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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기

엄마는 멈추지 않는다

기획: 전연식 연출: 최병륜 글.구성: 윤희영

기획의도

 미혼모 이지혜(32)씨는 지난 2010년 11월, 위암4기 판정을 받았다. 이미 간, 임파선,
자궁에 전이되어 수술도 의미 없다는 3개월 시한부 인생. ‘이제 겨우 서른인데,
내게 남은 시간이 3개월이라니…’ 그러나 지혜씨는 절망에 빠져있을 여유조차 없었다.
내가 죽으면 딸 채원이(11)는 이 험한 세상에 홀로 남는다. 삶을 쉽게 포기할 수 없던
지혜씨는 생명연장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3개월이 지나고, 지혜씨는 1년 6개월이 넘도록 병마와 싸우고 있다. 딸을 보란 듯이
잘 키워보려는 일념 하에 지난 10여 년간 마트에서 상품 판매를 하며 밤낮없이
일만 했던 지혜씨.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에야 비로소 채원이와 마주앉아 식사할
시간이 생겼다. 바쁜 생활에 쫓겨 채원이와 목욕탕 한번 못 간 지난 세월이 후회되는 그녀.
딸 채원에게 ‘엄마와의 행복한 기억’을 선물해주고 싶다. 그래서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쓰게 되었다. 모녀의 행복한 기억을 남기기 위해 시작한
버킷리스트 도전기. 지혜씨는 버킷리스트를 모두 이룰 수 있을까. 지혜씨의 소중한
하루하루를 기록한다.

 

 


□ 주요 내용

▶ 딸 채원이. 내가 살아야하는 이유

 “내가 죽는 게 안타까운 것 보다 남겨질 우리 채원이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내가 이 아이한테 해준 게 없는데‥ 난 이런 기본 적인 것도 못하는 엄마가
   되어야 되는가. 답답했어요. 정말.” 
                                                      -엄마 지혜씨 인터뷰 中


 사실 지혜씨는 19세 때 위암으로 엄마를 잃었다. 그녀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다. 피아노 전공을 꿈꾸며 음대를 준비하던 그녀는 엄마의 위암선고로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4남매 중 장녀인 지혜씨는 당장 엄마의 병간호와 두 동생 뒷바라지에
집안일까지 해야 했다. 하지만 엄마는 위암 선고를 받은 지 석 달 만에 눈을 감았고,
그녀는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때 만난 사람이 채원이 아빠였다. 음대 지망생이었던 지혜씨는
음악 일을 하는 그에게 끌렸고, 무엇보다 자신을 답답한 현실에서 구해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장밋빛 환상은 얼마 가지 못했다. 채원이를 임신했다는 말에 남자는 홀연히
떠나버렸다. 그리고 그녀에겐 더 팍팍해진 현실이 남았다. 스물하나에 미혼모가 된 것이다.


▶ 엄마의 버킷리스트

  “이채원, 네 소원은 뭐야?” “내 소원은 엄마가 낫는 거야”
  “엄마 소원은 뭐 게? ‥ 나는 오랫동안 채원이 엄마인 거.” 
                                           -엄마 지혜씨와 딸 채원이의 대화 中 


 지혜씨는 지난 10년간 마트에서 상품 판촉 일을 했다. 밝고 유쾌한 성격과 성실한
근무태도로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20대의 미혼모 지혜씨가 홀로
일어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혼자 벌어야 하는 상황이니 어린 채원이가 걱정되어도
급여가 더 높은 새벽 근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집에 돌아오면 지쳐 잠들기
바빴다. 지혜씨는 채원이가 엄마 혼자 키우는 아이라고 기죽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정부보조금도 거부했다. 악착같이 돈을 벌며 보낸 몇 년, 채원이는 엄마 없는
시간을 홀로 버텨왔다.

 

 

암 선고를 받고서 지혜씨는 채원이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가 되었다. 바쁘게
사느라 단 둘이 여행 한 번 간적이 없었다. 자신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아는 지혜씨는 마음이 급하다. 딸 채원에게 엄마와의 좋은 추억을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다.
그래서 지혜씨는 남아있는 시간동안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 둘 써 내려갔다.

그렇게 그녀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리스트) 가 만들어졌다.

 



▶ 첫 번째 버킷리스트- 운전면허에 도전하다

 ‘엄마가 운전해서  같이 여행 갔으면 좋겠어’ 시한부선고를 받은 엄마에게 채원이의
바람은 철모르는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혜씨는 딸의 바람 속에서 숨은 의미를 깨달았다.
채원이는 다른 가족들처럼 엄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둘 만의 가족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것.
‘내 딸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왜 몰랐을까.’ 지혜씨는 둘 만의 여행을 위해
운전면허시험에 도전한다. 다른 사람처럼 몇 번의 도전을 할 여유가 없는 지혜씨. 단번에
붙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연습을 하건만 실력은 쉽게 늘지 않고 마음은 조급해지는데… 
지혜씨는 운전면허를 딸 수 있을까.
 


▶ 두 번째 버킷리스트- 동생 시집보내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지혜씨에게는 소중한 가족이 또 한명 있다. 하나뿐인 여동생 신혜 씨(30). 일찍이 엄마를 잃고
가족 뒷바라지와 집안일을 책임진 지혜씨는 신혜 씨에게 언니이자 엄마였다.
든든한 버팀목이던 언니가 미혼모라는 어려운 길을 택했을 때, 신혜 씨는 언니의 유일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허름한 여관방에서 머물며 지혜씨가 채원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할 때까지,
스무 살의 신혜 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언니와 조카를 보살폈다. 언니가 암 진단을 받은 이후
신혜 씨는 병간호부터 집안일까지 도맡아가며 언니의 보호자를 자처한다. 언니의 암 발병
간호 때문에 계획되어있던 결혼도 미루었다. 지혜씨는 동생에게 짐이 된 것 같아 못내 마음이
무겁다. 지혜씨가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웨딩드레스. 동생만은 꼭 웨딩드레스를 입고 근사한
결혼식을 했으면 하는 것이 언니 지혜씨의 마음이다. 언니와 조카를 돌보기 위해, 집안형편 등을
이유로 결혼을 망설이는 신혜 씨에게 지혜씨는 큰소리를 친다. ‘내가 해결해줄게!’
동생 신혜 씨를 위한 지혜씨의 ‘동생시집보내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 세 번째 버킷리스트- 봄날, 제주도여행을 떠나다.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필 무렵. 지혜씨 가족은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 지혜씨는 전날 받은
항암치료로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지만, 처음 타보는 비행기며 제주도 여행에 한껏 들뜬 딸을
보며 행복하기만 하다. 제주도 여행 내내 모녀는 꼭 잡은 두 손을 놓을 줄 모른다.
그런데. 성산일출봉에서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던 지혜씨의 눈에서 한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슬픈 거죠. 이 좋은 세상에.. 내가 너 하고 할 수 있는 이런 시간이 한정돼 있다는 게..“  
                                                         - 엄마 지혜씨 인터뷰 中




제주도 여행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다음 날. 항암치료를 받기위해 찾아 간
병원에서 지혜씨는 충격적인 얘길 듣는다. 급격히 늘어난 복수에서 악성 암세포가 발견된 것.
1년 반 동안 항암제를 바꿔가며 암의 진행을 늦춰왔는데 이제 더 이상 지혜씨에게 쓸 수
있는 항암제가 남아있지 않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선고까지 내려졌다. 씩씩하기만 하던
지혜씨가 자꾸만 무너져간다.


▶ 네 번째 버킷리스트- 채원이와 둘 만의 가족사진 찍기

지혜씨는 채원이를 낳고 처음으로 가족사진앨범을 정리했다. 앨범정리는 너무 소소한 일이라
생각해서 항상 미뤄 왔는데, 사진앨범을 정리하면서 비로소 모녀가 함께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굳이 사진을 안 찍어도 언제나 같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혜씨는 채원이와 멋지게 가족사진을 찍어
집안에 걸어두고 싶다.
입 퇴원을 반복하는 투병생활 중에도 어렵게
버킷리스트를 이루어 가는 지혜씨.
그녀에게는 허락된 시간은 얼마나 남은 것일까.
누군가에게는 평범할 수 있는 일들이
지혜씨에게는 절박한 소원이 되었다.



▶ 오직 채원이를 위한 엄마의 유산

지혜씨의 네 가지 버킷리스트는 이렇게 완성되었다.
더 이상 쓸 수 있는 항암제가 없다는 진단이 나온 후 급격히 나빠진 몸 상태. 복수가 차서
거동이 불편한 와중에도 지혜씨는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는 딸을 위해 학교 봉사를 나간다.
딸 간식 만들어주기, 학원가는 딸 배웅해주기… 사소하지만 따듯한 일상을 지켜주고 싶던
지혜씨. 그녀의 버킷리스트는 그렇게 끝이 났다.

지혜씨의 버킷리스트는 우리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게 한다.
삶과 죽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것. 그것은 그녀가 그렇게도 딸에게 남겨주고
싶어 했던 ‘엄마와의 좋은 기억’이다. 엄마의 아픈 모습이 아니라, 힘든 상황 속에서도
채원이에게 ‘추억’을 선물하기위해 노력하는 엄마로 기억되고 싶은 지혜씨. 어쩌면
그 ‘기억’으로 떠나는 사람은 마음의 위안을 삼고, 남은 사람은 또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이 아닐까.  
‘삶의 이유’인 딸 채원을 향한 엄마 지혜씨의 애절한 사랑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