 모자를 쓰고 다니는 작은 아이,
부러질 듯한 가는 팔과 다리로 더디게 걸으며
거친 피부와 뻣뻣한 관절 때문에 스트레칭도 쉽지 않은 아이. 
바로 국내 유일의 조로증 환아, 홍원기군이다.  
소아 조로증 (Progeria)은 유전자변이로 인해 노화가 일찍 찾아오는 병으로
이들의 인생 시계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
평균 10대 중반에 죽음을 맞이하는 불치병이다.

교실 속에서 이 작은 아이는 오히려 더 눈에 띈다.
덩치 큰 친구들 사이에 콕 박힌 듯 앉은 원기는 친구들과 달리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
어려보이기만 한 원기가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은 바로 ‘목숨’,
수업 시간에 원기는 ‘연필심이 부러져 연필이 죽는 모습’을 상상하고 체육시간엔 이리저리 날라 오는 공이 무섭다.
공을 맞으면 죽어야 하고, 친구들이 뛰노는 선 바깥으로 밀려나 서 있어야만하기 때문이다.

 

“목숨이 중요하니까요. 저는 제 목숨이 소중해요”
 - 원기 -


▶ 작은 기적을 만드는 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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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만분의 1의 확률로 생겨난다는 희귀병, 소아 조로증. 부모는 원기가 5살 되던 해에 그 병을 알았다. 속수무책이었던 부모는 자책과 원망으로 나날을 눈물로 보내야 했다. 하지만 희망마저 버릴 순 없었다. 부모는 아이의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헤맸고 2014년에는 미국 보스턴의 조로증 재단까지 달려가 치료약의 임상실험에 참여했다. 그러나 부푼 희망도 잠시 원기는 신약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고 부모는 결국 투약을 포기했다.

 

“부모 선택으로 먹여서 원기한테 더 생기지도 않을 병이나
이런 게 생길까봐 저희 욕심일까봐... 마음이 무거웠어요.”
- 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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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힘들게 하는 부모의 욕심은 버리기로 했지만 원기를 위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날 수 있다는 희망에 한걸음에 달려가 피부 재생을 돕는 약을 구해오고, 수소문 끝에 알게 된 세포치료를 위해 아빠는 기꺼이 자신의 세포를 내어주었다. 부모의 헌신과 노력덕분일까? 원기의 몸에는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피어오르고, 관절도 부드러워지며 피부도 밝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기가 고대했던 키가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다.

 

“어쨌든 조금이라도 크면 우리에게 희망이니까
 이런 걸로 해가지고 우리 원기 이런 거 손가락 손바닥 손등
이런 것도 좋아졌으면 좋겠다. 그지? ”        
- 아빠 -


▶ 신체발달은 하위 2%, 몸이 아닌 마음이 성장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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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조로증에 걸린 원기는 건강한 보통의 아이들에게 당연한 것들을 가질 수 없다. 원기의 키는 104cm, 몸무게 14kg, 신체 발달지수는 단 2%에 불과하다. 병 때문에 생긴 차이는 때때로 세상 속에서 장애가 되곤 한다.

머리카락이 없어도 충분히 귀엽다는 엄마의 칭찬에 우쭐한 척 하고 탈 수 없는 놀이기구 앞에서 초연한 척도 해보지만 사실 원기는 머리카락이 없는 것도 부끄럽고,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타지 못할 땐 얼굴 가득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그랬던 원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원기는 작년보다 키가 3cm 더 자랐고, 더 이상 모자로 머리를 가리고 다니지도 않는다. 원기는 모르는 사이 조금씩 단단해지고 소리 없이 성장해간다. 

 

“난 대머리여도 돼. 생각해보니까 그렇더라.
그러면 될 것을 너무 머리카락에 욕심냈어. 홀가분해 ”
     - 원기 -

 

생각이 바뀌니 원기 마음에도 봄바람이 불었다. 거울 앞에서 서성대는 원기의 시간이 눈에 띄게 길어졌다. 학교에 입고 갈 옷을 직접 고르고 옷차림과 외모에 한껏 신경을 쓴다. 바로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생겼기 때문! 예쁘기 보다는 마음이 착하고 배려심이 깊어서 좋다고 말하는 원기, 화이트 데이를 앞두고 엄마의 질투도 나 몰라라 좋아하는 여자 친구에게 줄 사탕까지 직접 준비하는데... 콩닥 콩닥 원기의 고백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 다시 찾아온 봄, 새롭게 피어나는 희망 그리고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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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의 병을 알고 난 후 6번째 맞이하는 봄! 원기의 10번째 생일날이 됐다. 엄마와 아빠는 꼭두새벽부터 생일상을 준비하고 원기를 위한 깜짝 선물도 잊지 않는다. 평균 수명이 10대 중반 남짓인 조로증 환자들에게 한 해를 넘긴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 그렇기에 원기의 생일은 가족들에게 그 어떤 날보다 특별하다.

 

“ 제가 음식 준비하고 원기와 수혜가 걸걸대는 웃음으로 웃으면서
자기네들끼리 놀 때 되게 기분 좋아요.
중간 중간 아빠가 잔소리 한방씩 날려주고...”
- 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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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희망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아픈 아이를 둔 부모는 문득 문득 두렵고 무서운 이별의 순간을 상상한다. 하지만 부모를 보며 웃는 아이의 모습에 용기를 얻고 함께 있어주는 아이의 존재만으로 하루하루 희망을 품는다. 그리고 가족은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예정된 시간을 두려워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 우리 곁에 있는 아이를 보며 남들보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 그 곱절의 행복을 새기자고... 과연 원기 가족은 무사히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희망의 봄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


“원기야. 나중에 어른 되면 무슨 일 하는 사람 되고 싶어?”
“그냥 우리 가족들, 우리 가족들 오래오래 살게 하는 약 만드는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