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은 날들동안 내가 너를 얼마나 울게 만들까
널 얼마나 더 많이 미치게 만들고 가슴을 아프게 할까

세상엔 다양한 종류의 일들이 있데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일

미연아...
내게는 니가 그래...
지금 니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으면서
어쩔 수 없는...
미안하다는 말도 이제 염치없어서 못하겠어

나란 놈은 마지막까지도 왜 이러니...

우리 할아버지와 니네 할머니도 그랬을까..
어쩔 수 없어서 정말 어쩔 수가 없어서...
지금 우리처럼...

내가 온전하게 너에게 가지도 못하면서
부인이며 자식이며 그리고 암덩어리까지...
온전하게 너 한테 가지도 못하면서
너만 흔들어 놓아서...그래도..
너보고 있으면...그냥 너 보고 있으면..
다 잊을 수 있어서...그냥 다 잊을 수 있으니깐
별로 내세울 것도 없는 내 삶에
넌 유일한 내 빛이고 영원히 가져갈 기억이니깐...

우리 이대로 사라질 수 없다는 거 알면서도
그냥 이대로 둘이 같이 사라졌으면 좋겠어...
근데 어차피 난 얼마지나지 않아 사라질거지만..
넌...넌 다시 혼자서 돌아와야 할텐데...
넌 다시 돌아와야하는데...

나 가고 나서 니가 돌아갈 자리가 없을까봐
그게..너무 미치도록 미안해...
너 힘들어도 내가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게 와준 니가 고마워...
눈물나도록 고마워...
지금 니가 얼마나 힘든지...나 때문에 힘들거라는거 알면서도
그거 알면서도 지금 내게 와준 니가 고마워..
고마워 하는 내가 너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