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대본 제49회)



제 49회

S#11. 수경 작은방 (낮)




상옥이 걸레로 방을 열심히 닦으며 힐끔힐끔 영규 눈치를  본다. 영규가 길
게 널부러진 허공을 보며 생각에 빠져 있다.

상옥            …오빠!
영규            (모르고)
상옥            (쾍) 짝은 오빠!
영규            (깜짝 놀라 일어난다) 뭐?
상옥            좀 비켜주라구!
영규            …기집애가 소리를 지르구 그래? 사람 놀라게?

영규, 보고 그제서야 조금 비켜 주고는 그대로 누웠다.

상옥            (눈치보며) 근데 오빠, 요즘 그 여자 안 보이데? 야채가게 
                여자. 혹시 오빠가 어디루 멀리 이사 보내 버린 거 아냐?
영규            (얘가 뭘 아나 싶어 노려본다)
상옥            진짜 안 보여, 그 여자?
영규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구 빨리 나가! (쫓아낸다)
상옥            방 다 닦구 나가야지, 닦다 말구 그냥 나가?

안 쫓겨나며 끝까지 방닦는다.

상옥            아이구 누가 방을 닦는지 물칠만 했구나, 이게 뭐야?

S#12. 계순 가게




민규가 들어선다. 계순은 카운터에 있다. 여자가 반색하며 맞는다.

여자            어서 오세요?

하고 보니 민규다.

여자            (찔끔한다) 아이고…동상 아들 오네?
민규            ?
아줌마          민규 왔니?
민규            안녕하세요?
계순            왔니?
민규            네.
아줌마          이거 금은방에  배달인데…내가  가야겠다. (뚝배기   같은    
                것)
민규            아뇨, 제가 갈께요.

하고 집어드는데 여자가 얼른 와서 가로챈다.

여자            내가 간다! 내 퍼뜩갔다 올게!

얼른 말릴 틈도 없이 들고 나간다.

아줌마          이봐요, 어딘줄 알고 마냥 들구 나가요? 이리 내요!
여자            금은방이라며? 저기 당구장 옆에  금은방 딱, 하나  있대?   
                거기 맞지? 성님?

하고 얼른 나가버린다.

아줌마          …아유, 뭐 저런 비위가 있을까? (고개를 흔든다)
민규            엄마 저 여자 누구예요? 혹시 그 사람?
계순            …앉아라.
민규            저 여자가 왜 여기 있어요?

계순 그 말에 쓰게 웃는다.

아줌마          곧 갈거다. 민규 뭐 좀 먹을래?
민규            아니예요.
계순            아줌마. 나 집에 좀 들어갈께요.

	S#13. 분식가게 골목
	여자, 음식쟁반 들고 가며. 여자 비키소! 비켜요! 쏟아져도 난 모릅니다?

S#14. 계순방




모자 막 들어와 민규 말에 놀라서 돌아보는 계순.

계순            영규 얘기가 확실하대?
민규            네.
계순            어떡하니? 영규 결혼해야겠구나?
민규            작은형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나부던데?
계순            그럼 그 여자 가여워, 어떡하니?
민규            몰라. 그것보다 엄마, 그 여자를 돌봐줄 사람이 아무두 없
                대요.
계순            왜?
민규            식구두 없구 혼자 산대요.  고안가봐. 형수가 그것 때문에 
                큰형하구 말다툼하구 그러던데요?
계순            애낳구 그래두 두이레  정도는 누가  산간을 해줘야 할텐
                데? 그렇게두 돌봐줄 사람이 없어?
민규            그렇대요. 근데, 엄마 아까 그  아줌마 어떻게 된 거예요? 
                그 이사장인가 그 아저씨 찾아온 아줌마 맞죠?
계순            …맞아. 맞는데, 너 신경쓰지마.
민규            왜 또 왔대요?
계순            확실히 말하는데 엄마 다시는 그런 식으루 그 사람들한테 
                절대 안 당해! 그러니까 아무 걱정마, 민규야!

S#15. 홍여사 마당

상옥이 대문을 열어주다가 놀란다. 옥주가 들어오는데 화장도 하고 가발도
쓰고 했다.

옥주 상옥아, 나 섹시하지 볼래? 짠!

하고는 바바리를 펼친다. 안에 드러난 속이 깊이 파인 옷과 싸구려 악세사
리들이 주렁주렁하다.

상옥 으. 야하다…!
옥주 솔직히 말해봐, 이뻐, 안 이뻐?
상옥 …기집애 즈 엄마 생활비를 보냈다더니, 다 쓰구 왔구나
너? 어떡할려구 그래?
옥주 야 시연이 언니 가는 거 보니까, 인생 아무 것두 아니더라
구! 부잣집 딸이면 뭐하냐, 나 죽어버리면 그만이지. 그래
서 난 인생관 바꾸기루 했어!
상옥 네가 뭐 바꿀 인생관이나 있었냐? 그건 또 뭐야?
옥주 너랑 나랑 세트루 사왔어. 이거 그냥 보면 웃겨두 무대에
서 조명발 받으면 왔달거야…! 야! 니것두 빨리 해봐!

하고는 악세사리가 든 비닐봉투. 열려고 하는데, 상옥 눈이 반짝한다.

상옥 야, 잠깐만!
옥주 뭐?
상옥 너 있지. (하고는 귀속말을 한다. 너 우리 오빠 한 번 유혹
해봐라 하고)
옥주 (킥킥 웃는다) 싫어, 야!
상옥 해봐! …저 인간 축 쳐져 있는 거 못 봐주겠단 말야! 죽은
시연이 언니를 데려다 줄 수두 없구…!

S#16. 수경 작은방

영규가 심각하게 생각 중이다. 미숙이 일을 어떻게 할까. 옥주가 눈치보며
들어온다.

옥주 영규 오빠…?
영규 (돌아 눕는다)

보니 옥주다. 제대로 보지도 않고.

영규 상옥이 없니? 그럼 안채에 있나 부다. 글루 가봐.

하고 다시 돌아눕는다.

옥주 저 상옥이 보러온 거 아니예요. 오빠.
영규 ?
옥주 오빠아. 저랑 영화구경 갈래요?
영규 뭐?
옥주 나, 영화 하나 보여주세요. 오빠아!

옥주가 애교를 부리며 영규를 흔든다. 영규를 향해 교태를 부리며 웃는 옥
주.

영규 ?

영규 일어나며 옥주 머리를 콩하고 때린다.

영규 이 쬐그만 게 이게! 머리에 쇠똥두 안 벗겨진 게, 어디서
교태야, 교태가! 빨리 그 옷 안 올려?

옥주 얼른 어깨를 올린다.

영규 이쪽두!
옥주 (무안해서 얼른 그쪽도 올린다.)
영규 기집애가 어디서 그렇게 헤프게 굴어, 굴기를?

영규, 야단치다 보니 상옥이가 힐끔 들여다 보고. 사라지는 게 보인다.

영규 박상옥! 일루 들어와! 빨리 !

상옥 들어온다.

상옥 …왜?
영규 일루 와서 꿇어 앉아! 빨리!
상옥 왜 그래, 오빠?
영규 빨리 안 꿇어 앉아?

상옥 하는 수없이 옥주 곁에 와서 둘이 꿇어앉는다.

영규 쪼끄만 것들…! 니들 세상에 제일 보기 싫은 게 뭔줄 알
아? 여자 헤픈 거야! 어디서 이것들이 오빠를 갖구 놀아!
놀기를?

영규, 곁에 있던 신문으로 두 아이 머리를 내리친다.

상옥 아야!
옥주 아파요, 오빠!

S#17. 수경 식탁

수경 부모가 수한 애주 부부를 불러 차마시며 얘기중이다.

수경부 니들, 다른 계획서는 없니?
수한 네, 없습니다. 저한테 투자하시란 말씀 다신 안 드릴테니
깐요, 그냥 지금처럼 우리 네 식구 평생 밥만 먹여주세요!
밥 조금씩만 먹을께요!

부모 놀라서 본다.

수한 지들, 이렇게 그냥 살겠습니다!
수경모 …애 말하는 것좀 봐? 아주 인제 삐딱하게 나오네? 밥만
먹구 살아지니? 진하 지민이 학교두 안 보낼꺼야??
수한 집에서 시키죠 뭐! 부모가 다 대학 졸업생들인데, 뭐 초등
학교, 중등학교 과정 못 가르치겠어요? 이 사람 피아노두
잘치죠, 무용두 잘하죠. 저두 체육 잘하구요, 예체능두 걱
정 하나 없어요!
수경부 서예, 바둑 같은 특별활동은 내가 맡아주마! 그거 좋겠다!
수경모 …여보?

애주 속상하고.

수경모 (화난다) 아버지가 너 전공 살려보라구 하셨잖아? 근데 왜
이렇게 나와?
수한 자신없어요, 엄마! 괜히 자신없는 일 시작했다가 그야말루
아버지 집이나 홀랑 날려버리면 어떡해요?
수경모 어떻게 안된다는 생각부터 해?
애주 진하 아빠두 나이 들었나봐요, 어머님. 무조건 겁부터 난
데요, 이젠.
수경모 얘가 아부지 앞에서 무슨 나이 타령이야? 기가 막혀서!

하는데, 인터폰이 울린다.

수경모 누가 왔나부다. 가서 문이나 열어줘, 얘!

애주에게 신경질을 낸다. 애주 가고 하는 사이에.

수경모 또 실속없이 집구경이나 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일어
나며) 사지두 않을 사람들이 왜 그렇게 구경들은 오나 몰
라!
수경부 너, 나랑 하남 들어가서 농사 안 지을래?
수한 농사요?
수경모 (놀라서 돌아본다)
수경부 본격적인 농사야 경험이 없어서 힘들겠지만, 묘목기르기
같은 건 배워가며 시작할 수 있을 거야!
애주 아가씨와요, 어머님!

수경모 그러면서도 일어난다.

S#18. 수경 친정 안방

수경, 와서 수경모에게 신세 한탄을 한다.

수경모 아니 그래서 너는 뭐라구 했어?
수경 기가 차서 아무 말두 안했죠! 상관하지 말라는데 내가 뭐
라구 해?
수경모 동규두 암말두 안해, 자기 동생한테?
수경 말이야 하지만, 뭐 먹혀 들어가야지!
수경모 박서방, 지 동생한테 못 이기니?
수경 못 이기는게 아니구 말이 안되니까 아예 상대를 안하려구
하는 거죠. 엄마 나 어떡해요?
수경모 모른 척해! 너두 그럼! 즈이 형제들이 모른다는데 네가 왜
아는 척을 하니?
수경 어떻게 모른 척을 해요? 내일 당장 퇴원인데?

모녀, 신경들이 날카롭다.

수경모 글쎄, 그 여자가 가엾긴 하지만, 퇴원을 하던 말던 일절
아는 척 하지 말란 말야!
수경 왜 엄마가 화를 내세요?
수경모 너하구 다니는 게 꼴 보기 싫어서 그래!
수경 …!
수경모 뭐. 휴직기간 동안 영어공부를 해? 컴퓨터를 배워? 잘두
배운다!
수경 (화난다. 발딱 일어난다) 엄마보구 도와달란 말하러 온 거
아니니까 상관하지 마세요!
수경모 상관 안해, 글쎄!

수경, 나가버린다.

수경모 아주, 영덕 박씨 집안에 해결사났구나, 너?

S#19. 홍여사 마당

재천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왜 우리가 예정대루 식을 못 올릴 
                것 같은 예감이 드신다는 겁니까?
홍여사          그게요, 꼭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재천            아니 왜 그렇게 되느냐구요?
재천            아니, 그냥 예감이라니깐요!
홍여사          무슨 예감이 그런 예감이 있어요?
재천            뭔가 얘기가 있으면 말씀을 하세요?
홍여사          둘째, 아드님 얘기 정말 하나두 모르세요?
재천            우리 영규말입니까?
홍여사          네, 영규요. 모르세요.

하는데, 수경 화가 난 얼굴로  문을 따고 들어온다. 막  얘기하려던 홍여사, 
멈칫한다.

재천            아가, 너 오니?
수경            네, 아버님.
홍여사          …수경이 오니? (겁먹는다)
재천            자, 하시던 말씀마져 하시죠? 우리 영규가 어떻다구요?
홍여사          아니예요, 저 박선생님 들어가셔서 좀 주무셔야죠!

홍여사, 도망치듯 들어간다.

재천            저 양반 왜 저러시지?
수경            …
재천            얘, 혹시 영규한테 무슨 일 생겼니?
수경            …
재천            가만있자, 걔네 회사 부도난 것 갖구 저 영반 저러시는 거  
                구나?

S#20. 수경 신방




수경, 피곤하고 짜증나서 누워버린다. 홍여사가 몰래 들여다본다.

홍여사          수경아, 나 말 안했어. 진짜야?
수경            이모! 왜그러세요, 정말루?
홍여사          솔직히 내가 너무 너무 걱정되구 그래, 얘! 니네 집 꼭 무
                슨 대형 초특급 태풍 전야 같아서 죽겠어!
 
하는데 전화가 온다.

수경            …여보세요.
민규            형수, 저예요.민규요.
수경            데련님, 왜요.
민규            엄마가 잠깐 형수님께 하실 말씀이 있다는데요?
수경            그래요? 그러세요. 그럼. 잠깐 (하고는) 이모, 나 전화받아
                야 해!  
홍여사          알았어. 나, 진짜 말 안했다? (하고 삐쳐서 나가준다)
수경            …말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