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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모가 문을 열어주고 수경이 회사에서 온 그 차림으로 시무룩 들어온다.
수경모 …어서 와라. 회사에서 바루 오는 길이니?
수경 응. 아빠는?
수경모 애들 데리고 놀이터 가셨나부다.
모녀 앉는다.
수경 …
수경모 …뭐 마실 것 좀 주리?
수경 싫어.
수경모 그럼 쥬스 줄께. 너 좋아하는 거 내가 사다놨어.
수경모 안으로 들어간다. 수경, 새삼스럽게 집안을 들러본다. 집이 크고 좋
다. 수경, 보고 있다.
수경모 너 뭘 그렇게 보구 있니?
수경 …지금 보니, 엄마 우리 집 참 크네?(받아마시며)
엄마 우리는 언제 이런데서 살지?
수경모 뭐?(어이없어 본다)
수경 언제 엄마 아빠처럼 이렇게 큰집 지니구 살게
될까?
수경모 나중에 다 그렇게 돼.
수경 나중에? 난 자신없어. 엄마.
수경모 젊은 애가 뭐 그렇게 자신없는 소릴하구 그러니?
너?
수경 (쓸쓸하게 웃는다)
수경모 (머리칼 쓸어주며) 엄마 아빠두 단칸 전세방에서
시작했어. 지금은 언제 그렇게 될까 싶지만, 살다
보면 다 돼. 걱정말어.
수경 정말 그렇게 될까, 엄마? 난 지금 같으면 30평짜
리 아파트 한채 마련하는 것두 그냥 꿈으로 끝나
구 말 것 같아요. 아껴쓰구 아껴써두 모자라기만
하지, 솔직히 단돈 몇 십만원 저축하는 것두 현재
룬 힘들어.
수경모 너 그렇게 바보 같은 소리 자꾸하면 엄마 속상
해?
수경 미안해, 엄마. 괜히 회사에서 아주 쫓겨난 것처
럼 내 기분이 지금 그래.
수경모 그래, 알아.
하며 위로하는데, 수경부가 아이들 데리고 온다.
수경 아빠!
수경부 우리 딸 왔구나!
아이들 고모하고 달려들고, 수경 그래, 그래, 진하야, 지민아 하고 이뻐해
준다.
수경모 진하, 지민이 점심 먹게 손들 씻으러 가자.
아이들 네에 하고 가고, 수경모 가며 수경부에게 위로해 주라고 한다.
수경부 (뭐요?)
수경모 …(재 지금 울구 싶은 가봐요…! 좀 달래요!)
수경 …아빠 저 오늘부터 백수예요!
수경부 그래, 환영한다.
수경 …겨우 몇 달 쉬는데두 저 회사나올 때, 눈물 나
올 뻔했어요, 아빠. 아빠, 퇴직하시구 오셨을 때,
어떠셨어요?
수경부 (웃는다)…어땠냐구? 다 써버린 공중전화 카드 같
았지, 내가.
수경 …아빠.
수경, 수경부 손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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