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회
     

S#1. 홍여사 마당(저녁)


영규, 칵테일 한 잔 먹고 들어온다.




영규            상옥아, 민규 왔니?(눈 번쩍이며)
상옥		오빠, 오빠, 있지, 나 그 여자 봤다?!
영규            무슨 여자?
상옥            오빠 제대하구 나서 어떤 여자가 영덕 우리집 찾아왔었       
                지? 그래갖구 오빠가 등대쪽으로 데리구 막 욕해서 쫓아  
                보낸 여자! 있잖아!
영규            … 미숙이?
상옥            이름이 미숙이야?  아무튼 그 여자가 우리동네 산다?!
영규            뭐? (기겁) 얘가 무슨 소리 하고 있는 거야?




하고는 급히 주위 살피며 상옥을 휙 끌고 운동기구 쪽으로 간다.



영규		…너, 다시 말해봐! 그 여자가 어떻다구? 여기 살어?
상옥		응! 저 아래 시장에서 장사해!
영규		무슨 장사?!
상옥		반찬가게! 야채두 팔구 생선두 팔구, 나물 같은 것두 팔구!
영규		…나물?
상옥		응! 더덕, 고사리, 뭐 그런 산나물 같은 것있잖아!
영규		(맞구나!) 근데 너 어떻게 그 여자를 알아?
상옥		그때, 우리 영덕 살 때, 오빠가 말년 휴가 나왔을 때 
		누가 밖에서 찾으니까 오빠가 나갔잖아! 그때 내가 몰래   
                따라


나가서 다 봤지롱?!



영규		오빠 군대 있을 때 그 여자하구 연애했었지? 그래갖구 제
                대하면서 오빠가 찼지? 그지? 맞지?



상옥은 임신은 모르고 가볍다.


영규		…조용해!
상옥		하하하! 그래서 옛말에 뭐 그런 거 있잖아! 원수는 외나무 
		다리 아래서 만난다?! 그여자가 일루 시집와서 살게될 줄
		은 오빠 꿈에두 몰랐지?
영규		시집 와서 산다니? 결혼 했대? 
상옥		응!




영규, 희망 느낀다.




영규		네가 어떻게 알아, 결혼했는지! 사람들이 다 새댁! 새댁! 
		그래!
영구		…!
상옥		근데 오빠, 그 여자 앙큼 하더라? 내가 오빠 이름 대면서 
		혹시 박영규씨 알아요? 그러니까 모른다구 딱 잡아 떼던
		데?
영규		잡아떼?
상옥E		응, 모른데!
영규		야, 그러면 그 여자 아니가 부다! 야! 너 혹시 비슷한 사람  
                을 잘못 본 거 아냐? 그 여자가 서울 와서 살 여자 아니  
                라구!
상옥		… 그 여자던데? (자신이 없어질려고 한다)
영규		아냐! 아냐! 걔가 여기 와서 살 리가 없어! 너 다른 사람
		을 잘못 본 거야!
상옥		…근데 그 여자 우리집에 온 적두 있다?
영규		뭐? 왜 왔는데?
상옥		새언니가 그집 단골이거든! 배달왔지 뭐! 또 올 거야. 그럼 
		그때 오빠가 봐! 맞나, 안 맞나!
영규		(이게 무슨 소린가?)
상옥		아, 근데 어쩌면 안 올지두 모르겠다, 그치? 우리 집인줄 
		알고선 어떻게 오겠어? 나 같아두 재수없어서 안 오겠지 
		뭐!



안집쪽으로 가며



상옥		아, 그리구 오빠. 새언니, 아파서 친정 갔어.




영규는 혼자 화단가에 앉는다.



상옥		새언니, 아파서 친정 갔다니까!
영규		어디가 아픈데?
상옥		좀 아프대….
영규		알았어! 들어가!




상옥, 들어가고 영규는 머리가 복잡하다.



영규		…아, 복잡해! 그 기집애가 설마하니…일부러 일루 이사온
		건 아닐테지?! … 시집을 갔다구?…어떤 놈인지 땡 잡았
		네!(한가닥 미련 느끼고) (일어서며) 아냐! 아닐 거야! 미
		숙이 일리가 없어!



믿고 싶지가 않다.



S#2. 미숙방(밤)

미숙, 혼자 불안하게 앉아있다. 상옥과 옆집 여자가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상옥E 		영덕에 와보셨죠?
상옥		…혹시 박영규라는 사람 아세요?



등등 할 때의 모습.



미숙		하! 박영규! 내가 즈이 집 턱밑에 와서 사는 거 알면 기분  
                좋을 거다!


미숙, 오기가 솟는다.



옆집		너 무섭구나? 세상에 남자 앞길을 이렇게 막는 법이 어
		딨니?



미숙, 괴롭다. 그러나 순간 마음을 고쳐 먹는다.



미숙		난 몰라! 될 대루 되는 거지 뭐! 만나자면 만나지는 거구.
		아니면 아니구! 그때 그때 닥치는 대루 하구 살 거야!



미숙, 돈 전대 풀러놓고 침 발라가며 돈계산을 하기 시작한다.



S#3. 수경 친정 식탁(밤)

수한과 애주가 늦은 밥을 먹는다.




수한		체, 엄마는 우리가 이 시간에 겨우 저녁 먹는데 내다두 안
		보시네?
애주		아가씨 약 먹이시는가 봐요!
수한		여보 ㅡ 우리 어쨌든 돈 벌자! 몽땅 벌자! 부모자식 간에
		두 잘 살아야 해! 그래야 대접받구 하지! 부모한테 받는 
		설움이 남한테 당하는 것보다 더 서럽다! 
애주		그거 인제 알았어요?
수한		두구봐! 내가 꼭 재기에 성공해서 엄마 아부지한테 받은 
		이 섭섭한 마음 꼭 갚아드릴 테니까!
애주		(눈 흘기고)




하는데 인터폰 울린다.



애주		(가서) 누구세요? 어머, 이모님이시네?




가서 문 열어준다. 수경모가 안방에서 나온다.



수경모		누가왔니?  박 서방이니?
수한		박서방이 금방 갔는데  또 와요 ? 엄마 머릿속엔 그저 수
		경이 부부밖에 없구나?
수경모		시비 걸지마, 나 속상하니까.




하는데 홍여사가 우족 두 개를 사들고 수경 문병을 왔다.



홍여사		언니!
수경모		너 다 늦게 왜 왔니?
홍여사		수경이 좀 어때? 걱정이 되서 왔지, 뭐.
수경모		잔다, 이건 뭐야?
애주		아가씨 해먹이라구 우족 사오셨네요! 어머님!
수경모		하이구 얘는! (받으며 웃는다)
홍여사		언니가 책임지구 수경이 빨리 기운 차리게 해줘! 맏며느리
		가 튼튼해야지, 집안이 좋잖아!
수경모		?
수한		이모, 인사 좀 합시다?
홍여사		어마, 너 있었구나. 장사 잘 돼?
수한		이모, 언제 국수 먹여줘?
홍여사		어머, 얘들은! 몰라 몰라, 얘!



홍여사, 부끄러워 하고.


S#4. 홍여사 마당(밤)



영규, 골치 싸안고 생각중인데 동규가 나온다.



동규		너 안 들어오구 뭐하니?
영규		형수 아프다구?
동규		응.
영규		형수한테 좀 잘 하슈!




하고 들어가 버리려 한다.



동규		너, 민규한테 신경 좀 쓰라구!




그 말에 영규 획 돈다.




영규		…내가 신경 안 써두 쟤, 잘사는데? 왜?
동규		쟤, 힘들어해.
영규		지가 뭐가 힘들어, 지가? 힘든 사람은 나야! 형! 나야말루 
		힘들게 산다구!



영규, 화내며 들어가 버린다.




동규		저자식, 왜 저래? 큰소리 뻥벙 칠땐 언제구?




동규, 영규가 안 하던 소리를 하자 좀 불안하다.


S#5. 수경 작은 방(밤)

영규, 들어온다. 민규가 음악을 듣고 있다가 얼른 일어나 앉는다. 영규, 힐
끗 민규를 돌아본다.




민규		…형, 지금 와?
영규		어…그래!




영규 하고는 외면하고 옷만 벗는다. 말없이



민규		…(불편하다)
영규		…(불편하다)




영규, 씻으러 나갈려고 내의 등 챙겨서 나가다가 들며



영규		오늘은 뭐 했니?
민규		…오늘…? (놀라서 보는)
영규E		너 뭐 죄 졌냐? 왜 그렇게 놀라서 봐?
민규		…
영규		그냥 인사루 물어보는 거야. 그렇게 정색해서 쳐다보지마, 
		임마!
민규		…
영규		…형이 너 힘들어 보인다구, 나보구 좀 도와주라구 하던   
                데. 너 이제 다 컸잖아! 그러니까 네 일은 네가 해결해. 알  
                았어?
민규		…
영규		내일만 해두 머리가 아프니까 나두! …우리 각자 살자!




영규, 찬바람 일으키며 세수하러 나가버린다.




민규		…(죄의식)



S#6. 수경 친정 방(밤)

수경이 자나다 눈을 든다. 수경모가 방안을 훔치고 있다.




수경		또 잤나봐, 내가, 그지 엄마?
수경모		그래, 자구 또 자라… 아주 푹자.
수경		엄마, 우리 동규씨 , 전화 안 했어?
수경모		그래, 니네 동규씨, 전화 안했다!
수경		(웃고) … 아빠 서재서 주무시면 춥지 않으실까?
수경모		춥지않아! 거기!
수경		나 내일은 우리집에 갈래.
수경모		잔소리 말구, 푹 잊어버리구 며칠 쉬었다 가. 이모가 너 
		먹이라구 우죽 두 개 사놓구 갔으니까, 그것 끓여 다 먹구 
		가.
수경		이모가?
수경모		그래…(웃으며) 지가 뭐 그새 느이 시어머니라두 되는 것 
		같이 나더러 너 잘해먹이라구 신신부탁까지 하구 가더라?
수경		…엄마, 엄마는 어때? 우리 아버님이랑 이모 결혼하는 거  
                좋아?
수경모		왜? 넌 안 했으면 좋겠니? 너두 좋다며?
수경		처음엔 좋다구 생각했는데…걱정되는게 있어.
수경모		뭐가?
수경		사람하는게, 맨날 좋은일만 있는 것 아니잖아? 이모, 울   
                아버님하구 결혼해서 살면서 마음 상하구 부대끼구 그럴  
                까봐, 걱정돼.
수경모		글쎄, 그런데 지가 좋다구 가겠다는 걸 어떡해?
수경		엄마가 결혼을 하게 된대구…좀 천천히 시간을 두구 하라
		구 그렇게 좀 말해줄래요?
수경모		너 왜그래? 뭐 있구나?
수경		…뭐가 있는 건 아닌데, 엄마…(하다가) 엄마 혼자만 알아  
                야 돼?
수경모		그래.
수경		우리 막내 데련님 있잖아? 엄마가 다른 거 알지?
수경모		알지!
수경		그 엄마가 나타났어.
수경모		어머나! 다시 살자구?
수경		그런건 아닌데, 데련님이 식구들 몰래 만나구 그러나봐.
수경모		그 여자는 어때, 혼자 살아? 시집갔어?
수경		난 몰라, 동규씨가 얘기 안 해줘서 잘모르는데, 아무튼…
		복잡하잖아요? 우리 아버님 아시게 되면 한바탕 난리가 
		날거라구 또.
수경모		그렇겠다…그 집은 맨날 바람 잘날 없니? 그러니 니가    
                배가 안 아프니?



하는데 전화 온다.


수경		동규씰 거야!




얼른 받는다.



수경		여보세요? 응! 나야 ! 동규씨, 응 … 금방 깼어!




하고는 수경모 더러 나가라는 눈빛, 손짓으로 애교부린다.



수경		알았어!



하고 흘기고 나간다.


S#7. 수경 신방(밤)

동규가 전화를 한다.




동규		뭐 좀 먹었어?
수경		그래! 먹었어! 나 없으니까 좋지?
동규		그래, 엄청 좋다! … 아픈 건 어때?




다정하게 전화를 하고



S#8. 수경 거실

수경모 나오자 수경부가 앉아서 책보고 있다.



수경모		왜 안 주무시구, 나와 계세요?
수경부		당신이 옆에 없으니까, 잠이 와야지. 일루 와 앉아요! (옆
		으로 오라고)
수경모		(눈흘기면서도 가서 앉는다)
수경부		수경이는?
수경모		지 남편하구 전화해요… 원 지 색시가 입덧을 한다구 뭐  
                하나 사들구 올 줄을 아나, 아니면, 엽렵하게 굴기를 하   
                나…뭐가 그렇게 좋를까? 쟤는?
수경부		당신은 내가 어디가 좋아요?
수경모		(눈흘기고 웃으며) 내가 언제 당신 좋다했어요?
수경부		당신이 날마다 눈으로 말하잖아요? 나 당신 사랑해요! 이
		러구?



수경모 웃는데, 수경부 손을 잡는다.



수경부		당신 수한이 내외한테 그러지말아요. 착한 척 하는 위선두 
		나쁘지만 못된 척 하는 위악두 못써요!
수경모		알았어요, 그러지 말자 하면서두 걔들만 보면 자꾸 험한 
		말이 나와요. 조심할께요. 근데 여보, 어떡해?
수경부		?
수경모		이거 수경이가 비밀이라구 말하지 말랬는데… 글쎄 수경  
                이 사둔있잖아요. 옛날 여자가 나타났대?
수경부          사둔이? 여자?
 


비밀이 금방 없어진다.



S#9. 수경 작은 방(밤)

민규, 영규 각각 다 못 잔다. 등 돌리고 누운 형제.


영규		…

민규		…



전화가 온다.민규가 얼른 일어난다.



민규		여보세요?
시연E 		민규씨? 나 시연이!



민규 당황한다. 민규 들고 나가며 영규가 자는가 본다. 영규 모른 척 눈감
고 자는 척 한다.


S#10. 수경 마루

민규 들고 나온다.



민규		네, 말해요.
시연E		형은 자요?
민규		네.
시연E		계속 통화중이던데. 누구랑 전화했어요?
민규		난 아닌데? 우리 큰형인가 봐요.
시연		그럼 우리 얘기 좀 할래요?
민규		…
시연E		나 오늘 참 재미있었어요. 민규씨는요?
민규		나두요, 아프지 않았어요?
시연E		아니,  좋아요!  민규씨,  나  눈썰매  타는데.  가구싶어요. 
		나 좀 데리구 갈래요?
민규		…네…다음에요… 내일 낮에 전화 할께요.
시연		알았어요, 안녕! 잘자요!
민규		…네, 안녕….





민규 끊는다. 마음이 무겁다. 고개를 묻고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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