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생각을 했어
백화점에서 한 바탕 소동이 있으 후 덕구가 날 웃겨 주기 위해 눈물겹게 애쓰는 걸 보면서
사실 나 아픈 거 처음 본 덕구가 더 많이 놀랬을 텐데...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나를 보며 놀랬을 착한 우리 덕구는 무슨 생각을 하고
내게 삼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고 이제 더 많이 아프고 더 자주 쓰러질거라 말해야 하는
병찬이 녀석은 무슨 마음이고 무슨 생각이 들까
우리집으로 들어와서 함께 사는 생각이 기뻐하고 있는 우리 엄마는
내가 아프다는 걸 아시면 ....우리 엄마에게 나는 마지막 희망이고 유세인데...
쓰러진 나를 두고 어찌할 줄 모르던 우리 집사람
정란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미연아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솔직히 지금까지 난 곧 죽어 없어질 내 생각에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딴거 그다지 중요하지도 관심도 없었는데...
어쩌면 떠나가는 나보다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더 슬프지도 모르는데...
아마 나 죽어 없어지면 덕구가 제일 많이 울어 줄거 같아
병찬이 자식을 그때도 가운에 손 넣고 폼 잡고 있을 것 같고
그래도 아마 병찬이 자식...속으로 많이 울거야...멋있는 놈..
덕구 녀석은 아마 소리내서 펑펑 울거야... 좋은 놈...
미연아 넌 어떻까
뜬금없이 나타나 나 곧 죽을거니깐 나랑 살아달라고 떼를 쓰는 날 보는 내 마음이 어떨까
나에 대한 미움이나 원망이 아직 더 많이 남아 있을까
그래도 아직 마음 한 구석에서라도 우리의 사랑이 남아 있을까
나도 참 속 없는 놈이지.. 곧 죽을 놈이 사랑타령이나 하고
근데 미연아 지금 그래서 내 사랑이 더 절실해..
아직 한번도 제대로 내 마음 너에게 다 보여주지도 못했는데
어차피 처음부터 그게 우리에게 허락된 것이 아니라고 해도
그래도 한평생 나 너 열심히 생각하면서 혼자 사랑하면서
가끔 우연처럼 마주치면 '안년'하고 인사할까 아니면 '잘 지냈니'라고 인사말을 전할까
그런 상상하면서 혼자 웃고 울고...
근데 그것마저도 못한다고 하잖아...
지금 아니 처음부터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내가 보고 싶은 것도 오직 하나였는데
알아... 내가 지금 평온한 니 삶을 다시 뒤 흔들어 놓고 있다는거...
너 이렇게 힘들게만 해 놓고 또다시 널 혼자 남겨두고 가야 한다는걸...
미연아...그래도 지금 내게 떠오르는 사람은 너 하나야...
내가 정말 못된 욕심을 부리는 걸까...
내 못된 욕심과 기다림으로 힘들어할 미연아...미안해...
그래도...그래도....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래서 차마 사랑한다는 말조차도 못한다는거 그거...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