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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기

한국 남자, 태국 여자의 운명 같은 만남, 그리고 희귀백혈병 수현이 수현이를 위한 마지막 선택

기획: 홍상운 | 연출: 이모현 | 글.구성: 고혜림

기획의도


■ 기획의도

카지노딜러로 건실하게 살아가던 한국 남자 김선욱 씨. 전도유망한 태국 여대생 판 자 타몬 씨. 어느 봄날, 경복궁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은 사랑이 되었고 이내 태어난 귀여운 아들, 수현이와 함께 행복한 가족을 꾸리게 되었다.

그러다 닥친 갑작스러운 불행. 겨우 4살인 수현이에게 희귀백혈병 진단이 내려졌다. 건강해질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은 새로운 조혈모세포를 이식받는 일뿐. 그러나 한국과 태국 유전자가 섞여 특이한 유전자를 지닌 수현이에게 맞는 조혈모세포를 찾는 일은 녹록치 않다. 국내는 물론 국외까지 조혈모세포 기증등록자 2천3백만 명을 샅샅이 뒤졌지만 거듭 돌아오는 대답은 ‘일치하는 공여자가 없습니다.’

수현이에게 남은 희망은 ‘반일치 이식’뿐. 고작 절반만 일치하는 엄마 타몬 씨의 조혈 모세포를 받는 위험한 수술이지만, 점점 버틸 힘을 잃어가는 수현이에게 다른 길은 없다. 수현이를 위한 엄마, 아빠의 마지막 선택. 과연 그 선택은 옳았을까?

국내 다문화가정 145만 명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한국-태국 다문화가정의 눈물겨 운 역경과 사랑을 조명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화두를 던진다.



■ 주요내용

▶ 한국 남자, 태국 여자, 운명 같은 만남, 그리고 사랑




"집사람은 한국말이 서툴렀고 저는 태국말을 아예 못했고, 영어도 굉장히 서툴러 서 저희가 전자사전 활용을 많이 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따뜻함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 한국 남자, 아빠 김선욱 씨 인터뷰 中

“처음에 좀 깜짝 놀랐어요. 제가 한국 사람도 아니고 한국말 아무 것도 몰랐는데····· ·. 그냥 오빠 딱 봤을 때, 귀엽다?”
      - 태국 여자, 엄마 타몬 판자 씨 인터뷰 中


2008년 5월, 어느 봄날. 무슨 바람이 불어서였을까. 아빠 김선욱(32)씨는 문득 경복 궁으로 산책을 나섰다가 엄마 타몬 판자(30)씨를 우연히 만났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천사. 말을 걸까 말까 고민했지만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까 싶어 아빠는 발걸음을 돌 렸다. 그러나 운명이었을까. 며칠 후 남산에서 다시 마주친 두 사람. 우연 아닌 필연 이라 확신했던 선욱 씨는 연락처를 물었고 그렇게 이들의 사랑이 시작됐다.

양가의 반대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타몬 씨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당시 인도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곧 호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공부를 접고 결혼을 한다고 나선 것이었다. 선욱 씨 부모님 또한 마찬가지였다. 주변에서 봐온 동남아인과의 결혼이 내심 탐탁치 않았던 터였다.

그럼에도 서로에게 한결 같은 사랑을 확신했던 두 사람은 결혼을 했고, 2010년 7월30 일, 사랑스러운 아들 수현이를 얻었다. 양가의 반대가 무색하리만치 행복한 가정이 었다. 퇴근하고 지친 몸으로 들어서면 타몬 씨는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이고, 수현 이는 거실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다 뛰어나와 아빠 선욱 씨를 반겼다. 타몬 씨에게 한국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한국 사람들의 편견은 여전했고, 취업도 어려웠다. 그럼에 도선욱 씨와의 삶을 선택한 순간을 후회하지 않았다. 어느 부부보다도 사랑 넘치는 두 사람이었기에, 이 행복은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


▶ 수현이에게 닥친 희귀 백혈병. 그치지 않는 시련



“수현이의 백혈병은 굉장히 경과가 빨라요. 항암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기 때문 에 굉장히 빠르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질환이고 (...) 유일하게 조혈모세포이 식을 통해 완치가 될 수 있습니다.”
       - 임호준 교수 인터뷰 中


‘강민’이란 태명만큼이나 잔병치레 없던 수현이었다. 그랬던 수현이가 갑자기 열이 끓기 시작한 것은 1년 전 봄. 편도염인 줄 알았던 수현이의 증상은 ‘연소성 골수 단핵 구성 백혈병(JMML)’이란 진단을 받았다.

생소한 이름만큼이나 소아인구 1백만 명 중 1.2명 꼴로 발생한다는 희귀 백혈병. 곧 바로 항암치료가 시작되었다. 일반적인 백혈병처럼 항암치료만 잘 견디면 금방 나 을 것이라 엄마·아빠는 믿었다. 수현이도 잘 버텼다. 여간해선 어른도 견디기 힘들다 는 치료지만, 수현이는 별다른 증상 없이 약도 잘 먹고 주사에도 울지 않으며 씩씩하게 병마와 싸웠다.

하지만 수현이의 백혈병은 일반적인 백혈병과 달랐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지 않으면 완치 자체가 불가능하며, 악성 종양이기 때문에 퍼지는 속도가 빨라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 수현이와 맞는 조혈모세포를 찾지 못한다면 사랑스러운 수현이의 웃음을 다신 볼 수 없다.


▶ 한국과 태국 간의 사랑, 그 대가는 ‘공여자 없음’



“환자 10명 중에서 8~9명이 (일치 공여자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늘었습니 다. 문제는 수현이가 다문화 가정이기 때문에······. 인종이 다르면 조직형 찾기가 굉장 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현이는 찾기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 강형진 교수 인터뷰 中

“너무너무 무서웠죠. 이제 큰일 났다. 무조건 이식을 해야되는데 공여자가 없대요. 이식을 해야 되는데 맞는 공여자가 없대요.”
      - 아빠 김선욱 씨 인터뷰 中


한국과 태국의 유전자가 조합돼 만들어진 수현이에게 일치하는 조혈모세포를 찾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 국내 기증자 26만 명을 모두 뒤졌다. 국내 환자 10명 중 8~9명 은 일치자를 찾는다지만 수현이와 맞는 사람은 없었다. 국외로 눈을 돌려 2600만 명 의 정보도 살폈다. 중국에서 3명의 일치자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1명은 정밀검사 결과 불일치 판정, 나머지 2명은 기증의사를 철회해 정밀검사조차 하질 못 했다.

이대로 좌절할 수 없었다. 기적을 일으켜야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증 등록에 나 선다면 혹시 그 중에 수현이와 맞는 공여자가 있지 않을까’란 실낱같은 희망으로 엄 마·아빠는 직접 발품팔기에 나섰다. 직장으로, 다니던 교회로, 국방부로, 조혈모세포 관련기관으로, 다문화가정 단체로, 아빠는 동분서주했다. 전단지를 길거리에서 나눠주며 기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엄마는 태국 현지에서 기증 의사가 있는 사람들을 수소문해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거듭 돌아오는 결과는 ‘일치하는 공여자가 없습니다’.

수현이는 어느새 7번째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지 고열과 구토로 가만히 웅크린 채 누워만 있는 아이를 보면 아빠·엄마는 저절로 자문하게 된다.
‘우리가 만약 사랑하지 않았다면, 수현이에게 이런 아픔이 찾아왔을까?’


▶ 우리 가족의 마지막 선택, 과연 옳았을까?



“솔직히 마음이 좀 무서워요. 반일치 하니까. 100% 성공 안된 ······. 만약에 수현 이 몸에 잘 안 받으면 어떡하지?”
      - 엄마 타몬 판자 씨 인터뷰 中


수현이에게 마지막 희망이 남아있다. 반일치 동종조혈모세포이식.

유전자가 절반밖에 맞지 않는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시술이기에 위험성이 높다. 하지만 일치공여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식을 받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수현이에겐 이것이 유일한 선택지다.

엄마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기로 했다. 엄마 뱃속에서 수현이와 엄마의 세포가 교감을 이룬 적이 있고, 엄마 세포가 수현이 몸 속에서 암을 억제하는 데에 더 효과적이라는 진단에서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고비들이 첩첩산중이다. 수현이의 몸이 엄마 세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른바 ‘생착 실패’로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생착 돼더라도 엄마 세포가 수현이의 몸을 공격하는 숙주병이 발생할 수 있다. 절반밖에 맞지 않는 엄마 세포에 수현이의 몸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

엄마·아빠는 마지막 자문을 던진다. ‘우리의 선택은 과연 옳았을까?’

“엄마·아빠가 끝까지 잘 싸워 이겨낼거고, 절대 포기하지 말고, 미안하고, 고맙 고, 너무 많이 사랑한다. 힘내자, 수현아. 고마워.”
       - 아빠 김선욱 씨 인터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