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라이 라마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

 
 20세기 초 티벳을 처음본 서양의 탐험가들을 매료시킨 '하나의 거대한 자연 동물원' 티벳은 구석구석 도로와 철도 혹은 차이나 텔레콤과 같은 공공건물 건설 공사로 '하나의 거대한 공사장'이 되어 있었다. 고임금과 무이자 대부를 해주는 방식으로 한족들을 대거 이주시키는데 성공한 중국 정부는 1986년 티벳의 일부 지역을 외국인들에게 개방하였다.

 취재중 체험한 티벳의 근대화는 놀랄만한 수준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오토바이 타는 승려, 태양열 에너지 이용하는 유목민 천막, 위성수신 안테나를 갖춘 주택 등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중국인 거주자 증가로 인한 수도 라사와 티벳내 중소 도시들은 이제 중국의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다. 호텔, 상점, 카바레, 술집과 홍등가가 즐비한데 대부분 중국인이 고객으로 티벳의 발전은 대부분의 티벳인들과는 무관해 보인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길가 여기저기서 포켓볼을 즐기는 등 도시의 쾌락을 열망하는 티벳 젊은이들의 태도가 결국 티벳인의 몸과 마음 모두를 빼앗게 될 것이라고 계산하는 듯하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로는 중국 전체의 경제적 자유화 와중에서 티벳인들도 두려움 속에 느리지만 독립적인 정신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보다 많은 티벳인들이 '머니 레이스'(money race)에 합류하게되면 결과적으로 달라이 라마에 덜 헌신적이 되어, '자신에 대한 지지를 바탕으로 티벳내의 봉기를 유도,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달라이 라마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 믿고 있는 듯했다.

 주어진 운명에 만족하고 내세에서의 행복을 중시하는 불교도 티벳인들에게 있어 진취적 정신을 갖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더구나 중국정부의 농업, 교통망 등 사회간접 자본에 대한 투자는 티벳인들의 의존문화를 더욱 조장, 경제적 진취성의 조짐은 있지만 정치적인 자치의 획득은 요원해 보였다. 강산이 한번 바뀌고도 남을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찾은 티벳은 나에겐 아니 만났으면 좋았을 '아사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