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그렇게 알게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정말 그렇게 알게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미연아 미안해..끝까지 내가 나빠서...

나 암이래...너무 흔해서 요즘은 완치도 많고 치료하면 사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나는 아니래...나..곧 죽어야 하나봐..

처음으로 죽을 것 같이 아푸더라. 근데 신기하게도
정신을 말짱하게 또렷해졌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이러다간 90일이 아니라 당장 9일도 못 살것 같이 아픈데..
내 머리 속에 내 가슴속에 하나만 떠 올랐어..

이렇게 내 몸이 굳으며 그럼.. 내 마음도 내 머리도 굳어서
그래서 지금껏 한번도 제쳐둬 본 적 없는 널
내 속에 내 맘속에 놓고도 내가 모를까봐...

그냥 멀리 두고 내가 만지고 매일 보지 못해도
그래도 멀리두고 이 세상 어느 공간에 미연이 너도 같이 숨쉬고 있으니깐..
내 속에 니가 있으니깐..그걸로 그걸로 만족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망가지게 너 내버려두고 나온거 벌받는거니깐.
너 없이 그렇게 사는 게... 내겐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근데 이대로 정말 끝나는건 이대로 정말 죽는건
그래서 너랑 같은 하늘에 숨쉬지도 못 하는 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우연이라도 한번쯤 마주치는 행복한 상상도 못하는건
그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그니깐 미연아.. 나 삼개월만 살게해줘..
어차피 나 지금까지 죽은 듯  있었고 앞으로도 죽으라고 하니깐...
그니깐 내게 남은 삼개월 동안은 나 살게해줘

한번만 더 너를 사랑한다고...아직도 너를 내가 죽는 그 순간까지도 너를
사랑한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게...나 삼개월만 살아가게 해줘...

너도 나 아직 잊지 못하잖아..아니 한번도 나 잊은 적 없잖아...
우리 지금까지 꼭꼭 숨기고 살았으니깐..
그니깐 삼개월만 우리 숨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