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쉬델레! 행운이 늘 그들과 함께 하기를...

 취재가 끝난 후 테잎을 검색하는 날 나의 이런 허튼 감상은 엄연한 현실 앞에 구겨져 버리고 말았다. 하루종일 군부대와 정부측 두 군데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며 촬영 테잎을 검열하며 겪은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서장 외사판공실 측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현지 임업국에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창탕에서 찍은 야생동물과 에베레스트 촬영분이 압수 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하지만 똘똘한 조연출 현기가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 특히 인터뷰는 토씨하나 놓치지 않고 내용을 체크하던 검색원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내가 북경에서 온 감시인에게 말을 붙인 틈을 이용 테잎을 바꿔치기 하여 천금같은 3개의 테잎이 압류 위기를 모면했다. 얼마나 간이 떨리던지. 3개의 공 테잎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2주일 내로 테잎을 보내 주겠다던 그들은 여전히 테잎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는 모양이다.

 주룽지 전 총리를 대성통곡으로 자책케 한 중국 관료의 부패는 티벳 땅에도 예외는 아니다. 서장 외사 판공실은 취재진에게 자신들 멋대로 책정한 차량 렌트비를 주지 않으면 테잎을 가지고 나갈 수 없고 당장 다음날부터 차량과 스텝을 제공할 수 없다며 날강도 같은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끊었던 담배도 이때부터 다시 물게 되었다. 생각 같아서는 문제를 외교적으로 확대해 해결하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프로그램은 나가야 한다는, 테잎은 가지고 가야한다는 PD의 숙명(?) 앞에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러나 이러한 불상사에도 불구하고 2개월간 동고동락한 12명의 티벳 스텝들의 순수함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라사를 떠날 때의 멀쩡한 새차가 검은 연기를 내뿜는 중고로 바뀌어 돌아왔지만 불평 한마디 안 하던 체샹. 티벳 스텝 사이에서 '굵은 똥'이란 별명으로 불리던 목소리 큰 낙천가 푸푸츠린. 그 큰 목청으로 쉬지 않고 노래를 불러댔으니 그 차에 탔던 박창수와 현기는 얼마나 귀가 멍멍했을까. 촬영하다 안보여 찾으면 바닥에 엎드려 불상 앞에 절을 하고 있던 포터 쟈시, 톈진 니마, 우둡 그리고 파상. 인도 출신 가이드라는 이유로 운전기사로 강등 당했지만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으며 사원 촬영 때 아는 스님을 구슬려 무사히 촬영을 할 수 있게 해주었던 자양.

 공항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헤어짐을 아쉬워하던 그들의 정겨운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타쉬델레! 행운이 늘 그들과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