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회
     

S#1. 홍여사 마당(아침)

영규가 온몸이 젖어서 심하다 싶을 만큼 샌드백을 쳐댄다. 재천이 아령운동
을 하다가 돌아본다. 동규도 신문을 읽다가 돌아본다. 벨이 울린다.



동규		누구십니까?
수경부		박서방, 나야!!
재천		느이 장인 아니냐?
동규		그러게요?




얼른 가서문을 열어준다. 수경부와 모가 들어온다.




동규		어쩐 일이십니까, 장인어른.
재천		어서오십시오!
수경모		안녕하셨어요?




영규도 깍듯이 인사하고.



수경부		식구들 다 계신 시간이 지금 뿐인 것 같아 이렇게 왔습니  
                다.
재천		아니, 무슨 일이신데요? 너 뭐 수경이한테 잘못한 거 있   
                니?
동규		네? 그런 일 없는데요? (쓰레기 들고 나오다가)
수경		어머, 아빠! 엄마! (놀라고) 웬일이세요?




S#2. 홍여사 마루

홍여사, 자전거 타다가 내다본다.




홍여사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하고 보니 수경 부모다) 어머나!  
                (내 일때문에 오셨나부다. 어떡해!)



홍여사, 놀라고 기대한다.





S#3. 수경 신방

가족들 모두 모여 앉아있다. 민규가 뒤늦게 끼어 앉는다.



수경부		주제 넘게 사둔인 제가 나설 일은 아닌데, 가만히 두구 보  
                자니, 두 양반이 다 자녀분들 눈치만 보고 계시는 듯해    
                서… 낄 자리가 아닌 줄 알면서두 중매쟁이 자격으루다   
                끼어 들었습니다.
수경부		사둔, 날짜는 4월 두 번ㅉ 토요일쯤이 어떻습니까?
재천		하하하.
수경부		웃으시는 건 찬성하신다는 뜻으루 해석해두 무방하시겠습  
                니까?
재천		하하하
수경부		그럼 날짜는 된 거구요?
민규		누나, 무슨 날짜야?
상옥		바보! 무슨 날짜긴! 울 아부지 하고 안집 교수님 결혼식   
                날짜지!
민규		(놀란다)
동규		아부지, 그렇게 촉박해서 괜찮겠습니까?
수경모		…박서방이 몰라 그렇지, 두분이 말씀 다 끝내셨나봐!
동규		(재천을 돌아본다) 그러신 거에요?
재천		뭐…그렇게 됐다.
동규		그래두 시골 고모님들께두 알려야 하구, 정식으루 인사두  
                한번 가시구 그래야 되는 거 아닙니까?
상옥		고모들 알아. 내가 접때 다 말했어요…큰오빠.
영규		형이 상관할 싯점이 이미 지난 것 같은데, 형?
동규		…조용해.
수경부		어쨌건, 사둔! 그 날짜 어떠십니까? 좋으신 거죠?
재천		뭐. (쑥스럽게 웃고) 저두 좋습니다!
수경모		그럼 날짜는 됐구…식장 알아봐야겠네. 식장은 어디가 좋  
                을까?
민규		…(놀랍다)
동규		…(놀랍고)
영규		남산에 야외 예식장이 있는데, 거기 어떨지 모르겠네요?
민규		…(슬그머니 나가버린다)
재천		얘, 비싼데 같으면 관두구.
동규		아뇨, 거기 무료에요.
영규		하, 가난한 총각이 장가 갈려구 별 거 다 알아뒀었네?
상옥	      요즘 날씨두 좋구 야외서 하면 좋겠다. 그지, 민규야? 얘,    
               어디 갔어?


S#4. 수경마루



민규 나온다. 수경, 차 준비하고 있다.



수경 		데련님 어디 가세요?
민규		아무데두 안 가요.
수경		(보고)



민규, 세면장으로 간다.



S#5. 세면장

민규, 들어오며 프라스틱 세숫대 한 번 걷어 차버린다. 가만히 천정만 보고 
서있다.



S#6. 홍여사 안방

홍여사, 부끄러워하며 찻잔 두고 수경과 이야기를 듣고 있다.




수경모		간단하게 하시재, 아주 간단하게! 
홍여사		얼마나 간단하게요? 드레스두 안 입구?
수경모		아이구, 드레스는 입혀줄게… 예식장에서 제일 작은 방 하  
                나 빌려서 식 올리고 사진 찍구, 그런 다음 양가 가족끼리  
                모여 식사나 하자구 하시네. 괜찮겠니?
홍여사		…알았어. 근데 언니, 나 반지는 있지. 진주반지 하구 목걸  
                이, 그렇게 셋트루 받구 싶거든?
수경모		얘, 결혼반지 진루 하는 거 아니라던데?
수경		그래, 이모 안하는 거라든데? 눈물이라구?
홍여사		그래두 난 이상하게 진주가 끌리거든? 다른 보석은 다 깍  
                아내구 다듬구 가공을 하잖아? 그렇지만 진주는 생긴 그  
                대루 그냥 쓰잖아. 그래서 좋아. 그리구…상처 때문에 생  
                긴 보석 얼마나 멋있니?
수경		그럼 우리 아버님더러 진주 장만하시라구 해야겠네? 그거  
                비쌀텐데.
홍여사		얘, 걱정마, 얘! 내가 돈 줄 거야. 내가 줄테니까 네가 갖  
                구있다가 결혼식 비용같은 걸루 써, 얘. 반지두 그 돈으루  
                사구.
수경		이모! 진짜 그렇게 해줄 거야? 
홍여사		니네 형편 뻔히 아는데 빚지는 거 어떻게 보겠니? 캡틴박  
                자존심 상하지 않도록만 조심해.
수경모		아유, 시집두 가기 전에 니네 집안에 열녀 났다, 수경아!
홍여사		언니 사둔한테 자꾸 그러지 말우?
수경모		하이구! 잘못했습니다. 사둔마님! 그런데 신부가 신랑 몫까  
                지 싸갖두 시집가는 턴가? 원래 이 집터가?
수경		엄마는! (눈 흘긴다)




S#7. 수경 신방

수경부와 동규, 재천 셋이서 얘기중이다.




재천		그냥 시늉만 내는 거야. 뭘 걱정해!
동규		그건 아버지 생각이시죠. 교수님은 초혼이신데, 다르실 거  
                아닙니까?
재천		야, 다를 게 뭐 있냐? 내가 재혼인데, 나 맞춰서 하는 거  
                야!
수경부		그래, 그건 아버님 말씀이 맞으셔. 맞습니다. 형편 따라하  
                는 거죠!
동규		아무리 최소한의 준비라 해두 혼사라는 게….
재천		얘, 너 걱정하지 마라. 내가 다 말했다! 비용 들어가는 모  
                든 준비는 하나부터 열까지 홍여사가 다 할 거야.
동규		아부지.
재천		니들은 그저 그날, 양복이나 데려입구 식장으로 오면 되는  
                거야! 그걸루 끝이야!
동규		(한심하고) 반지는 해드려야죠, 아부지?
재천		그것두 내 상각했는데, 낄 사람이 해야지. 그렇잖냐?
수경부		하하하! 맞습니다!
동규		….
재천		너 자꾸 이마 찌뿌리구 그러면 내 당장 오늘 저녁부터 베  
                개 하나 들고 건너가는 걸루 결혼 끝내버린다?
수경부		하하하!


S#8. 홍여사 마당

수경부모 웃으며 식구들 배웅을 받고 나온다.




수경부		사둔, 그럼 대사 치루기 전에 일차 한잔 하십시다?
재천		그러시죠!
친구		재천아 재천아!
상옥		아저씨 오시네?




가서 얼른 문 열어드린다. 친구가 생선상자를 들고 들어온다.




친구		아이구? 웬일루 사둔께서 오셨습니까?
수경부		안녕하셨습니까?
친구		네, 날씨두 고르지두 못한데, 잘 지내셨습니까?
수경모		네, 잘지냈습니다. 
친구		아니 그런데 왜 벌써 가십니까? 마침 지가 횟거리 갖구   
                왔는데요. 썰어서 한점 잡숫구 가시죠!
상옥		아저씨, 우리 아버지 날 잡으셨어요!
친구		무슨 날?
상옥		딴따따-딴! 교수님하고 아부지 결혼식 날짜요!
친구		(손에 들었던 상자를 떨어뜨린다)
상옥		아저씨!
재천		이런! 너 왜 이래? (줏어 담으며)
친구		왜, 갑자기…전신에 맥이 탁, 풀리냐? 내가? 응? 재천아?



홍여사, 뒤쪽에서 보고 미안해 한다.





S#9. 계순방(낮)

계순이 민규와 나란히 티브이를 본다.



계순		?
민규		…엄마, 아빠 결혼하셔요.
계순		(가슴이 철렁)
민규E		4월 두 번째 토요일이래. 
계순		누구하구? 그 안집 교수라는 여자라구?
민규		…네.
계순		잘됐구나.
민규		엄마 혼자 된 거 아빠 아직 모르셔. 말해볼까?
계순		안돼…하지마.
민규		말하고 싶어.
계순		정말 하지마. 절대. 알았니?
민규		왜? 아빠는 아직도 엄마 좋아하는데….
계순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내가 느아빠 때문에 인생 망친   
                것처럼 느 아빠두 나때문에 망쳤어. 세상에는 만나지 말아  
                야할 사람들이 있어. 느 아빠하구 나두 그래.
민규		…살기 싫어 엄마.
계순		민규야! (나무란다)
민규		군대나 가버렸으면 좋겠는데, 난 거기두 못 가.
계순		왜? (놀라서)
민규		몰라요…무슨 심리검사인지 해보더니 단체생활 부적격이  
                래요.
계순		(가만히 아들 등을 쓸어준다)
민규		엄마 시연이 알지?
계순		알아…영규 애인?
민규		많이 아파요.
계순		어디가?
민규		…(말을 못한다)
계순		어디가 아파?




보니 민규가 울 것 같다.





계순		…젊은 애가 왜 그럴까?
민규		난 재수없는 놈인가봐, 그지 엄마?
계순		그런 소리 하지마…민규야.




계순 아들이 가여워 가슴이 아프다.




S#10. 사무실

동규가 뭔가 궁리하다가 일어난다. 팀장에게 간다.



동규		팀장님.
팀장		왜?
동규		경리 팀장님께 빽좀 써주세요.
팀장		또 왜?
동규		저, 가을에 받은 융자…지난 달루 다 상환했거든요? 새루  
                좀 받을 수 없을까요?
팀장		집에 또 무슨 일 생겼어?
동규		(웃는다)
팀장		뭐야?
동규		아버지가 장가 가십니다.
팀장		뭐? 하하하!




팀장, 큰 소리로 웃는 바람에 모두 돌아보고 한다. 동규,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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