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 사람, 나란히 손을 잡고 공원을 걷는다.
수경 동규 씨, 휴직 받아들일래.
동규 …결심했니?
수경 응, 팀장님께 말씀드릴래.
동규 …잘했어. 어차피 다 돌아가면서 하게 되는 모양
이니까먼저 쉬는 것두 나쁘진 않을 거야. 석달 쉬
는 동안 뭘 할건지 생각이나 해둬.
수경 벌써 생각해 뒀어.
동규 뭘 할건데?
수경 우선 잠을 좀 푹 자구 나서 몇가지를 제대루 배
워 볼 생각이다.
동규 컴퓨터?
수경 아니.
동규 그럼, 영어 회화?
수경 것두 아니구. 살림.
동규 살림이라니?
수경 요리, 청소 빨래. 가능하면 바느질까지 프로급으
루 배워볼래!
동규 (웃으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수경 공부하느라구, 회사다닌다구, 살림 못 배운 것을
무슨 자랑처럼 내세웠잖아, 내가 근데 요즘 그게
좀 부끄러워져. 못하는 건 자랑이 아니잖아? 부끄
러운 거지.
동규 하하.
수경 운전 배울 때처럼, 수영 배울 때처럼, 살림두 한
번 열심히 배워볼래!
동규 강사는 장모님?
수경 응! 공짜라서 좋잖아?!
동규 기대해 볼게!
두 사람, 웃는다. 적당한 것에 앉는다. 잠시 사이 뒀다가.
수경 오랜만에 나오니까 좋다, 그지?
동규 응.
수경 …어제 왜 그랬어?
동규 …어제 일은 미안해.
수경 놀랬어. 동규 가 누구한테 주먹을 휘두르구 그
러는 거 상상두 해본 일이 없었거든.
동규 미안해. 놀랬지?
수경 아냐, 나 솔직히 말하자면 좋았어!
동규 (?)
수경 집안에 강도가 들어온 대두 내 남편이 이불 둘러
쓰구 도둑이야! 이러구 벌벌 떨진 않겠구나 해서
진짜 좋았다구!
동규 (쓰게 웃는다)
수경 (동규 어깨에 기대며) 그 남자 어떡할 거야? 고소
한다구 바락바락 악 썼잖아?
동규 …뺨 한 대루 고소 성립 안돼.
수경 쉽게 물러날 것 같지두 않구 뭔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구 생각해. 아버님께 도움을 청해
보면 어때? 어차피 아버님 일이잖아?
동규 안돼! …아버지나 영규는 일만 크게 해. 해결도
못하구.
수경 그럼 내가 그분 민규 데련님 엄마, 한 번 만나보
면 어떨까?
동규 네가 왜 만나, 그 사람을? (질색한다)
수경 정확히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하잖아!
동규 (그 말 좀 생각해 보다가) …관둬. 한 번 더 나타
나면 변호사 하는 선배한테 가서 물어볼려구 해.
…넌 걱정하지마, 알았지?
수경 …알았어. 아, 모처럼 나오니까 진짜, 참 좋다.
그지?
동규는 이사장 껀으로 마음이 무겁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