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대본 제29회)



제 29회

S#1. 홍여사 안방


홍여사, 끓인 대추차를 보온병에 정성껏 부어 넣는다. 얌전히 흘린 것 닦아
내고는 미소짓고 혼자 재천이 하던 말 되새겨 본다.

재천E  		언제 새벽에 수산 시장에 한번 나오세요! 내, 맛있는 국
		밥두 사드리구 시장 구경두 시켜드릴께요. 북적북적한 게 
		구경할만 해요! 꼭 한번 들르세요?

여러 가지 옷들을 들고 이것저것 바꿔 입어본다.

홍여사		…새벽이니까 산뜻하게 보여야 할까? …이건 너무 튀겠   
                구? …요게 낫겠다…!

신경을 많이 쓴다.

S#2. 홍여사 마당


홍여사 보온병을 들고 조심스럽게 나온다. 마당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동규네 집안쪽 신경을 쓰며 나간다. 나가려는데 중문에서 영규가 신문을 들
고 들어온다.

홍여사		어머나!
영규		교수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홍여사		네에… 굿모닝.
영규		신문 찾으시면 여기 있습니다.!

공손히 내미는데.

홍여사		…아뇨, 먼저 봐요! 난 좀 다녀올 데가 있어서…

하고 보온병을 은근히 감추며 나가는 홍여사.

영규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깍듯이 인사하며 뭘 감추고 나가나 궁금해 한다.

홍여사		(어색하게 웃고 나간다)
영규		(궁금해하고) 이 시간에 보온병을 들고 어딜 가시지?

S#3. 수경 신방

수경이 조용히 밥하러 나가려고 집안에서 입는 옷을 입고 있다.

동규 수경아
수경 (깨어있던 것 몰라서 돌아본다)
동규 …(몸 일으키며) 우리 받아들이자.
수경 …뭘 받아들여? (화나서 알면서)
동규 아이, 낳자.
수경 내가 알아서 한댔잖아. 동규씬 상관마.

하고 일어나려는데 동규가 팔을 챈다.

동규 알아서 한다는 말이 뭐야?
수경 …동규씨가 평소 원하던 대루 해주겠다구!
동규 …화내지 마. 화낸다구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
수경 그러면…? 날더러 하하 웃으며 이 상황을 받아들이라구?
결혼할 때 동규씨, 어떻게 했어? 내가 당장은 애 안 갖겠
다구 하니까 자기…뭐랬어? 다 알아서 조심해 주겠다구,
했어 안했어?
동규 …미안해, 내가 부주의했어… 하지만, 어쨋건 생긴 애 아
냐 낳아서 잘 기르자. 우리…
수경 그래! 어쨋건 동규 씨의 조심성 없는 행동으루 해서
생겨난, 계획성 없는 애! …난 좀 생각해 봐야겠어!
동규 생각하구 말구, 분명히 말하는데 너, 다른 생각은 안돼! 절
대 안돼!
수경 …그런 식으루 말하지 마. 결정은 내가 해!
동규 아니, 내가 결정한대루 해!
수경 …이런 식으루 생긴 애를 어쩔수 없다는 핑계루 얼렁뚱땅
낳구, 얼렁뚱땅, 와글와글 복잡하게 살구? 아니, 난 싫어
정말루!
동규 목소리 낮춰! 아직 이른 시간이야.
수경 …이 상황에 날더러 애까지 낳으라구? 백동규 씨 너무 염
치 없는 거 아냐?

수경, 낮게 말하고 나가버린다.

S#4. 수경 마루


영규, 막 신문 보며 들어오는데 수경, 방에서 나오며 쏘아부친다.

수경		…자기가 결정한대루 하라구? 난 그냥 따라가기만 하라   
                구? 자기자 그렇게 잘났어, 응?

수경, 말하고 돌아보니 영규가 좀 놀란 얼굴로 보고 있다. 수경, 화난채 얼
른 주방으로 내려가 버린다.

S#5. 수경 신방


동규가 화나서 서있는데, 문 조금 열리고 영규가 들여다 본다.

영규		형수 왜 저래?
동규		…상관하지마.
영규		상관 좀 해야겠수! 아니, 어떻게 식전부터 여자한테 저런 
		모욕적인 소릴 듣는 거유? 응? 우리 박 씨 가문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유, 이건?
동규		…나가.
영규		제발, 존경받는 남편 노릇좀 하슈? 응? (나간다)
동규		존경받을 만큼 인품이 못된다. 난.
영규		(다시 돌아서)형 오래하는데, 인품 훌륭하다구 존경하는
		거 아냐! 깡패 두목들, 인품이 훌륭해서 부하들이 존경하
		겠수? …무서워서, 겁나서, 존경하는 거야! …참고루 하슈!
		응?
동규		도대체, 어떻게 보여서 여자가 아침부터 저렇게 기어올라?

혼잣말처럼 한심해 하며 나간다. 동규, 속상해 섰다.

S#6. 수경 주방


수경, 계란 거품기로 쌀을 씻고 있다. 신경질 내며, 영규, 와서 부른다.

영규		형수!
수경		말씀하세요!
영규		…형수님!
수경		(하는 수 없이 돌아본다)
영규		…
수경		네….
영규		거품기를 그렇게 이용하는 건 처음 봅니다?
수경		…(다시 일하려는데)
영규		저기 말이죠, 강아지 길러 보셨죠?
수경		?
영규		(똑바로 쏘아보며) 자기네 강아지라구 주인이 똥개야, 똥
		개야 하구 이리 갈 때 차구, 저리 가며 또 차구 하면서 
		천대하면요, 동네사람들두 다 차는 법입니다!
수경		…!
영규		형한테 너무 함부로 하시지 마세요.

영규, 하고는 확 들어가 버린다.

수경		…(휙 돌아본다. 신경질 나서)

S#7. 시연방


시연이 누워있는데 시연모가 물렸던 온도계를 뽑아서 본다.

시연모		…아직 미열이 있다. 
시연		(일어나 앉으며) 엄마. 영규 씨 언제부터 일 시킬거야?
시연모		그 사람이 그렇게 좋니?
시연		재밌잖아요! (웃는다)
시연모		오늘부터 나오라구 할 생각이었어.
시연		월급은 얼마 줄건데요?
시연모		일하는 것 봐갖구 줘야지! 엄마가 자선 사업가는 아니니   
                까!
시연		그럼 내가 전화해? 오늘부터 나오라구?
시연모		그러는 거 아냐. 갤러리 미쓰리 시켜서 정식으루 통고를 
		해야지. 내려와라. 아침 먹자. (나가려 하는데)
시연		오면 무슨 일부터 시킬건데, 엄마?
시연모		(웃고 나간다)

시연, 엄마가 나가는 것 보고 전화를 누른다.

S#8. 수경 작은방


영규, 신문 보고 민규는 아직 자고 있다.

영규		박민규! 일어나! 일어나서 이부자리 치우구 그래, 빨리!
민규		(하는 수 없이 일어나서 치운다.)
영규		담요랑 갖구 나가서 탈탈 털어와!

민규, 시키는대로 하는데 영규 핸드폰이 온다.


영규		여보세요? 시연이니? 응, 나야….
민규		(담요 들고 나가다가 돌아본다) (시연이구나)
영규		…그래?  어, 알았어! …그래, 내가 가서 보구 결정할게!   
                어쨋건 고맙다! (나가는 민규를 돌아보며) 그런데, 내가 가  
                게 되면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거냐?

민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