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느껴져.. 예전보다 더 많이 아파서가
아니라 내 몸의 힘이 더 많이 빠져나가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내 머리속이 더욱
또렷해지며 차분해 지는 걸 느껴 그래서 인지 고마운 사람들이 더 고맙고 미안한
사람들에게는 더 미안해... 그리고 더 많이 더 미치도록 그립고 사랑스럽기만
한 너 미연이... 그래서 더 많이 너무 사랑해서 이제 나 혼자 견뎌야 하는 걸
알아... 내가 없더라도 너 혼자 두게 되더라도 네게 남겨준 삶이 힘들지 않게 나보다
수십배는 더 멋진 그 사람에게...그 사람에게로 돌아가려면... 이제부터 나 혼자
견뎌야 한다는 거 알아... 오랜만에 니가 치던 피아노 소리를 들었어... 한번도
그렇게 생생하게 들린 적이 없었는데... 너무나도 뚜렸하게 들려 노파말처럼 정말
내가 이렇게 죽어가는 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 한편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어.. 이렇게
완전하게 널 내 가슴이 내 기억에 담고 갈 수 있겟구나... 나 살아있음 미연이
너를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죄가 되고 그래서는 안되는데 이제는...이제는 마음껏..내
마음이 가는대로 널 내 가슴에 담을 수 있겠구나... 지금도 여전히 내 죽음이
두렵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알아...이건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도 나누어서도 안된다는 거 그게 너여서는 더더욱 안된다는거... 나만
담고 갈게...제주도에서의 우리...자취방에서의 우리...그리고 다시 만난우리... 너의
웃음소리...귀밑머리를 넘기는 니 손길...피아노 소리... 그리고 날 위해 울어주던
니 울음소리까지... 그렇게 다 담고 담아서 누르고 또 눌러서 그렇게 가지고 갈게 넌...넌...내가
가고 나면 다 잊어버려... 그냥 넌 제주도의 푸른 물빛과 햇살만 기억해... 그럼
가끔 들리는 파도소리가 나이고 따뜻한 햇살이 나일테니깐...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인 미연아....사랑했었어.. 그리고 영원히 마음으로 조차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