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이던 한 남학생이 이었습니다.
버스만 보면 주제도 모르고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고
호기심도 많고 친구가 전부인 줄 알았던 놈이
어느날 교무실에서 출석부를 들고 선생님 흉내를 내던 한 여학생을 보았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그 여학생을 가슴에 품고 제 기억 저 깊은 곳 까지 깊숙하게 박아 놓은 게..
사랑이란게 서로 마음만 있으면 모두 다 행복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어서...
미치도록 보고 싶은데 더 이상 보고싶어 해서는 안된다고 해서...
그래서 그녀를 누구보다 더 냉정하게 그 어떤 놈보다 비열하게
그렇게 그녀를 떠나왔습니다.

그 상처가 얼마나 크고 아팠는지는 누구보다 당신이 더 잘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그녀에게 준 그 모든 상처를 처음부터 그런 상처따위는 주지 말았어야 했지만
그 상처를 보듬어 주고 어루만져 주고 싶었던 것도 나였는데....
그녀의 상처를 그렇게 아물게 하고 기억 저 편으로 밀쳐놓게 해 준  당신이
너무도 고맙고 또 고마운데.... 마음 한편으로는
당신에게 화가 납니다. 무작정 화가 나고 질투가 나서
내가 아프다는 거 내가 결혼했다는 거 내가 그녀를 버렸다는 거
그 모든 것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그녀에게는 형편없고 용기 없는 제가 감히
당신에게 염치없는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아니 부탁이 아니라 떼를 쓰고 싶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그녀...그리고 저에게는
교복을 입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아파서 쓰러지는 그 순간에도
얼마지나지 않아 영원히 눈 감을 그 날까지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내 가슴에 있을 그녀를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만 허락해 달라고....

내게는 백년같을 단 하루라도
온전한 그녀의 남자로 그리고 저의 그녀이길...

멱살을 잡히고 따귀를 맞을 소리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녀니깐... 함께 있었던 그 짧은 추억에서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 전부일 그녀이니깐.. 그러니깐...
이렇게 미친 놈처럼 부탁드립니다.
당신의 사랑을 잠시만 아주 조금만 허락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