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도 때도 없이 만성화된 설사의 악몽..

촬영팀은 먼저 두 명의 승려를 모시고 무사 취재를 기원하는 라마제를 지낸 후 서부 마나사로바 호수와 카일라스를 거쳐 구게 왕국, 판공쵸 호수, 소금 호수, 야생동물의 낙원 북부 창탕 니마와 룽마를 촬영하였다. 그리고 카일라스 촬영 후 팀을 나누어 2진은 에베레스트, 쟝체의 농가, 나취의 경마대회를 커버하고 8월 14일 합류하여 나머지 일정을 진행하였다.

수개월간 팩스를 주고받으며 촬영 일정을 협의했지만 어느 곳 하나 제대로 섭외 된 곳이 없어 처음엔 화도 내며 따지다가 나중엔 허허 웃으며 포기하고(하루에 1인당 무려 60달러를 촬영협조비 명목으로 챙긴 그자들이 아닌가!), '현장 박치기'로 일관했던 일(구게 왕국에서는 촬영 테잎을 그 지역 문물국에 맡기고 나중에 찾으러 가는 바람에 편도 2일이 걸리는 그 험한 길을 다시 갔다 오느라 5일간을 허송 세월 하기도 했다)

 달리면 길이 되는 막막한 초원에서 길을 잃어 불곰이 무서워 차 속에서 밤을 지새고 3일 후에야 서로 만날 수 있었던 일, 수리하던 기사가 8톤 트럭에 깔려 머리가 깨져, 가지고 간 약으로 응급처치를 하며 제발 죽지만 말아달라고(병원이 있는 곳까지는 차로 꼬박 하루 거리)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하던 일들 시도 때도 없이 만성화된 설사의 악몽과 함께 떠오른다.

 협찬이 예정대로 성사되었더라도 과연 그 땅에 다시 들어갈 엄두가 났을까. 연출자인 나 자신도 장담 못하겠다. 창탕 취재를 끝내고 서장성 외사 판공실 측이 베푼 만찬 석상에서 그들은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 귀환했다며 과장스레 우리를 축하해 주었다. 또 지금까지 여러 외국 취재진이 있었지만 한번에 20일 이상 취재를 한 것은 처음이라며 우리의 무식한(?) 코리안 스타일을 추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