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대본 제29회)



제 29회

S#11. 홍여사 거실


홍여사 실망해서 들어온다. 혼자 주저 앉는다.

홍여사 		…(괴롭다) 너무한 거야! 이건 너무하잖아!

홍여사, 일어난다. 들어가려다가 돌아선다. 커텐을 단단히 쳐서 유리창을 막
아버린다. 그리고 들어간다.

S#12. 홍여사 안방


홍여사, 들어와서 보온병에서 따뜻한 김 오르는 대추차를 따른다.

홍여사		대추차는 아직 이렇게 따스한데…!

홍여사 한잔 따라 마시고는 속상해서 아주 드러누워 버린다.

S#13. 수산시장


재천아 한구석에 앉아서 담배피며 쉬고 있다. 리어카 등 틈에 숨듯 앉아서 
친구가 두리번거리고 오다가 찾아낸다.

친구		재천아….
재천		어, 왔냐?
친구		너 왜 여기 이러구 있냐? 소주 한잔 하러 가자.
재천		싫어 ! 오늘은 안 할래.
친구		왜? 어디 아프냐?
재천		아니, 그냥 술좀 줄일까 하구.
친구		아니 천하의 박재천이가 술을 줄이겠다구?
재천		뭐 맛이 나야 말이지! 바다를 끼구 앉아 마셔야 제맛이 나
		는데… 여기서야 맛이 나니?
친구		그래두 얘, 노동일이라는 게 막소주 기운으루 하는 건데   
                한잔하러 가자! 덕분에 나두 한잔하게! 잡아끈다.

S#14. 시장 국밥집


두 사람 국밥 놓고 소주도 마시고 한다.

친구		너 오늘 기분이 왜 그러냐? 뭐 기분 나쁜 일 있었냐?
재천		아냐! 자 들어라.
친구		(재천이 주는 잔을 받아 마신다)
재천		너, 참 그것 좀 알아봤니? 민규 엄마?
친구		아, 그거? 알았다! 민규가 일하던 카센타 있잖아? 그 백
		사장 마누라가 계순이 친구더라구!
재천		(놀라서 본다) 그래? 그래서 좀 알아봤아? 어떻게 사는지?
친구		내가 생각이 나서, 가서 물어봤지! 혹시 소식 아느냐구? 
		그랬더니, 모른다구 딱 잡아떼던데?
재천		…모르나 부지….
친구		그런데 그게 좀 이상하더라구! 아는 눈치 같은데, 딱 잡
		아떼는 그런 거 있지?!
재천		왜 그래? 
친구		글쎄 말야, 그래서 내가 알면 가르쳐주쇼! 했더니, 아니 시
		집가서 잘사는 여자를 왜 괜히 묻느냐구 팩 토라져서 그
		러던데?
재천		…(술이나 마신다)
친구		그런데 너 그 여자 소식이 그렇게 궁금해 하니?
재천		…못 잊어서 그런다, 보구 싶어서! (훌쩍 일어난다)…됐냐?

S#15. 미숙 가게 앞


신장 개업의 작은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 미숙. <산채 야채 전문> <숙이네 
가게>. 미숙이 무겁고 커다란 나물 푸대들을 정리하고 있다. 미숙, 자루를 
내놓는데… 옆집 가게 여자가 못마땅해 한다.

상인1 		아줌마! 그걸 거기다 두면 어떡해? 치워!
미숙		여기다 좀 둬야겠는데요?
상인1 		남의 가게 옆에다 그런 걸 두면 안되지! 당장 치워!
미숙		(말없이 그냥 둔다)
상인1 		이거봐! 아니 사람 말이 말 같지가 않니?
미숙		…언니, 나두 장바닥에서 컸어요, 텃세하지 맙시다.
상인1 		어머나? 이 여자 봐?
미숙		나, 열일곱 살때부터 장바람 맞아가며 컸다니까?! 괜한 일
		루 일부러 시비걸구 그러지 맙시다. 응?! 힘든 사람들끼
		리….

은근히 겁주듯 하고는 자루를 탁탁 쳐서 자리잡고 놓는다. 상인1 건들지 말
아야겠다 싶어 눈만 흘긴다.

S#16. 홍여사 마당


재천 들어온다. 자기방으로 가려다가 힐끗 홍여사 집쪽을 한번 본다. 커텐
이 굳게 쳐진 홍여사 마루다. 들어가려다가 힘껏 샌드백 한번 치고는 들어
가버린다.

S#17. 수경 작은방


재천이 들어와보니 민규가 혼자 조용히 앉아서 시연의 얼굴을 그리고 있다.

민규		(후다닥 치우며) 아빠… 지금 오세요? 아침 차려 드릴까   
                요?
재천		아저씨가 오셔서 같이 먹었다… 배개나 주라.
민규		(배개 내려 드린다.)
재천		(누으려다가) 아, 이것부터 좀 발라다우!

파스를 꺼내주고는 앉는다.

민규		…(아프구나 싶다)
재천		(허리를 가리키며) 여기 따라 내려가며 두어장 붙여봐
		라!
민규		많이 아프세요?
재천		아냐, 좀 뻐근해서….

민규 붙여 드린다.

재천		어… 시원하구나. (맡긴 채) 민규야.

민규, 아빠가 측은해 보인다.

민규		아빠… 좀 주물러 드릴까요? (엎드려 누운 아버지의 허리  
                를 정성껏 주물러 드린다)
재천		(누워버리며) 영규 여자 친구 키두 훌쩍 크구 멋쟁이더구
		나 너는 여자 친구 언제 데려올 거냐?
민규		…(엷게 웃는다)

S#18. 시연모 빌딩 (낮)


영규가 시연모와 외국인 손님들을 모시고 다니며, 건물을 소개하고 있다.

영규		(영어로) 여기는 콘써트 홀입니다.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만, 음향 효과면에서는 만족하실 걸루 생각합니다.
손님		(연주 관계자로 보여지는) 손님을 초대할 수 있는 곳을 보
		고 싶습니다.

영규		? (시연모를 돌아본다)
시연모		미스타 박, 립셉션장을 말씀하시는 걸거야.
영규		아…(하고는) 연회장을 말씀하십니까?
손님	 	그렇습니다…!
영규		그러시다면 아주 멋있는 장소로 바루 안내 해드리겠습니
		다. 이리루 오시겠습니까?

영규, 자연스럽게 안내하고, 시연모 영규의 응대에 만족한 얼굴로 뒤따라간
다.

S#19. 만찬장


영규가 일행을 안내한다. 

영규		이곳입니다! 귀하는 콘서트장에서처럼 여기서두 만족하실
		것입니다!
손님 		좋습니다! 그 밖에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무엇무  
                엇입니까?
영규		레슨실과 연주자의 휴게실 그리고 인터넷 써비스를 해드
		립니다.
손님		(만족해서 고개 끄덕이고)

시연모도 만족해 한다. 영규도 시연모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는 걸 본다.

S#20. 시연모 사무실 입구


시연모, 영규 들어온다.

시연모		미스타 박, 수고했어요.
영규		감사합니나.

시연모만 들어간다. 영규는 밖에서 문닫아주고.

시연모		아버님은 뭐하시는 분이야, 미스타 박?
영규		…장사하십니다.
시연모		그래요? (웃고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