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대본 제29회)



제 29회

S#31. 분식골목


민규, 오다가 본다. 계순이 급하게 쟁반을 들고 배달을 가는 게 보인다. 민
규, 보고 서있다. 이사장을 본 이후 민규는 엄마에 대해 실망하고 가게에 
안나오고 있는 중이다. 힘들게 들고 가는 계순. 민규 멀리서 노려보고 서있
다가 돌아서 가버린다.

	S#32. 홍여사 마당
	재천, 나와서 목을 돌리고 하는데, 홍여사가 나오다가 놀라서 도로 들어간 다.

S#33. 홍여사 거실

홍여사 놀라서 얼른 들어오는데, 노크 소리가 난다.

홍여사 …누구세요?

하는데 문 열리고 재천 들여다본다.

재천 좀 물어봅시다. 교수님, 아침에 시장에선 왜 그러구 가셨
습니까?
홍여사 네?
재천 제가 노동일을 하는 걸 보니 아는 척 하기가 부끄럽던가
요?
홍여사 아, 아니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재천 그렇다면 그렇다구 똑바루 말씀을 하세요! 그렇던가요?
홍여사 아니예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재천 …그러면 마지막으루 하나 더요! 교수님은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믿으세요, 없다구 믿으세요?
홍여사 …없죠! 직업에 귀천이 어디있어요? 미국의 위대한 대
통령 아브라함 링컨이 말했듯이 천한 직업이란 없다! 단
지 천한 사람만 있을 뿐인거죠!
재천 링컨이구 코닥지건간에 남의 생각을 말하지 말구 교수님
자신의 생각이 어떤가 묻는겁니다! 천한 직업, 있어요, 없
어요?
홍여사 …없어요!
재천 아뇨! 있어요! 난 있다구 생각해요!
홍여사 (놀라서 본다)
재천 …사장이구 회장이구 간에, 하구 싶지 않은 일을 먹구 살
자구 억지로 하구 살면 그게 바루 천한 거구요, 힘들어두
보람 느끼며 한다면, 그게 비록 노동일이라구 해두 귀한
작업이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닐까요?
홍여사 …맞죠 …네…
재천 나는 시장판에서 막노동일을 합니다만 내 힘으로 빌어먹
구 살 수있다는 것만으루두 늘 행복했어요!
홍여사 …
재천 내가 땀흘려 가며 번 돈으루 우리 아들놈들 반찬두 사먹
이구, 용돈두 주구 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구요!
홍여사 …
재천 그런데 아침에 교수님이 절 피하시는 걸 보고 많이 섭섭
하더군요! …슬프더군요…!

재천, 말하고 문닫고 나가버린다. 홍여사 울고만 싶다.

	S#34. 홍여사 마당
	재천, 자기집쪽으로 들어가려는데, 홍여사 문 드르륵 열리면서. 홍여사 …박선생님…! 재천 …?

S#35. 미술학원 (같은 날)


민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동료 학생이 누가 밖에서 찾는다고 한다. 민규 
놀라본다. 계순이 보고 서있다. 민규 모른 척 그리던 그림을 계속 그린다 
그러다가 문득 일어난다. 입구로 간다.

계순		너 엄마하구 얘기좀 해.
민규		…

S#36. 학원 근처 카페정도

민규와 계순이 앉아있다.

계순 왜 가게 안 나오니?
민규 …
계순 아저씨 때문에 기분 상해 그러니?
민규 …
계순 내가 너를 그냥 아르바이트 학생이라구 해서 그런 거
니?… 전화루 얘기 했잖아. 그 사람한테 네가 있단 말 아
직 못했다구.
민규 앞으루두 하지 마세요.
계순 뭐?
민규 저두 그 아저씨가 저 아는 것 싫어요. 그러니가 말하지 말
라구요.
계순 …민규야!
민규 엄마 말이 맞아요. 우리 그냥 모르는 사람들루 사는 게 좋
을걸 그랫어요! 그럼 엄마두 나 때문에 곤란하지 않아두
되구, 그 아저씨하구 잘 사실 수 있구 좋잖아요! 지금 부
터라두 그렇게 해요, 우리! (비꼰다)
민규 (일어난다)
계순 앉아…!
민규 (앉는다)
계순 넌, 엄마가 혼자 살기 바랬니? …평생 만나보지두 못할 너
만 가슴에 품구, 그렇게 살아주기 바랬어?
민규 ….
계순 식구두 없이 남한테 천덕꾸러기처럼. 아파두 돌봐줄 사
람두 없이 혼자 살다가 혼자 늙어 죽었으면 네 속이 시원
하겠더냐?
민규 …
계순 나는 네가 나 깨끗이 잊어버리구 느이 식구들하구 재미나
게 살기를 바래구 또 바랬다!
민규 …
계순 …만나지 말구 살걸 그랬다구?? 그래, 그러자… 만나지 말
구 살자! 너는 너대루 나는 나대루 그렇게 살자!

계순 일어난다. 계순, 나가버린다. 민규 그대로 앉아있다.

S#37. 홍여사 안방


재천과 홍여사 술상을 놓고 앉아서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홍여사		저두요, 알구 보면 가여운 여자예요! 남들이 교수교수 하  
                지만요, 제가 솔직히 뭐 진짜 교순가요? 저 책은 엄청 읽  
                었지만, 사실 고등학교 졸업장밖에 없어요! 대학원요? 물  
                론 다녔죠. 두개나 다녔는데요, 그건 등록금만 주면 누구  
                나 다 들어가는 그런 대학원이죠!
재천		그런 거였어요?
홍여사		네! 그런 거였어요! 제 연구소요? 여성 평생 생활 패턴 연
		구소요? 그거 이름만 거창하지, 아무것두 아니예요! 그런 
		연구소라두 있어야 강의 요청이 오니깐요. 그냥 하나 만든
		거예요. 근데 월급 육십만원 주구 데리구 있던 전화받는 
		애두 지난 연말루 내보냈어요! 저 그런 사람이예요! 박선
		장님! 저 잘난 거 하나없는 아주 평범한 아니, 평범 이하  
                의 여자예요!
재천		나두 그래요! 나두 잘난 거 하나 없어요!
홍여사		박선장님! 제 소원이 뭔줄 아세요?
재천		뭡니까? 
홍여사		여보 소리 한번 해보는 거요. 엄마 소리 한번 들어보는 
		거요. 남자한테 바가지 한번 긁어보는 거요.

홍여사, 울고 만다.

홍여사		…

S#38. 수경 친정 안방


수경부가 사고 누운 엄마를 위로하고 있다.

수경부 		여보, 기운을 내요! 아, 내가 여기 있잖고!

하는데 문 열리고 수한이 들어온다.

수한		엄마… 아부지.

하고는 문서를 내놓는다.

수한		잘못했습니다. 사과할게요, 엄마.
수경모		그냥 나가. 나 너 꼴두 보기 싫으니까.
수한		한가지만 알아주세요. 저 이러구 있는 거 아주 편한 것만  
                은 아니라는 거요.
수경부		나중에 얘기하자. 엄마가 편찮으시잖냐?
수한		잠을 못자요, 저… 운동삼아 새벽에 신문이라두 돌려볼까  
                하구 실은 보급소에두 가봤어요. 거기두 자리가 없더군요.

수경모가 놀라 일어난다.

수한		솔직히 육체노동할 용기는 아직 없구요. 노점이라두 해보
		겠어요. 미우시겠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좌송합니  
                다.

하고 나간다. 수경부모, 멀거니 나가는 아들 뒤통수를 본다.

수경모		(너무나 가슴이 아프지만) 여보, 쟤… 거짓말일거예요. 그
		죠? 거짓말 하는 거예요. 재! 지가 어떻게 신문을 돌린다
		구 해요? 그죠?

수경부 속상하다.

S#39. 수경 마루 (저녁)


재천, 민규 빠지고 동규, 영규, 수경, 저녁식사 중이다. 상만 차려두고 그냥 
들어가는 수경.

영규		형수는 식사 안해요?
수경		네, 자중에 먹을게요. 좀 쉬었다 나올게요, 저….

하고 들어가 버린다.

영규		또 하는 얘기지만. 인제 어지간 하면 형수, 들어앉히슈, 
		형? 형수가 벌면 얼마나 번다구 피곤에 절어서 밥두 못먹
		구 저게 뭐유?
동규		…
영규		생활비 같으면 나두 거들게. 나 취직했수.
동규		?
영규		웨이터두 아니구. 드라이버두 아니야.
동규		…
영규		아, 거 뭐하는 데냐구 인사치레라두 좀 물어봐 줘!
동규		…뭐하는 데냐?
영규		준재벌쯤은 되는 사람 부인의 재산 관리인.
동규		(픽 웃는다)
영규		웃는 거유? 그래, 웃구 싶으면 웃으슈.

S#40. 수경 신방


수경, 지쳐 누워있다.

동규		밥좀 안 먹을거야?
수경		좀 있다 먹을게.
동규		나, 인쇄소 야근이야, 다녀올게.
수경		그거 봉수 씨 일 아냐?
동규		그 친구 좀 덜렁거리잖아? 지난번처럼 또 오자 나올까
		봐 내가 가볼려구.
수경		…
동규		…빨리 포기하구 편안해져라.

하는데 배개를 던진 수경.

수경		(벌떡 일어나 노려보고 있다) 포기가 내 인생 목표 아냐! 
		자기는 고과 높일려구 야근하러 나간다면서 나한테 어떻
		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