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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기

6살 뇌종양 환자, 연지 가족의 모든 걸 다 바친 사랑 이야기

기획: 홍상운 | 연출: 유해진 | 글.구성: 노경희

기획의도


□ 기획의도

연지(6)는 뇌종양 환자다. 연지 부모는 한 살 무렵 처음 뇌종양 판정을 받은 연지를 치료하기 위해 중국, 한국, 일본 어느 병원이든 찾아다녔다. 하지만 “삼 개월 남았 다”, “남은 생 잘 챙겨줘라”는 답만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러나 연지는 여섯 살이 되도록 잘 크고 있다. 종양의 크기가 더 자랐지만, 놀랍게도 연지는 걷게 되었고, 말도 많이 늘었다. 중국 동포인 부모는 연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연지 치료 를 위해 엄마, 언니(9), 연지는 한국에서 계속 살고 있고, 아빠는 돈을 벌기 위해 회사가 있는 청도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부부가 맞벌이해 모았던 돈은 연지 치료비로 모두 들어갔고, 지금은 빚도 많이 안고 있다. 하지만 연지 부모는 덕분에 가족이 더욱 단단해지고, 작은 기쁨에 감사할 줄 알게 됐다고 한다. 힘든 투병 생활 속에서도 행복을 찾은 연지 가족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 주요 내용

▶ 6살, 내 딸의 머릿속에 종양이 자라고 있습니다


한 살 무렵, 머리만 만지면 자지러지게 울던 연지. 병원에 찾아가 정밀검사를 한 결 과,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교종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연지의 자그마한 뇌 전체에 걸쳐 암세포와 뇌세포가 섞여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뇌간(뇌와 촉수를 이어주는 부위로서 우리 몸에 가장 중요한 운동 기능과 호흡 기능, 여러 가지 의식 기능을 관장한다)’이라는 뇌의 중추 부위에 종양이 침범해있다. 뇌간에 종양이 위치한 경우, 수술을 하게 되면 호흡 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다. 따라서 수술을 통한 종양 의 완전 제거가 불가능하다. 현재로서 최선의 방법은 항암 치료를 통해 종양의 진행을 멈추는 것뿐. 치료를 한다 해도 대부분의 뇌간 종양 환자들은 1년 이내에 사망한다.
연지 또한 갑작스러운 뇌출혈 때문에 8시간에 걸친 뇌 개도 수술과 추가 수술까지 받 아야 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위급 상황 때문에 응급실을 드나든 것도 수차례.... 하지만 올해 여섯 살이 된 연지는, 조금씩 자라나는 종양에도 불구하고 걸을 수 있 게 되었고 말도 많이 늘었다. 신경을 누르고 있는 종양 때문에 걸음걸이는 늘 불안하 고, 손가락도 제대로 펼 수 없지만 어른도 견디기 힘들다는 항암 치료를 잘 견디고 있다. 그러나 독한 항암제 탓에 겨우 밥 두 숟갈 뜨는 게 연지 한 끼 식사의 전부가 됐고, 4살 이후로 키와 몸무게가 거의 그대로인 ‘꼬마 연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뇌간이라는 곳은 우리 몸의 호흡이라든지 가장 생명 중추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 다. 그래서 여기를 제거를 하게 되면 사람이 살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기술적으 로 종양을 떼는 건 가능하지만, 아주 위험한 부위이기 때문에 사실상 손댈 수가 없 는 곳입니다.”

― 주치의 성기웅 교수 INT 中





▶ 연지가 나을 수만 있다면

연지 부모는 한국에 산업 연수생으로 왔다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 2004년 결혼 후 두 딸을 낳고 고향에서 가정을 꾸릴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생활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 연지의 뇌종양 판정 이후, 연지 가족은 만 4년 반 동안 생이별 중이다. 엄마와 연지, 언니(9)는 고향을 떠나 서울에 거주하고 있고, 아빠는 돈을 벌기 위해 회사가 있는 중국 청도에 홀로 남아 생활하고 있다. 그동안 연지를 치료하기 위해 중국의 큰 병원들을 안 찾아가본 데가 없고, 심지어 일본의 병원까지 무작정 찾아가 봤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늘 비관적이었다. 연지 부모는 민간요법까지 수 소문해 동원해봤지만, 연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은 한국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었다. 매주 수요일, 엄마는 연지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항암 치료를 위해 어두운 새벽길을 나선다.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는 두 시간 여의 기나긴 병원 행에는 맏딸 주현이도 함께 한다. 아홉 살의 어린 나이지만 아픈 동생 연지에게 많은 걸 양보해야 하는 주현이, 두 딸을 혼자 돌보고 있는 엄마 그리고 중국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아빠의 소망은 단 하나... 연지가 낫는 것. 그리하여 언젠가는 네 가족이 다시 한 지 붕 아래 모여 살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연지 가족은 고대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은 확실히 맞긴 맞습니다. 근데 집사람이나 저나 이런 데 대해서는 한 번도 흔들린 적은 없어요, 지금까지도. 한 번이라도 우리 이제 그만 하자 포기하 자 이런 얘기를 한 적도 없고... 할 수도 없을 겁니다.”

― 아빠 INT 中





▶ 제발 이번만은... 종양이 사라지기를

설 연휴, 어렵게 티켓을 구해 한국을 찾은 아빠. 매일 화상통화로 그리움을 채우던 아빠의 얼굴에 애틋한 미소가 퍼져나간다. 하지만 아빠가 한국을 찾은 건 단지 설을 쇠기 위함이 아니다. 작년 11월부터 시작한 항암 치료, 어느 덧 2월이 되어 10주 간 의 1차 항암을 마치고 첫 MRI 검사를 하는 날이 다가온 것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향 후 예정된 항암 치료를 계속 진행할지, 아니면 시력 손상의 위험을 안고 있는 방사선 치료를 감행해야 할지 치료 방향이 결정된다. 때문에 검사를 앞둔 연지 부모의 마음은 초조하기만 하다.
애초에 종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이 치료 목표였지만, 힘든 치료를 대견하게도 잘 견뎌내는 연지를 보는 부모의 마음에는 당연한 욕심이 자라난다. 제발 이번만은 딸의 뇌 속에서 종양이 조금이라도 사라지기를. 하지만 검사 결과를 듣는 엄마의 눈에서는 한없이 눈물만 흐르고, 영문을 모르는 연지는 엄마의 눈물이 의아하기만 한 데... 연지의 뇌 속에는 어떤 변화가 생긴 걸까.


“연지가 이렇게 견뎌주니까 저도 힘이 나고 우리가 이제 뭔가 희망을 얻는 거 같 아서 정말 고마웠어요. 반면에 결과가 안 좋으면 어떡하나 이런 불안감도 있고... 어 떤 결과가 나오든지 연지한테는 정말 가족이 있어서 자기가 행복하고 사랑 받는다 는 걸 인식시켜주고 싶어요.”

― MRI 검사를 앞두고, 엄마 INT 中





▶ 세상을 향한 꼬마 연지의 첫 걸음

병원 치료가 생활의 전부인 아이, 연지에게도 꿈은 있다. 바로 또래 아이들처럼 유치 원을 다니는 것이다. 하루 빨리 건강해져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며 고통스러운 재활 치료도, 항암 치료도 꿋꿋이 이겨내는 연지. 항암 치료를 시작하면서 부쩍 걸음걸이 가 불안해진 연지가 걱정되지만, 엄마에게도 연지가 유치원을 다니는 것은 오래 품 어온 소망이다.
드디어 용기를 내 유치원을 찾아간 엄마와 연지. 연지는 신이 나서 돌아다니며 교실을 구경하고, 원복을 입은 연지를 보는 엄마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한 번도 제 입으로 두통을 호소한 적이 없던 연지가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기 시작한다. “나 많이 아파. 빨리 와”라는 연지의 한 마디에 중국에 있는 아빠까지 급히 귀국하는데... 과연 ‘꼬마 연지’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제 사회성도 길러야 되고 나가서 넘어지든 어쩌든 혼자 스스로 일어나는 걸 알아야 되는데 연지는 항상 누군가가 부축해주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거 든요. 그래서 연지 혼자 유치원에 가서 친구한테 밀려서 넘어지기도 하고... 연지도 그런 걸 경험해봤으면 좋겠어요.”

― 엄마 INT 中





■ 주요 인터뷰

- 강영화(엄마), 처음 뇌종양 판정을 받던 날
“예를 들어 말하면 ‘백사장 모래에 물을 뿌린 격이다. 그렇게 뇌 사이사이에 종양 이 다 스며들어가 있다. 그래서 이게 수술로 제거가 안 된다’는 거예요. 설명을 듣는 당시는 앞이 그냥 백지장이었죠. 이게 대체 의사 선생님이 하는 말씀이 우리 애를 말 하는 게 맞는 건지... 잘못 들은 걸로 착각을 했거든요. 이럴 수가 있나 싶고... 정말 믿을 수가 없었어요.”

- 강영화(엄마), 큰딸 주현이에 대한 미안함
“한국에서 애들과 생활하면서 저는 이것저것 힘든 게 많아도 극복이 되는데 주현 이가 제일 걱정스러워요. 정말 성격도 밝고 뭐든지 하려고 노력하는 아이인데 제가 이렇게 연지 치료 때문에 병원만 다니고 이러니까 애한테 혹시 너무 큰 지장을 주지 않을까... 그게 제일 어려운 점인 거 같아요, 주현이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거. 한 번은 주현이가 친구 피아노 수업에 따라 가보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친구한 테 방해가 되니까 안 된다고 했는데, 애가 어느 날 몰래 따라간 거예요. 그날 애를 혼 내면서도...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 방광철(아빠),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생활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는지
“물론 우리도 힘들지만 그래도 옳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최선을 다 해서 진짜 나중에 후회 없이 할 수 있는 그 힘까지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그나마 연지가 지금까지 버텨줘서 고맙고.... 그런 마음이에요.”

- 강영화(엄마), 힘든 투병 생활 속에 찾은 행복에 대하여
“연지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물론 고생은 많이 하죠.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 누구한테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말 못한 고통도 많아요, 솔직히. 그런데 그런 고 통 속에서도 우리가 함께 웃을 수 있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건 연지가 우리를 웃기거 나 이럴 때는 어느 집에서나 날마다 발생할 수 있는 그런 사소함이 이 슬픔 속에 살 고 있는 우리한테는 정말 큰 행복이었던 것 같아요.”

- 강영화(엄마), 가족처럼 연지를 걱정해준 고마운 사람들
“전에 한 번 연지한테 민들레가 좋다고 해서 민들레 효소를 담가야겠다고 동네 분들과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고 딱 문을 열면 집 앞에 민들 레가... 정말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이만큼 한 묶음이 있고 점심에 또 밥 먹고 나가 다 문을 딱 열면, 문도 안 두드리고 가세요. 이만큼 쌓여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나중 에 도와주신 할머님들께 봉투에 돈을 조금 넣어드렸어요. 그랬더니 바로 쫓아오신 거예요. ‘애가 아프다는데 우리가 이 돈 받자고 이런 일을 했겠냐, 주위에서 그냥 이 렇게 돕지는 못하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때 정말 고마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