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서브페이지 컨텐츠

사랑이야기

연출: 유해진 작가: 노경희 촬영: 박연수

기획의도

120cm의 엄지공주, 엄마를 꿈꾸다

 

2006년 12월. 산부인과 불임클리닉에 특별한 환자가 찾아왔다.  

120cm의 키 35kg의 몸무게, 8살짜리 초등학생 1학년 정도의 작은 몸을 가진 그녀는 엄지공주로 알려진 방송인 윤선아(29)씨.

그녀는 달걀껍데기처럼 뼈가 쉽게 으스러지는 희귀병, 골형성부전증을 가진  1급 장애인이면서도 경쟁을 뚫고 장애인 방송인 선발 대회에서 대상을 타고 공중파 방송 라디오 DJ로 활동했는가 하면, 희망원정대로 히말라야 정상 등반에도 성공했다, 그런 그녀가 또 한 번 큰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엄마가 되려는 것이다.

골형성부전증 1급 장애인, 윤선아  

선천성 질환인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는 윤선아씨는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에서부터 뼈가 부러졌는가 하면 생후 20일부터는 전화벨 소리에도 뼈가 부러지고, 엄마가 옷을 갈아입히다가도 뼈가 부러졌다. 지금까지 뼈가 부러진 횟수만 해도 50~60번. 평범한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눈물겨운 도전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만난 사람들은 금세 그녀가 그런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잊는다.

예쁜 얼굴에 늘 생글거리는 미소와 재치 있는 입담, 발랄한 성격...

그녀의 어릴 적 꿈은 방송국 아나운서, 120cm의 작은 키도 그녀에게는 넘어설 수 없는 한계가 아니었다. 1999년 혼자서 인터넷 상에 라디오 방송을 만들고 CJ(사이버 자키)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의 방송은 많은 청취자의 소문을 탔고, 결국 공중파 방송 DJ의 꿈도 이루게 됐다. 방송을 그만둔 지금까지도 그녀의 홈피를 방문하는 고정 팬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 방송을 통해 운명 같은 사랑, 변희철(28)씨를 만났다.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삶과 남편의 사랑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윤선아씨는 이제 결혼 5년차. 남편 변희철씨는 여전히 불편한 선아씨를 위해 출근할 때면 밥상을 차려주고, 퇴근하고 돌아올 때면 따뜻한 물을 받아 그녀의 손과 발을 닦아 준다. 지난 5년간 그녀의 장애를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랑으로 감싸주고 채워준 고마운 남편.

이제 선아씨는, 누군가 그녀에게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삶과 남편의 사랑,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남편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남편을 위해 선아씨가 어려운 결심을 했다.

아기를 갖기로 한 것이다.  

■ “많이 망설였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동안 자연임신이 되지 않아 ‘불임’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따로 병원을 찾지는 않았다.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우선 주위의 만류가 큰 짐이 됐다. "네 한 몸도 돌보지 못하면서 무슨 아기냐, 남편만 힘들어지는 거 아니냐, 그냥 둘이 재미있게 살아라."  

그러나 그것보다 더 걱정이 됐던 것은 나중에 아이가 엄마를 부끄러워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났고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결심했다. 오히려 아이가 엄마를 자랑스러워 할 만큼 유명한 방송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쉽지 않은 길, 하지만 이 악물고 가겠습니다.” 


윤선아씨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자연임신의 경우 선아씨의 병인 ‘골형성부전증’이 유전될 가능성이 높은데,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골형성부전증 환자도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혈액검사를 통해 유전자상 돌연변이의 위치를 찾아내고, 시험관 아기 시술로 수정란을 다수 만들어, 골형성부전증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수정란만을 착상시키게 된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고통도 뒤따른다.

하지만 사랑의 결실을 갈망하는 두 사람은 흔쾌히 그 길을 가기로 한다.

희철씨와 선아씨는 엄마를 닮은 예쁜 딸을 상상하며 5개월여의 고단한 과정을 버텨왔다. 과연 120cm의 엄지 공주, 윤선아씨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PD의 변

 ‘사랑’과 ‘아이’는 동의어

2005년 11월, 저는 결혼 만 3년 8개월 만에 아빠가 됐습니다.
한 번의 유산과 2년여의 기다림. 오지 않는 아기에 대한 기다림은 초조함을 넘어선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마침내 찾아온 기적 같은 만남, 그리고 찬란한 기쁨. 그 전 과정을 프로그램으로 담아 보고 싶었습니다.

윤선아, 변희철 부부와 2006년 12월에 처음 만났습니다. 그로부터 5개월여의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기꺼이 공개해준 동생 같은 그들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아이를 갖는 일과 동반되는 쑥스런 이야기, 부끄러운 모습들을 감춤 없이 보여준 그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보통의 불임부부들보다도 훨씬 힘들고 복잡한 과정이었기에 아이에 대한 열망은 더더욱 크고 간절했습니다. 지난 5년, 두 사람에게 사랑은 서로만을 바라보는 것이었지만, 이제 두 사람의 사랑은 모두 아이를 품고 있습니다. 지금 그들에게 ‘사랑’은 ‘아이’와 동의어입니다.   

  주인공 인터뷰

윤선아씨가 말하는 사랑,

“저 조차도 사람의 분류를 남자, 여자, 장애인.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저한테 예쁘다고 해주고 사랑스럽다하고 결혼하자고 해주는 희철씨를 통해 나도 한 남자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꼈죠. 제 2의 인생을 사는 기분이에요” 

윤선아씨에게 아이는

“내가 결혼할 수 있을까? 그게 첫 번째 의문이었는데 결혼했잖아요.그런데 이제 내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까 그것도 궁금해요. 아직 닥치지 않아서 실감은 안 나지만 너무나 간절한 마음이에요.”

남편 변희철씨가 말하는 사랑

“남들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지만, 제게는 아내의 장애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저한테 맛있는 음식해주고, 깨끗하게 옷 입히려고 최선을 다하는 사랑스러운 아내일 뿐이죠."남편 변희철씨가 5개월의 고통스런 시험관 시술 과정을 보면서 “아내가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이렇게까지 아내를 고생시켜가면서 아이를 가져야 하는 것인가... 그래도 아직은 태어나지 않은 아기보다는 내 옆에 있는 아내가 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데.... 그런 생각도 했어요.”

<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는 가수 윤도현씨가 내레이션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