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사랑은 자전거를 타고 버스를 쫓아가듯 그렇게 달려가면 되는 건줄 알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기울어지던 우산처럼 내 마음이 자꾸만 그녀에게로만 기울어 집니다. 그렇게 기울어지는 내 마음에 감사하며 오직 그녀의 마음속으로만 내 온 힘을 다해 전력질주를 하려합니다.
그런데... 온전한 내 마음이 그녀에게 닿기도 전에 그 길을 가지마라 막아섭니다. 맹렬히 나를 위협하던 버스보다도 더 감당할 수 없는 놈이 나타나 이제 막 자전거 페달위로 한 발을 올려 놓고 달려가는 나를 가지말라고 가지말라고... 그렇게 숨박꼭질을 하듯 숨어 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서 한없이 울던 그날밤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난 바보처럼 같은 말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뒤돌아선 내 소리를 보지 못하던 그날 밤엔 그녀의 어깨의 흔들림이 덜 했을까요?
지금 이렇게 돌아서는 이 걸음 속에서도 난 그녀의 작은 발자국 소리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쿵쾅거리는 피아노 소리를 틈에서 그녀의 피아노 소리를 한번에 알아 낼 수 있었던 것 처럼...
사람들 속에 그녀를 혼자 남겨두고 뒤돌아섭니다. 절대 잊지 못할 그녀에게 감당하지도 못할 두번째의 작별을 남깁니다.
현지석..
너야말로 꼭꼭 숨겨두고 절대 들키지 말아 너의 마음도 너의 목소리도.... 자꾸만 그녀에게로만 가는 너의 발자국 소리까지도... 그래도 가슴이 하지 못한 말이 뒤돌아 선 지금 자꾸만 나를 괴롭힙니다. 너무 보고 싶었어...그리고 사랑해 난 아직도.... 절대 닿을 수도 없는 이 한마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