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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기

엄마의 고백

기획: 정성후 연출: 이모현 작가: 고혜림

기획의도

주요내용

□ 기획의도

2009년 7월 28일 청주여자교도소에 한 아이가 태어났다. 출산 당시 갓 19살이었던 어린 엄마 정소향(21)씨. 의지할 일가친척 하나 없는 고아인 그녀에게 체온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 생긴 순간이었다. 소향씨의 딸 가은이는 차가운 철창 안 지친 이들의 가슴 속에 한 뼘 햇살 같은 존재로 자라났다.

그러나 가은이라는 위안으로 교도소의 더딘 시간을 견뎌내던 소향씨에게 유난히 추운 겨울이 찾아왔다. 형법상 수용자가 교정시설에서 아이를 낳을 경우 시설 안에서 아이를 기를 수 있는 기간은 18개월까지로 제한되는데, 가은이에게도 곧 그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엄마와 함께 지내는 5평 남짓한 감방이 곧 세상인 줄 아는 가은이. 그런 아이에게 엄마 없이 홀로 인내해야 하는 담장 밖 칼바람이 얼마나 매서운 줄 알기에, 12월 가석방 심사를 기다리는 소향씨의 가슴은 더욱 애가 탄다. 혈혈단신 세상에 홀로서야 하는 스물한 살 어린 엄마의 딸을 지키기 위한 눈물겨운 사랑을 담아 본다.


□ 주요 내용

▶ 그 여자의 지난 날

“하루살이? 나 오늘 살고 내일 죽고 다시 또 내일 살아나고.. 그런 식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무서운 게 없었던 거죠.”  - 정소향씨 인터뷰 中

 

소향씨에게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참 낯설다. 태어나자마자 친부모에게 버림 받고 입양되었지만, 초등학교 때 양부모마저 이혼하면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을 시작했다. 집을 나와 열 곳이 넘는 청소년 보호 시설과 찜질방, 고시원 등을 전전하며 생활 했고, 먹고 살기 위해 순대국밥집, 김밥집 아르바이트를 비롯, 수영장 탈의실 보조원, 군밤 장사, 스키장 암표상 등 돈이 되는 일이면 가리지 않고 했다. 내일을 모르는 하루살이처럼 순간을 버티며 사는 삶이 지속됐다. 정신을 차렸을 땐, 무감각하게 저지르던 절도로 실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였다.


▶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얻은 이름, 엄마



“처음에는 입양 보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한번 입양 된 애잖아요. 혹시 나 같이 되면 하는 생각이 든 거예요. 혹시 아이가 잘 자라다가 나중에 이러면? 그것도 끔찍한 거예요. 그래서 못 보냈어요.”   - 정소향씨 인터뷰 中

소향씨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건 교도소 수감 시 재소자에게 실시하는 신체검사에서였다. 임신 5개월. 가은 아빠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지만 지우라는 말만 전해 들었다. 돌봐주는 가족도, 남편도 없이 교도소에서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소향씨에게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입양을 권유했다. 그러나 버림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소향씨는 가은이를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한 발 물러날 곳도 없는 벼랑 끝, 그 곳에서 소향씨의 손을 잡아준 때 묻지 않은 생명 가은이. 가은이는 이제 그녀가 살아갈 이유였다.


▶ 나는 죄인입니다

“저 엄마잖아요. 그냥 아이를 뱃속에 열 달 갖고 있었던 엄마니까 그냥 그 마음으로.. 제 딸이 저 원망할까요? 안 했으면 좋겠어요. 무서워요 사실은 지금도”
                                                   - 정소향씨 인터뷰 中



많이 보고, 듣고, 느껴야 할 나이. 16개월 가은이에게는 철창 너머 세상이 온통 신기하고 궁금하다. 그러나 1시간 남짓한 운동 시간 외에, 가은이에게 바깥세상을 볼 수 있도록 허락된 통로는, 겨우 손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작은 배식구뿐이다. 여린 잎사귀 같은 손을 자꾸만 밖으로 뻗어도 보고, 배식구에 턱을 괴고 한참 동안 밖을 구경하는 가은이. 그런 딸에게 소향씨는 평생을 속죄해도 갚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것만 같다.

교도소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녹록치 않다. 유아용 식사가 따로 나오지 않아 모든 반찬을 물에 헹궈 먹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얼음장 같은 물에 손빨래를 한다. 가은 아빠에게 쓸 편지지와 아이가 좋아하는 삶은 달걀 외에는, 본인을 위해서 그 흔한 로션 하나 사지 않지만 남아있는 영치금은 늘 빠듯하다.

교도관이 걸어오는 소리만 나면 귀신같이 알고 문 앞으로 달려 나가고, 다른 수용자들처럼 가슴에 수인번호 명찰을 달아보며 노는 가여운 딸. 아이가 이 공간을 기억하기 전에, 가은이가 18개월이 되기 전에, 어떻게든 교도소를 나가야 하는 소향씨. 과연 그녀의 간절한 기도가 잘 전달이 될까.


▶ 2년 만의 외출, 그리고 처음 만나는 자유



2010년 12월 24일, 모녀에게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찾아왔다. 가석방 대상자로 분류되어 가은이와 함께 출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깥세상은, 태어나 처음 만나는 가은이에게도, 2년 만에 보는 소향씨에게도 설레고 달콤한 풍경이다.  돌봐주시던 시설 선생님의 소개로 2년 동안 미혼모 시설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고아인 소향씨에게 어린 딸과의 출소는 한편 두렵고 막막한 현실이다. 교도소에서 갖고 나온 영치금은 단 돈 16만 원이 전부. 유난히 춥고 길게만 느껴지는 겨울, 수중의 돈이 모두 떨어지기 전에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소향씨에게는 일자리를 찾는 것보다 더 우선인 일이 있다. 부쩍 ‘아빠’ 소리를 하는 가은이에게 아빠를 보여주는 일이다. 오랜 길을 돌아 얻은 한 줄기 희망. 소향씨의 머리 위에 있던 어둠이 가고 순하게 새벽이 올까.

♠ 2011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첫 번째 편 <엄마의 고백> 내레이션은 배우 김하늘씨가 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