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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 할머니 이어진 75세
▶연기자 : 김은영
늘
너그럽고 따뜻하여 아이들은 할머니를 우리 집 천사 할머니라고 부릅니다.
아이들만 아니라 동네사람들도 모두 어진 할머니를 무척 좋아합니다. 오년 전까지도 반찬 가게를 운영하던, 어진 할머니는 지금 일을
쉬고 있어도 천성이 부지런한 탓으로 무언가 일을 찾아 하십니다.
보건의사인 아들이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들 찾아가는 날, 반찬 가져다 줄 수 있도록 준비해주기도 하고, 들과 산에서 야생화를
캐다가 뜰에 심어 작은 야생초 정원을 가꾸기도 하고 ... 자식은 어버이를 묘에 묻지만 어버이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던가요? 할머니에게
셋째 기태는 아직 살아 있는 아들입니다. 시신을 수습하지 못 했기 때문에 할머니는 더더욱, 혹여 아들이 어딘가 살아 있을까봐, 혹시라도
어느날 집에 돌아올까 봐 물꽃마을을 떠날 수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밤이면 창문을 열어놓고 잠을 잡니다. 아들이 부르면 들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또 하나 할머니에게 근심이 있습니다. 5.18 당시 군인이었던 둘째 아들 정태 씨가 동생을 잃은 충격으로 군복을 벗어버리고 좋아하던
여자와도 헤어져 버리더니 다시는 여자를 만날 생각도 않고 나이 오십이 가깝도록 혼자 살아가는 것입니다. 아들 셋을 낳아 하나는 잃고
하나는 총각귀신 만들게 생겼으니 속이 그야말로 썩을 지경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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