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5회
     

S#21. 수경 작은방


민규가 혼자 앉아 시연의 그림을  꺼내 보며, 반지를 만지작거린다. 동규가 
들어온다.

동규            뭐니, 그거?

민규 얼른 감춘다.

동규            좀 보자!

동규, 빼앗아서 본다.

민규            …야, 이거 모델 누구니? 이쁘다 야! 너 여자 친구니?
민규            …네.
동규            멋있게 생겼는데, 한번 데리구 와라, 집에?
민규            (웃는다) …안돼요?
동규            왜?
민규            여기 없어요
동규            어디 갔는데?
민규            …
동규            유학 갔니?
민규            …네.
동규            연락은 돼구?
민규            …아뇨.
동규            …(어깨 쳐주며) 걱정마! 당장은 헤어져두 죽지 않구 살아  
                있으면 나중에라두 다시 만날 수 있어.
민규            …(웃는다)
동규            작은형이 없으니까 집이 텅빈 것 같지?
민규            …
동규            아버지하구 교수님 일. 예정대루 하기루 했다.
민규            ?
동규            형 믿는다. 네가 어른스럽게 이해하구 축복해드릴 걸루…!
민규            …

민규, 가만히 빈 방을 둘러보며 앉아있다.




S#22. 홍여사 마당

S#23. 홍여사 마당 (아침)


민규가 우두커니 고개 숙이고 앉아있는데, 홍여사가 손을 까불까불한다.

민규            ?
홍여사          잠깐만 들어와 봐?

민규 망설이다가 들어간다.




S#24. 홍여사 거실
홍여사          막내씨. 어제 나 엄마 만났어.
민규            (놀란다)
홍여사          엄마한테 직접 물어봤어. 아빠하구 나  결혼하는데 반대하
                신다면 관두겠다구.
민규            …
홍여사          그랬더니 엄마 다른 분 계신데!
민규            네? 그럴 리가 없어요.
홍여사          이 말은 내가 안 할려구 했는데 민규 씨두 어른이니까 엄  
                마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구 생각해서 말하는 거야.
민규            ?
홍여사          부모 자식간에두 말하기 힘든 게 이성문제잖아?
민규            …?
홍여사          아무튼 우리 친하게 지내자, 응?
민규            …
홍여사          부탁해?! 나 아빠한테랑 민규 씨한테 잘할게, 응?

홍여사, 당근즙을 내민다. 민규, 선의를 갖고 간절하게 웃는 홍여사를 본다. 
민규 보다가 받는다.

홍여사          어머! (기뻐한다) 고마워!

홍여사, 와락 민규 손을 잡는다.

민규            …
홍여사          진짜 진짜, 내가 다 이해하구 다 노력할게! 응!?  친엄마의 
                반만 아니, 아니 십분의 일만  나 좋아해줘, 응? 응? 요만
                큼만…? (손톱만큼)

S#25. 홍여사 마당


민규, 복잡한 얼굴로 나오는데, 영규가 들어온다.

영규            민규야!
민규            형!!

영규가 아기 멜빵을 앞으로 매고 아기를 안고 왔다.  기저귀 가방든 미숙이 
뒤를 따라 들어온다. 둘다 외출복이다.

민규            뭐야, 형?
영규            어때, 형 폼 나지? 큰형 아직 출근 안 했지?
민규            응!
영규            들어와. 당신!

S#26. 수경 마루


상놓고 출근 준비하던 동규, 상옥, 수경 보고 놀란다.

상옥            (먼저보고) 어머, 어머, 어머!
수경            (돌아보고) 데련님 그게 뭐예요? (웃는다)
동규            야, 너 벌써 그러구 다녀두 되는 거니?
영규            응! 아부지는?
수경            아직 안 들어오셨어요?! 근데 데련님 아직 고개두 못 가누
                는 애를 이렇게 데리구 다니시면 어떡하세요?
영규            걱정마세요! 다 알아서 해요!
동규            제수씨, 애 엄마는 뭐하구 니가 애기를 봐?
영규            같이 왔어 ! 들어와!

미숙, 들어온다.

수경            어서와 미숙 씨!
동규            제수씨, 어서오세요!
미숙            안녕하세요?
동규            얼른 올라오세요!
영규            아냐, 형, 우리 지금 시간이 없어!
동규            왜?
영규            오늘 장인장모 산소에 인사두  가구, 외숙댁에두 가구, 할 
                일이 엄청 많아! 형, 안 쓰는  막도장하구 형수 도장 하구 
                좀 줘! 주민등록번호두 적어주구.
동규            혼인신고 할려구 그러는 구나?
영규            응, 그런데. 출생신고두 같이 해야 하는데 아직 이름을 못
                지었어! 형수하구 형이 알아서 이름  하나 지어주구! 도장 
                얼른 좀 줘!
수경            그래두 들어왔다가 가세요! 데련님! 
동규            그래, 들어와라.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지, 뭘 그래?
영규            안돼, 내일부터는 가게 열어야 하거든! 우리 바빠!
동규            알았어, 그런다구 그냥 간다구?
상옥            작은 오빠, 애기는 두구 가라! 감기 걸리면 어떡해?
영규            우리 차돌이는 시시하게 감기 같은 거 안 걸려! 걱정마!

S#27. 홍여사 마당


재천과 친구가 들어온다. 수근거리며, 안집 쪽 보며.

친구            네가 확신을 줘야 해! 그러니까! 교수님한테!
재천            …알았다. 임마! 근데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같이들 들어간다.




S#28. 수경 마루


두 사람 들어온다.

미숙            아버님!
재천            어? 니들 왔니?
영규            지금 오세요! 아저씨 안녕하세요!
친구            영규 왔구나!
재천            아니, 갓난애는 왜 데리구 왔어? 임마!
동규            처외삼춘 댁에 인사간대요.
친구            하하하! 어디보자! (아기 보고) 쏙  뺐구나, 쏙 뺐어! 너는 
                (영규) 얘 (재천) 쏙 뺐구! 또  너는 (아기) 얘를 쏙 뺐구!   
                이래서 씨 도둑질은 못 한다구 하는 거야!
재천            애들 벌써 바람을 쐬면 어떡하니?
친구            야, 너는  그런 소리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  애들아,
                느 아부지. 동규 너두 그렇구 영규 너두 그렇구 백일 전에 
                배 태워 갯바람 쐬준 사람이다!
동규            그러셨어요?
친구            아들자랑이 하구 싶으니까 그저 별  핑계를 다 대구선 안   
                구 나와요!
동규            (웃고)

S#29. 수경친정 안방 (아침)


수경모 자리에 돌아 누워있다. 애주가 와서 사과를 한다.

애주            어머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일어나셔서 진지 잡수세요.
수경모          …
수한            엄마! 일어나요! 이 사람이 잘못했다잖아요?
수경모          …
애주            (울먹해서) 어머님, 제가 잘못했어요.

수경부가 들어온다.

수경부          니들 나가거라. 아가, 나가라!

두 사람 하는 수없이 나간다. 수경모 눈을 감고 누웠다.

수경부          일어나요.

그래도 안 일어나는 수경모, 수경부, 신문을 들어서 수경모를 친다.

수경모          왜 이래요? (벌떡 일어나 앉으며)
수경부          금방 일어나네?

수경부 하하 웃는다.

수경부          …일어나요! 내가 아주 맛있는 거 사줄게! 응?

S#30. 하남땅 (낮)


나무 사이를 돌아 다니는 부부. 억지로 따라 다니는 수경모. 수경부가 수경
모 손을 잡는다. 뿌리치려  하나 수경부가 완강하게 잡는  바람에 손잡혀서 
따라 다니는 수경모.      

수경부          여보, 영화 같은데서 기린이나 사슴 같은  동물들이 풀 뜯
                어먹는 거 봤지?
수경모          …또 무슨 말씀하시려구 그러는 거예요?
수경부          걔들 말야.떼루 몰려  다니며 뜯어먹습디까? 아니면  드문
                드문 흩어져서 한 마리씩 다니며 먹습디까?
수경모          몰라요!
수경부          신경써서 봤으면 알겠지만, 걔들은 흩어져서  조용히 뜯어
                먹어요. 여러 마리가  나무 하나에 같이  달려들어 무섭게   
                뜯어먹어 버리는 일은 전혀 없어! …왜 그럴까?
수경모          …내가 알게 뭐야?
수경부          그건 식물에두 마음이 있다는 걸  그 짐승들이 알기 때문   
                이야.
수경모          하이구! 식물에 무슨 마음이 있어요?
수경부          있어요! 사람들이 화가 나면 아드레날린이 증가돼서 막 혈
                압이 오르고  그러지? 그런  것처럼 식물들도  화가 나면 
                변화가 오는데, 어떻게 오느냐,  이파리에 타닌이 막 증가
                한다는 거야!

수경모, 시답잖은 소리 또한다 싶어 시무룩한다.

수경부          당신, 타닌이라는 거 들어봤지? 떫구 쓴맛  나는 화학물질  
                인데, 흔히 타닌산이라고들 하잖아, 그게 늘어나면  어떻게 
                되겠어? 평소에 부드럽고  달콤하던 어린  잎들이 갑자기    
                쓰고 떫어져 버리는 거야! 먹기 힘들만큼!
수경모          …
수경부          그래서 그걸 아는 동물은 혼자서 조용히 식물을 달래가며 
                먹는대. 얘야, 나무야. 나 혼자왔어.  네 맛있는 이파리 조   
                금만 먹구 갈게. 쓴맛  내지마. 응? 이러구 달래가며  먹는  
                거야.
수경모          …
수경부          여보. 우리 며늘아이두 사람이야.
수경모          …한숨.
수경부          하다 못해 나뭇잎도 화가 나면 독을  내뿜는데, 사람은 오  
                죽 하겠소? 그 애두 참다참다 폭발한 걸거요. 평소에 온순  
                하던 아이가 갑자기 그러구 나와서 당신이 당황하고 속상   
                한 건 아는데… 그저 우리 수경이가 신경질 내며 대든 걸  
                루 알구 당신이 화를 풀어줘요. 부탁해요. 응?
수경모          …

하는데 저쪽에서 부동산과 매입자가 온다.

수경모          왠 사람들이 일루 오죠?
수경부          내가 부른 사람들이요.
수경모          누군데요?
수경부          여보, 나 이 땅 팔았소.
수경모          네?
수경부          잠깐 다녀올게.
수경모          여보! (놀라서)


하는데 부동산이 부른다.

부동산          사장님!
수경부          네. 어서 오세요!

수경부 그들 쪽으로 간다. 수경모 놀라서 보고 있다.

수경부          어서 오십쇼! 
부동산          (매입자에게) 여기 윤사장이십니다.
수경부          안녕하십니까? 윤협숩니다.
매입자          안녕하십니까? 저는 좋은 땅을 사서 좋습니다만, 섭섭하시
                겠습니다.
수경부          하하하! 아니올시다! 나무 좋아하시는 분이 사신대서 저두 
                기쁩니다.
부동산          기쁘시긴요, 무척 섭섭하시죠! 여기다 얼마나 공을 들이셨
                는데요. 파신단 말씀 듣구 지가 다 섭섭했을 정도니깐요!

등등하는데 수경모는 놀라서 속상해서 보고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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