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5회
     

S#1. 미숙 셋방


미숙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영규  쪽을 돌아보며 마른 기저귀를 개키
고 있다. 영규는 미숙이 보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른 채 아기를 어르느라고 
야단이다.

영규            우르르르르 까꿍! 우르르르르 까꿍!  으아, 하품한다. 우리 
                박장군! 아하암! 아, 입 한번 엄청 크십니다?!

미숙, 저럴 사람이 왜 그랬나하는 얼굴이다.

영규            앗 뭡니까? 표정 보니까 혹시  또 쉬야 하신 거 아니십니
                까? 제가 잠깐 좀 보겠습니다. …아, 역시  하셨군요! 축축
                하시다구요? 예! 즉각 시정 조치하겠습니다! …충성!

하고는 까불며 새 기저귀를 가지러 돌다가 자기를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미숙을 본다.

영규            (무안) …뭘 봐?
미숙            …(외면한다)
영규            차돌이 기저귀 갈아줘!

미숙,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려 하는데  영규는 무안하게 서서 돌아본다. 하
는데 노크 소리난다.

영규            누구세요?
상옥            짝은 오빠! 
영규            상옥이냐?

영규, 문을 열어준다. 문 열리자  상옥이 옥주와 들어온다. 손에  선물 하나 
사들고.

영규            들어와! 
상옥            옥주두 같이 왔어.
옥주            안녕하세요, 오빠?
영규            어, 그래 어서와라.

영규, 얼굴 바꾸고 맞이한다.

옥주            (미숙 보고) 안녕하세요?
미숙            …어서 오세요.

옥주, 방안 풍경 훔치듯 살펴보고 좀 실망한 얼굴이다.


영규            앉아!
옥주            네.(앉아서 애기 보고) 얘가 차돌이구나! 
상옥            좀 이상하게 생기지 않았니?  다들 이쁘다는데 난 이쁜줄 
                모르겠어?
옥주            요만하면 이쁜 애야, 야!
영규            애들 뭐 좀 주지? 차라두?
미숙            …네.

미숙, 젖은 기저귀 걸레들을 얼른얼른 챙겨서 나간다.

영규            그건 뭐냐?
상옥            오빠 결혼 선물! 우리 둘이 같이 샀어!
영규            뭔데?
상옥            (뜯어본다) 이따 뜯어봐! 비싼 거야!

영규, 열어본다. 이쁜 스탠드가 나온다.

옥주            맘에 드세요?
영규            응, 이쁘다! 잘 쓸게! 
상옥            옥주가 밤에 이 등 켜놓구 보면 어지간한 여자는 다 이쁘
                게 보일 거라구 그래서 샀어!
옥주            야!

그래놓고 두 사람 미숙 흉보는 듯한 기분으로 킥킥한다.

영규            …이 자식들이 또 까불구 그래?

영규, 군밤 한 대씩 주고 아이들 아야!  하며 웃고 한다. 옥주, 주위를 둘러
본다.

옥주            이상하다. 
영규            뭐가 이상해, 임마?
옥주            (진심이다) 영규 오빠가 이런 방에서 이렇게 산다는 게 좀 
                그래요!
상옥            야, 너 자꾸 그러지 말라니까 또 그러니?
영규            야, 임마!  이 방이 뭐 어때서 그래?
옥주            뭐 어때서 그러는 게 아니구요. 그냥 좀 그래요!
영규            쓸데없는 소리마,  자식들아! …상옥아,  집에 별일  없지?    
                아부지는 어떠셔?

S#2. 수경 작은방


재천 혼자 앉아서 뭔가 생각중이다. 결심하고 수첩을 꺼내 전화번호를 찾아
낸다. 전화기를 가까이 끌어다 놓고 천천히 담배를 한 대 피워문다.




S#3. 분식가게


아줌마, 여자 트롯트 불러가며 가르쳐 가며 장사하는 중이다.
 
여자            하이고! 노래 못한다. 내 우리 성님같이 못하는 사 
                람은 보다가 처음이네요!
아줌마          하하하! 내가 원래 소질이 없어. 미안!
여자            성님…! 그게 아니요.  성님은 노래를  목청으로만 불를라
                고 하니까네, 안 불러지는 거라요. 성님! 노래라 하는 거는 
                가슴으로 부르는  거요! 요기,  이 가슴   한복판에 꽉 들
                어찬 설움을 하나씩 하나씩 끄잡아 내가며 불러보시란 말
                예요!
아줌마          글쎄. 그걸 어떻게 끄집어 내냐구?
여자            빽빽, 생목만  쓰지 말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란 말이요! 
                그 옛날, 꽃봉오리  같은 순정만 탁!  모질게 꺽어놓고 떠
                나가버린 무정한 첫사랑 그  남자! 생각하구 부르마  우째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성님처럼 그렇게 맛대가리 없게 
                나오겠어요? 자연스럽게 남자∼아는 배.  여자는 하앙구우
                ∼! 이렇게 나오지!

하는데 전화가 온다.


아줌마          전화나 받아!

여자가 얼른 받는다.

여자            그러지요! 감사합니다. 분식입니다.  이계순 씨요?  실례지
                만 누구시래요?
아줌마          누구야?
여자            민규, …아빠요? (아줌마에게 눈으로 누구냐구 묻는다)
아줌마          본남편이다, 본남편!
여자            (고개 끄덕이며) …그런데, 이계순 씨가 지금 가게 안나오
                셨는데요? 아마도 집에 있을겁니다.  네에! …집 전화번호 
                아십니까?

하는데 달칵 끊긴다.

여자            아따! 에치켓트가 빵점이네, 이 남자!
아줌마          뭐래?
여자            모르죠, 뭐! 없다니까 툭 끊네요?

S#4. 계순방


계순이 혼자 우두커니 앉았는데, 전화가 온다.
 
계순            (보다가 받는다) 여보세요?
재천            나다.
계순            …
재천            나라구.
계순            말씀하세요.
재천            나좀 만나자.
계순            만나서 뭐 하게요?
재천            내가 그쪽으루 갈게. 지난번 그 다방으로 좀 나와라.
계순            …
재천            지금 출발하마.

하고 끊긴다. 계순, 전화 내리고 우두커니 앉았다.




S#5. 홍여사 마당


동규가 문을 따고 들어온다. 안채도 문이 닫기고 조용하다. 동규, 안채 살펴
보며 자기집으로 들어가려 한다. 가다가  문득 영규가 치던 샌드백을 본다. 
잠깐 보다가 들어간다.




S#6. 수경 마루


동규, 들어오니 빈 집이다.
 
동규            …다들 어디 갔지?

동규, 수경 신방 열어보고 없자, 작은방으로 가본다.




S#7. 수경 작은방


재천이 혼자 담배를 피우고 앉아있다.

동규            어? 아부지 계셨어요?
재천            (담배를 부벼끈다) 일찍 오는구나?
동규            네. 다들 어디 갔습니까?
재천            어, 그래. 수경이는 전화 받구 친정 가는 모양이더라.
동규            네.

동규 나가려고 한다.

재천            동규야.
동규            네?
재천            아부지 일은 계획대루  하기루 했으니  그렇게 알구 있어
                라. (일어난다)
동규            잘 하셨습니다. 어디 나가시게요?
재천            잠깐 만날 사람이 있다. 만나보구 시장으루 바루 나가마.
동규            다녀오십시오.
재천            (나가다가) 민규놈. 니가 데리구 얘길 좀 해.
동규            …네.
재천            그런데 사둔댁에는 무슨 일 있는 거니?
동규            아뇨, 별일 없을 겁니다.

S#8. 수경 친정 안방


수경이 와서 지쳐 자리 깔고 누운 수경모를 달래고 있다.

수경모          틀림없어, 얘! 니 오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그러니   
                아빠까지 나가셔서 소식이 없는 거지!
수경            무슨 일이 생긴다구 그래?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수경모          그럼 왜 새벽같이 차 끌구  나가신 아빠까지 여태 소식이 
                없니? 뉴스 좀 틀어봐 얘! 나아참, 뉴스는 왜 들어요?
수경            하여간 엄마는 맨날 걱정을 사서 하셔!
수경모          하두 무서운 일이 많은 세상이니까 그러잖아! 
수경            무슨 무서운 일?
수경모          멀쩡한 사람들이 서툴게 도둑질  하다가 잡히구 그러잖더
                냐!
수경            (한심해서) …그래서 뭐예요? 오빠가 어디서 도둑질이라구 
                할까봐 그래, 엄마?
수경모          애들 굶기게 되면 넌들 도둑질 못하겠니? 하지!
수경            …(웃는다) 엄마, 오빠가 친구가  얼마나 많아? 그리구 …   
                새언니 결혼 반지, 시계,  다 끼구 나갔지? 그것만  팔아두  
                당분간은 잘 지낼 수 있어. 두구봐, 엄마는 굶어두 오빠네   
                식구들은 잘먹구 있을 거니까!
수경모          …반지나 팔아 쓸 애들 같으면 내가 걱정을 안한다.

하는데 벨이 울린다.

수경            …엄마!
수경모          !

수경모, 일어나 앉는다.




S#9. 수경 거실


수경이 가서 인터폰을 연다. 

수경            누구세요?

수경모도 안방에서 나와서 본다.


수한            …나야!
수경            엄마, 오빠예요! 봐 건강하잖아!

수경, 기뻐서 돌아보는데 수경모 휘청한다.

수경            엄마 괜찮아? (놀라서)
수경모          문이나 얼른 열어줘!

수경, 얼른 문 열어주고 가서 기다린다.  수경모, 안심이 되면서 분이 난다. 
수한과 애주가 들어온다.

수경            오빠, 어디 갔다  왔어?! (힐난조로 대든다)  언니, 어떻게    
                된 거예요? 전화라두 해야 할 거 아냐?
애주            …
수경            어쩜 이럴 수가 있어?  엄마 병 나서  돌아가시기 바래요,   
                두 사람?
수한            야, 임마 시끄러! …엄마 죄송해요.
수경모          그동안 어디 있었니?
수한            낚시터요.

하고 반발, 다가가는데 수경모가 한 대 쳐버린다.

수한            …엄마!
애주            (놀라고)
수경모          이 나쁜놈! 이 나쁜놈아!

하는데 수경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온다.

수경부          진하, 지민이! 할머니 보구 싶었어요 해, 가서 얼른!
수경모          (수한을 잡아 흔들며) 나가! …왜 들어왔어! 당장 나가!
수한            …엄마! 잘못했어요!

아이들 놀라서 보고 서있다. 겁먹은 얼굴로 애주, 아이들을 돌아본다.

수경모          (팡팡 등짝을 때리며) 보기 싫어!  니들 다 보기 싫어! 왜 
                들어왔어?! 이 나쁜 놈아!
애주            (나서며 뜯어 말리며) 어머님 이러시지 마세요!
수경모          뭐?
애주            애들 앞이예요! 이 이한테 손찌검 하지 마세요. 이 이한테  
                함부로 하지 마시라구요! (소리친다)

수경모, 수경, 놀라서 애주 본다.

애주            이 이가 어린애예요? 왜 걸핏하면 이놈저놈하세요?
수경            언니, 지금 이거 뭐예요? 엄마한테?
애주            아가씬 빠져요!! 어머님 저희요, 들어오구 싶어 들어온  거 
                아니예요? 도루  나가면 되잖아요!  나갈테니까요, 이러지 
                마세요!
        
애주, 분이 나서 울먹이며 대든다.

수한            당신 이거 무슨 태도야, 일루와! 엄마 죄송해요!
                이 사람이 잠두 못 자구 걱정만하더니, 잠깐 돌았나봐, 엄   
                마!
 
수한, 이층으로 끌고 올라가며 엄마를 달랜다.

수한            당신 정말 왜 이러니? 우리 엄마 쓰러지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수경모          (쇼크 느낀다)

S#10. 수경방


수경이 애주에게 화를 내고 있다.

수경            언니, 어떻게 엄마한테 그렇게 말을 할 수가 있어요?
애주            네, 전 아가씨처럼 교양이 없어서 하는 수 없네요!
수경            …언니, 정말 이러면 저 화나요?
애주            화내세요! 누가 참으래요?
수경            기가 막혀…! 언니 왜 그래요?
애주            (속상해서 얼굴을  감싸고 울어버린다)   아가씨두 입장을 
                바꿔 한 번 생각해봐요! 식구대루 시부모님 눈치밥 얻어먹
                구 산다구 생각해보시라구요!
수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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