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회
      

S#1. 수산시장 정도 (아침)
활기 넘치는 수산시장 안. 물건들…. 좁은 통로마다 오가는 사람들…. 좌판에 넘치는 생선들. 그 사이를 친구 따라 다니며 상회마다 인사를 하는 재천. 분주한 시장통. 해장 좌판으로 들어오는 재천과 친구. 

친구            아주머니, 여기 해장 둘이요!


주인 예- 하고. 

친구            소주두 한 병 주시구!


하고는 앉아 기다린다.
 



친구            나아 참! 경기가 없기는 없나부다, 야! 품 파는데두 기다
                리라니?
재천            며칠만 기다리라잖아? 까짓거, 기다리지 뭐.
친구            너 다른 일 할래? 경비 같은 거?
재천            싫어 , 그래두 어시장에서 비린내를 맡구 살아야지!
친구            그래, 맞다! 평생을 비린내 맡구 살았는데 뭐… 어이구!
재천            야… 시끌덤벙한데 오니까 야, 난 기운난다. 야!


재천,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로 얼굴이 밝다. 


친구            뭐 시끌덤벙해서 기운이 나?  옆에 새끼들 끼구 살게 되서 
                기운나겠지! 그 끔직한 새끼들…!
재천            하하하!


하는데 국밥과 소주가 온다. 재천이 따라준다. 받는 친구, 기분이 묘하다. 


친구            나아 참, 너를 여기다 떨어뜨려 놓구 나 혼자 내려갈 생각을 
                하려니 기가 막히다. 내가!
재천            허어, 참 그 자식! 되게 칭얼거리네! 아, 너 활어 갖구 올때
                마다 볼 거 아냐!
친구            그래두 어디 그러니? 40년 넘게 참 지겹게두 붙어 다녔는
                데…!
재천            아주 울어라 울어!
친구            자아식! 전 아주 교수님 옆에 있다구 좋아 죽는구나!
재천            뭐? 허허허. 오냐, 그렇다!
친구            아주 그냥 나두 다 팔아치우구 확 올라와버려?

S#2. 수경 거실
수경, 이층에서 내려오다가 잠깐 미안한 얼굴로 멈춰선다. 수경부가 신문을 보고 앉아있다. 수경모, 덥힌 우유팩을 뜯어가며 급하게 주방에서 나온다. 


수경모          얘, 너 이거라두 한잔 마시구 나가.
수경            싫어 엄마.
수경모          이것두 안 마실거면 가지마 회사!

팩 뜯어서 바로 마실 수 있게 펴서 내민다. 수경 하는 수 없이 받아서 조금 마시는 시늉한다. 

수경모          더 마셔!
수경            엄마아…!(작게 짜증)
수경모          다 마셔! 다 마시기 전엔 너 못 나가!

수경모, 단호하다. 수경, 하는 수 없이 마신다. 수경모, 딸에게 한방울이라 도 더 먹이고 싶어서 지키고 서있다. 


수경모          …체할라, 천천히!
수경부          씹어서 먹어라. 우유는 씹어서 먹는 게 좋아요.

신문 보며 모른 척 수경부가 참견을 한다. 수경, 부모를 대할 면목이 없다. 수경, 목이 메는 것 같은 얼굴로 다시 우유를 마셔본다.

S#3. 수경 마루
민규가 신방을 돌아보며 부지런히 국을 푸고 밥을 푸고 한다. 동규가 옷을 차려입고 출근 준비를 하고 나온다. 

민규            아침 잡숫구 나가세요, 형님.
동규            나가서 먹을 게.
민규            좀 잡숫구 나가세요, 추운데!
동규            (그 말에 돌아본다)
민규            (얼굴을 얼른 돌려 버린다)
동규            …(민규가 봐놓은 상 앞에 가서 앉는다)

민규가 더운 밥을 갖다 놓는다. 동규, 국에다 밥을 두어술 떠서 만다. 


동규            넌 안 먹니?
민규            예, 먼저 잡수세요.

하는데 상옥이 후다닥 뛰어든다. 손에 두부 한 모 사들고. 


상옥            아이고, 늦었구나!
민규            누나.
동규            너 웬일이냐?
상옥            (벌써 겉옷 벗고 상차림 보고 하며) 오빠 밥 해먹일려
                구 왔지 뭐. 오빠, 잠깐만! 이 두부 뜨끈뜨끈 해! 김치하고 
                싸서 먹구 가!

벌써 썬다. 


동규            됐어, 관둬.
상옥            다 됐어, 다 됐어! 큰 오빠 생두부 좋아하잖아!

주섬주섬 썰어서 상에 놔준다. 먹기 좋게 동규 앞으로 밀어주는 상옥. 


동규            …
상옥            아부지는?
민규            아저씨랑 수산시장에 가셨어.
동규            니들두 일루 와서 먹어.

동규, 민규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기라도 할 듯 몸을 좀 움직인다. 


상옥            그래, 우리두 같이 먹자.

상옥이 수저랑 챙겨서 온다. 민규도 밥 푸는 등 돕고. 

상옥            큰 오빠, 올케 언니 언제 와요? (그냥)
민규            (얼른 동규 얼굴 훔쳐본다)
상옥            (대답 기다리지 않고) 언니 올 때까지 밥이랑 빨래랑 청
                소랑 다 해줄테니까, 나 하루에 3만원씩 줄래요… 큰오빠 , 
                응?
동규            …차비 없니?… 자…
상옥            한 장만 더, 응? 큰오빠?

민규가 쿡 찌른다. 흘기며. 


상옥            왜그래, 너?

S#4. 회사 엘리베이터 안
수경이 엘리베이터에 혼자 타고 있다. 단추 막 누르는데 동규가 들어온다. 두 사람 얼른 시선을 비킨다. 동규가 단추 눌러 문이 닫히려는데 팀장이 급히 온다. 


동규            안녕하세요? 
수경            (얼른 얼굴 바꾸며) 안녕하세요, 팀장님?
팀장            지겹지들두 않니, 둘. 응?
동규            네, 지겹습니다.! (우스개로 받아주고)

문 닫히고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S#5. 회사 복도
세 사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팀장            윤수경씬 좋겠다!
수경            ?
팀장            이렇게 처가집에 헌신적인 남자는 내 처음 봤다구!  우리 
                처가두 이번에 부도 맞았잖아. 근데 난 박주임이 수경씨 
                오빠한테 하는 것처럼 도저히 못하겠더라구. 
                서방님 잘 모셔?

하고는 화장실로 간다. 동규, 무안해하며 수경을 본다. 수경은 챙피하고 분하다. 

수경            하! 아주 우리 오빠 부도냈다구… 사내방송을 하셨군요?
동규            (그냥 들어가 버린다)
S#6. 동욱네 집 앞 



스팀이 나오는 동욱네 차. 깨끗한 차를 털고 또 털며 현관쪽을 바라보는 
영규. 오래 기다린 듯 하다. 현관쪽에서 동욱의 아버지 같이 사장티 나는 
사람이 나온다. 얼른 가서 문을 열고 공손하게 절하고 기다린다. 동욱의 아
버지가 신문 들고 탄다. 영규, 문을 공손히 닫아주고 고개 들다가 아차 한
다. 시연네 남자들이 자기를 보고 서있었다.

영규            (들켰구나!…)


영규, 기사석으로 간다. 영규,  앉아서 시동 걸고 차 출발시킨다. 차 움직여 
나간다. 영규가 모는 차가 남자들 곁을 지나간다. 영규, 힐끗 본다. 남자들 
확실한 비웃음을 보낸다. 모른척 가버리는 얼굴의 스스로를 향해 비웃음이 
짙다.

S#7. 미숙 마을버스 길 



미숙, 차를 타려고 걸어온다. 옆 가게 여자와 동네 부인이 목욕탕을 가려고 
나오다가 묻는다.

옆집            미숙아, 일찍 어디 가니?
미숙            서울.
옆집            신랑 만나러?
미숙            응. 병원두 가구.
옆집            좋겠다! 다녀와라!


서로 스쳐 지나간다. 미숙 걸어간다.


옆집            (보다가) 얘, 이제 조금씩 표가 난다, 너?
미숙            (가기 배 내려다보고 웃는다) 진짜?
옆집            그래, 얘! 봉곳하다! 맛있는 거 많이 사달라구 그래. 
                박병장 더러!
미숙            (웃고 간다)

S#8. 홍여사 마당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옥이 빨래를 한아름 해서 조립식 행거에 걸고 
있다. 남자들 양말이 여러 컬레고 남자 팬티 등이 많다. 홍여사가 운동복
으로 내다보다가 은근히 찡그린다. 운동기구, 빨래 등이 싫다.


홍여사          아가씨, 그 빨래 꼭 여기다 널어야겠어? 뒤곁 같은 데 좀 
                안 보이는대루 널면 안 될까?
상옥            거긴 해가 안 들던데요? 교수님?
홍여사          …그렇지만 아무래두 여긴 좀 그렇다…. 
                삼각, 사각… 흉하잖아?!
상옥            …알았습니다.
홍여사          …근데, 마당은 누가 물청소 했어?
상옥            하면 안되요? 제가 했는데요?
홍여사          아니, 하면 좋지 왜? 깨끗해서 하는 소리야! 
                부지런하구나, 이 아가씨?
상옥            제가 원래 좀 그래요, 교수님!


하는데 재천이 대문으로 들어온다. 장을 잔뜩 봐들고.


재천            상옥이 왔구나!… 안녕하세요?
홍여사          시장 봐오시나 봐요?
재천            네.


홍여사, 들어가려다가 코를 흠흠한다.


재천            ?


홍여사 , 안으로 사라진다.


상옥            아부지 샤워좀 하세요! 
                저 아줌마, 지금 코 막구 들어가잖아요?
재천            이놈아, 나한테 무슨 냄새 난다구 그래?
상옥            아유, 찌든 담배 냄새! 아부지, 서울서 사실려면요, 
                첫째 담배 끊구요, 둘째, 하루에 한번 꼭! 사워 하구요! 
                아셨어요?
재천            시끄러! 임마! (수건 벗겨낸다) (씻으러 들어가려고)…
                민규는?
상옥           나갔어요, 아르바이트 갔나 봐요.(장짐 받아들고 들어간다)

S#9. 영규 지하방 


민규가 들어와 기다리고 있다. 영규가 급히 들어온다.


영규            많이 기다렸지?
민규            형 바쁘네?
영규            우리 사장님 연말이라 얼마나 바쁘신지 정신이 없다. 근데 
                무슨 일인데. 급하게 핸드폰 쳤어?
민규            …화 안낸다구 약속하면 말할께.
영규            약속할께. 말해!
민규            큰형, 싸운 거 같아. 형수, 출장간 게 아니구 친정에 있어.
영규            (놀란다) 뭐야? 아니, 가출했단 말야? 이 여자가!
민규            나 말 안해.(화 내버린다)
영규            그렇겠지 뭐.
영규            솔직히 형수 화난 건 무리는 아니다… 그렇게 갑자기 오시
                냐, 아부지는? 나 같아두 열 받지!
민규            아빠 아시면 또 난리 나겠지?
영규            난리 정도냐? 또 형수 친정가신다! 가서 이번엔 아주 들어
                엎는다!
민규            …큰형, 이혼하면 어떡해?
영규            아무리 이혼이야 하겠냐?
민규            아냐! 심각해. 형이 데릴러 가두 안 오나 봐, 형수.
영규            하이구… 등신… 처가에까지 갔다가 그냥 오냐, 
                그걸? 번쩍 들어 업구 오면 될 거 아냐?!
민규            …어떡해?
영규            (시계보고) 아… 뭐가 아침부터 잘 안된더니…. 
                오늘 일진이 왜 이러냐?
민규            작은형은 또 왜?
영규            시연이한테 들킨 것 같아.
민규            ?
영규            …연락이 안 와… 아침부터.


영규, 심각한 얼굴이다.


민규            형이 먼저 연락해보면 되잖아?
영규            해봤지!… 안 받아!
민규            (안된 듯 본다) 형 그 여자가 형 안 만나주면 어떡할건데?
영규            하! 관두는 거지! 뭐 서울에 돈많은 집 딸이 저 하나냐?…
                레츠고!
민규            어디 가는데?
영규            형수한테 가봐야지! 형까지 홀아비로 만들 수는 없잖냐?

S#10. 재즈카페 (낮) 



시연이 혼자 음악 들으며 앉아있다. 뭔가 골똘하게 생각중이다.


남자1E          그 집 아들이 둘 있는 건 사실인데, 하나는 유학 가있구, 
                 작은 아들은 지금 같이 살구 있대요… 
                 시연이 학생 만나는 그 친구는 아들이
                 아니구 운전기사예요.   
                 미스타 박이라고 불리는 운전기사.


시연 혼자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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