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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기

딸 故최진실이 남기고 간 손주들을 위해 살아온 할머니의 사랑. 2011년 <휴먼다큐 사랑> '진실이 엄마' 방송 후, 4년 사춘기가 시작된 환희와 준희의 성장기

기획: 김진만 | 연출: 이모현 | 글.구성: 고혜림

기획의도




■ 기획의도

딸 故 최진실이 남기고 간 어린 손주들을 위해 살아가는 할머니 정옥숙 씨의 절절한 사랑을 담았던 2011년 <진실이 엄마>. 방송 후, 4년. 방황이 시작된 환희와 준희의 사춘기와 떠나간 자식들을 향한 마음까지 더해 손주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할머니의 근황을 통해 가슴 아픈 가정사를 딛고 일어선 가족의 사랑을 10주년 특집으로 다시 만나본다.


■ 주요내용

▶ 어느덧 8년, 그리고 6년


 

절대 흐르지 않을 것 같던 시간도 금세 흘러갔다. 딸 진실 씨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8년. 아들 진영 씨가 누나를 따라 간 지도 벌써 6년이다.

 

가슴에 묻은 자식들을 다시 키운다는 심정으로 손주들을 지키며 살아온 정옥숙 씨. 재작년에는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손주들을 위해 딸 진실 씨가 살았던, 또 생을 마감했던 집으로 이사를 했다.

 

집안 곳곳에 남은 딸의 흔적에 눈물짓던 시간도 잠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환희와 준희를 키우다 문득 돌아보니 어느덧 정옥숙 씨는 일흔의 나이가 되었다. 

 

애들이 어느결에 사춘기가 왔어요. 준희는 말이 조금 많아지고, 환희는 말이 줄어서 벙어리가 돼버렸어요. 그래서 너무 섭섭했어. 쟤네들이 왜 저러지?  그래서‘할머니가 밉니?’그랬더니‘아니야, 나 사춘기야’ 그러더라고요.            - 할머니 정옥숙 씨 인터뷰 中 

 

할머니가 늙어가는 만큼 아이들도 자랐다. 수염이 거뭇거뭇 자라며 남자가 되어가는 환희와 키 165cm를 훌쩍 넘어선 준희는 이제 어엿한 숙녀티가 난다.

 

수염이 자라도, 키가 커도 할머니에게는 여전히 아기 같은 손주들. 그저 아이들이 이대로만 자라주길 바랐던 할머니에게 흔히들 걱정하는 청소년의 방황은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환희와 준희에게도 사춘기가 오고야 말았다.


훈남 중학생으로 폭풍 성장한 환희


 

뭔가 할머니랑 통하지 않는 게 조금씩 있어가지고... 가끔씩 할머니가 계속 똑같은 걸 물어보시고 그러니까 짜증 날 때도 있고 귀찮을 때도 있어서 요즘은 별로 할 말이 없어요.  - 손자 최환희 인터뷰 中

 

2년 전, 환희는 할머니의 바람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제주도의 국제 중학교에 입학했다. 토실토실하던 젖살이 빠지고, 어느새 부모와 삼촌의 수려한 외모를 고스란히 닮아 성장한 환희. 그런데 중학생이 된 환희는 얼마 전부터 입을 꾹 닫아버렸다.

 

예전에는 할머니에게 좋아하는 여자 친구 이야기는 물론 사소한 고민도 재잘거리며 털어놓더니, 이제는 두 번 물어야 겨우 한 번 대답을 돌려주는 게 전부다. 사실 환희는 요즘 모든 것이 귀찮다. 수호천사가 되어 지켜주었던 동생 준희의 어리광은 물론 통하지 않는 할머니와의 대화도 별로 내키지 않는다.

 

매해 시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할머니께서 작년도 잘 버티셨으니까, 올해도 잘 버티시겠지? 그런 생각을 매년 하고 있는데. 만약에 할머니가 돌아가신다고 생각하면 막 혼란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이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어요.        - 손자 최환희 인터뷰 中

 

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할머니와 동생을 생각하고 챙기는 환희. 새해가 오면 가장 먼저 할머니가 올해도 건강하게 버티시길 기도한다는 환희의 꿈은 멋진 연예인이 되는 것이다.

 

하루 빨리 연예인으로 성공해서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할머니께 효도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환희. 그때까지 할머니가 건강하기만 바라온 환희에게 최근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바로 하나뿐인 여동생, 준희의 사춘기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첫사랑을 시작한 열세 살 준희


 

 사람들이 ‘너는 아직 어린데 왜 이렇게 자꾸 남자친구를 좋아하니?’ 그러는데 제가 가족 간의 사랑에서도 그렇고 여러모로 사랑이 좀 부족했잖아요. 그러니까 막 사랑을 찾으러 다니는 거예요.      - 손녀 최준희 인터뷰 中

 

 

 

엄마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닌 채, 가족의 기쁨이 되어 성장한 준희. 그런 준희의 키가 165cm를 훌쩍 넘더니, 언제부턴가 아이라인을 수준급으로 그리며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또래 친구들이 아이돌의 음악을 듣는 것과 다르게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하얀 나비>와 같은 옛 노래를 즐겨 듣는 등 남다른 감수성을 지닌 준희. 그런 조숙한 손녀에 대한 할머니의 걱정이 늘어가던 즈음. 아니나 다를까. 부쩍 멋을 부리는 것이 수상하다 싶더니, 준희에게 첫사랑이 찾아왔다.

 

그런데 빠져도 단단히 빠졌다. 공부는 뒷전이고 좋아하는 남자친구랑 결혼을 하겠다는 준희가 염려스러운 할머니. 그러나 한편으론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손녀의 결핍인 것만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 더욱이 자라면서 세상에 상처를 받아오는 준희가 사춘기를 호되게 앓는 것은 아닌지 할머니는 두렵기까지 하다.

 

할머니 마음 잘 알죠. 제가 좋은 학교 가서 좋은 남자 만나서 좋은 대학 가고.. 그런 건 할머니 바람이겠죠. 그런데 저한테는 공부가 너무 버거워요.       

- 손녀 최준희 인터뷰 中

 

 

 

할머니는 준희의 사춘기를, 준희는 할머니와의 세대 차이를 이해해보려 하지만 도무지 쉽지가 않다.

 

손녀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해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할머니. 하지만 준희는 공부만 강조하는 할머니에게 자꾸만 반항심이 생긴다. 공부를 잘해야만 행복한 것이 아닌데, 또 아무리 생각해도 싱어송라이터나 작가가 적성에 딱 맞는데. 요즘 청춘을 모르는 할머니와는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

부디 이 아이들만큼은 꼭 지킬 수 있기를 

 


꿈에 엄마가 나와서 쓰다듬어주면서 ‘일어나, 일어나’ 그러는 거예요. 뭐지? 하고 일어 났는데, 엄마가 ‘아침 먹어야지’ 하고 아침밥을 차려주고... 제가 소망한 것들이 꿈에서 실현이 된 거예요.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어요.            - 손녀 최준희 인터뷰 中

 

애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슬픔이 너무 많아 가지고, 그게 제일 마음이 아파요, 항상. 그래서 너희는 행복해야 해.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행복해라. 그렇게 이야기해줘요.         - 할머니 정옥숙 씨 인터뷰 中


환희와 준희의 사춘기가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재작년 故 조성민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며 세 번째 이별을 해야만 했던 아이들. 더욱이 비극적인 가정사를 깨닫게 될 만큼 자란 아이들이 세상에 상처를 받고, 부모를 그리워할 때마다 할머니는 가슴이 미어진다.

 

이대로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워도 괜찮은 것일까. 전 국민이 다 아는 가정사에 아이들이 모진 풍파를 겪게 되는 것은 아닌지, 또 오래도록 아이들의 곁을 지킬 수 있을지. 할머니는 아이들의 걱정에 잠을 이룰 수 없다.

 

 

정말 훌륭하게 잘 성장해야 한다고 항상 이야기해요. 내가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떠나는 날까지 정말 잘해주고 싶어요. 우리 환희, 준희한테는...     - 할머니 정옥숙 씨 인터뷰 中-

 

하지만 엄마처럼 멋진 연예인이 되어 효도를 하겠다는 환희와 키만 컸지 아직은 초등학생인 어린 준희를 생각하며 할머니는 마음을 다잡는다. 자신만을 믿고 의지하는 아이들을 위해 다시금 용기를 내본다. 그리고 하늘에 있을 딸 진실씨에게 약속하고, 또 기도한다. 내가 이 아이들만큼은 꼭 지켜내겠다고, 그러니 부디 우리를 지켜달라고.

 

♠ 2015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마지막 편 <진실이 엄마 II 환희와 준희는 사춘기> 내레이션은 배우 김유정 양과 이주연 아나운서가 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