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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가 시연 그림을 보고 앉았는데, 동규가 들어온다. 민규, 얼른 그림을 덮
는다.
동규 너 이거 봐.
미대 입시책을 두어권 준다.
동규 오늘 출판사 가서 얻었다. 미술대학 안내서들이래. 잘 봐.
민규 (받아서 본다)
동규 학원은 등록했니?
민규 아직.
동규 뭘 하구 아직두 안해? 빨리 해, 알았어?
민규 네.
하는데 문소리 들리고 영규의 휘파람 소리 들린다. 동규가 불쾌한 얼굴로
돌아보며 기다린다. 영규가 신나게 휘파람을 불며 들어온다. 약간의 알콜기
가 느껴진다.
영규 …어? 형 있었수?
동규 …쏘아본다.
영규 왜 그렇게 고약하게 쳐다보는 거유? 꼭 무슨 흉악범 쳐다
보듯 하네. 나를?
동규 너 아주 무척 신나나 부다?! 사람 그래놓구? 고민두 안해?
영규 그러지 말우, 형?! 형하구 좀 다르다구 날 매도하면 안되
지? 다시 말하지만 형하구 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다
른 놈이야! 형이 외눈으로 좁게 세상을 본다면 나는 헤드
라이트 같은 큰눈으로 좀 크게 세상을 본달까?
동규 크게 봐? 비뚤어지게 보는 게 아니구?
영규 형이 살아가는 방식…좋아! 좋은데, 그걸 나한테까지 강요
하지는 마?! 사람은 원래 착하다. 이게 맹자냐? 난 그 맹
자보다, 성악설을 주창한 사람이 누구냐? 민규야?…순자?
아니 참, 고자던가? 아무튼 그 친구가 난 더 마음에 들어!
형! 참, 내가 아이스크림 사왔는데 하나 잡수시우?
하고 손에 든 봉투에서 아이스크림콘 하나 내민다. 동규, 보다가 그걸로 영
규 얼굴을 한 대 쳐버린다.
동규 나쁜 자식. 너 이 죄를 다 아떻게 받을려구 이러니?
영규 형. 요즘 그 주먹 자주 쓰는 것 같은데, 별루 세지두 않은
주먹 자꾸 그렇게 쓰지 말우? 버릇되우, 응?
동규 그 여자, 내일 모래 퇴원한다니까, 네가 퇴원시키구 돌봐
줄 아줌마도 네게 다 구하구 그래…! 알았어?
영규 (웃는다)
동규 네가 이런 식으루 회피하면 부득이 아버지께 말씀 드리는
수밖에 없어! 그리구 아버지가 아시면 일이 어떻게 되어갈
지는 나두 예측 못해, 알지?
하고 나간다.
영규 하…! 폭력에 협박까지? 민규야, 저 친구 좀 늘었다?
민규 …(본다)
영규 하이구, 등신! 인상 팍팍 써가며 드러내놓구 고민해야 고
민이냐?
하다 보니 민규가 있었다.
민규 …
영규 너, 이거 빨리 닦구 이불 펴! (바닥에 떨어진 아이스크림)
영규, 벌렁 눕고는 눈감는다.
민규 …(바라본다)
영규 (눈 흭뜨며) 뭘봐 자식아! 빨리 이불 펴라는데?!
민규를 쥐잡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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