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죽을 것 같은 아픔을 겪으면서도 죽음이 무섭거나 두려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렇게 이쁜 혜진이를 앞에두고는 이 죽음이 조금은 두렸습니다.
그다지 재미없던 내 결혼에 혜진이와 함께 했던 순간만큼은 내 웃음은 진심이었습니다
내게 진심으로 웃게 만들어준 고마운 우리 혜진이를
아직 너무 작은 우리 혜진이를 두고 가야만 하는 이 죽음은 두렵습니다.
함께 해 준 이 시간들을 부디 우리 혜진이가 오래도록 아주 오래도록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시간들 속 틈틈히 때때로 기억하면서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미연아...
지금 내가 하는 이런 생각들이 너에게는 얼마나 미안한지 몰라
내가 알 수 없는 시간 속에서 혼자 싸우고 있을 너...
왜 내가 너에게 갔을까..아직 내 맘속에서 너 이름조차 편히 부를 수도 없었으면서
우리가 안된다는거 우린 다시 만나기만 해도 서로에게 눈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걸 알면서도..
너도 나도 서로 그렇게 오랫동안 비틀거리면서 겨우 겨우 자리 잡고 살아가고 있었을텐데...
내가 아프다는 이유로...마지막이라는 이유로...
널 또 다시 오랫동안 비틀거리게 만든 것 같아서...
잘 지내야하는데...정말 그래야 하는데...

내가 너를 안으면 안을 수록 가시가 자라 서로가 아플 뿐일 텐데...
마지막일 내 가슴이 자꾸 너를 안아서
그동안 꼭꼭 누르고 눌렀는데
마지막이라고 자꾸 떼를 쓰던 내 마음 때문에..
너를 아프게 해서....

너를 사랑하고 니가 있던 그 모든 기억들이 아직도 내게 남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처럼  어쩌지 못하는 내가...우리가....

지금은 이 지독한 사랑이 참 싫어져...널 두고 가는 것 보다
우리 서로 사랑한게 너에게 가시가 되버린게 그거 더 아파....
그래서 한동안 아주 오랫동안 내가 없는 곳에서 또
아파할 너에게....내 사랑과 내 죽음이 두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