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회
     

S#11. 홍여사 마당

재천이 시장 나가려다가 화초 만지는 홍여사에게 말을 건넨다. 괜히 토라진 
척 하는 홍여사.



재천		교수님, 요즘 뭐 제가 섭섭하게 해드린 거 있습니까? 왜   
                그러세요?
홍여사   	…제가 뭘요?
재천		아니, 뭐가 섭섭하시면 섭섭하시다. 이렇게 하셔야 제가 
		알거 아닙니까?
홍여사  	박 선생님이 요즘 뭐 제가 보이기나 하시겠어요?
재천		…?
홍여사  	듣자니 뭐 좋은 분하구 재회를 하셨다구 하시던데요?





홍여사, 토라진 척 한다.




재천		재회라뇨? 아…하하하, 아닙니다…그런게 아니에요.
홍여사  	정말 아니세요?
재천		그럼요…아니죠.
홍여사		(마음 풀어지며) 당근쥬스 한 잔 드려요?
재천		좋죠!




같이 들어간다.




S#12. 홍여사 마루

당근 쥬스 나눠마시며.




홍여사		박 선생님, 닥터 지바고 보셨죠?
재천		지바고?
홍여사		아이, 네이비드 린 감독이 만든 영화 닥터 지바고 있잖아
		요!
재천		아, 압니다. 닥처 지바고, 지바고 박사!
홍여사		네, 이집트 태생의 미남배우 오마 샤리프가 나오구요, 보
		리스 파스테르나크 원작, 라라의 테마 뮤직이 유명하잖아.
재천		네 알듯합니다. 그런데요?
홍여사		거기보면, 주인공 유리한테 두 여자가 있잖아요? 어릴 적  
                부터 남매같은 연인인 아내 토냐하구, 열정적인 간호사 라  
                라하구요, 박 선생님은 그중에 누가 더 멋있다구 느끼세   
                요?
재천		?
홍여사		참고루 말씀드린다면 전 라라의 캐릭터가 저하구 아주 비
		슷하다구 생각되거든요? 라라의 대사중에 전 아직두 기억
		나는게 있어요. 전쟁이 끝난뒤에 두 사람이 행해지는 거   
                죠…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감추고…하는 수 없이 헤어  
                지는데, 라라가 그러죠, 굿바이 지바고! 눈물이 흐를까봐   
                얼굴두 마주치지 못하고 그냥 뒷모습만 보이며 굿바이 지  
                바고!…전 거기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 장면 생각  
                나시죠?
재천		실은…전 그 영화를 보진 못했습니다.
홍여사		…!




S#13. 레스토랑



수경, 동규 식사한다. 동규 간간이 수경 눈치보고.




수경		아! 같이 출근하고 같이 퇴근하구…야근 안하니까 진짜 좋
		다! IMF시대에 이렇게 맛있는 저녁도 먹고 나, 행복해 
		동규씨!



동규 본다.




S#14. 수경 거실(초저녁)


수경모가 나가는 수한을 붙잡고 묻는다.




수경모		너 저녁마다 어디가는 거니, 응?
수한		볼일이 좀 있어요, 엄마.
수경모		아니 지 처 백화점 일이나…도와주지, 저녁마다 나가긴 어
		딜 나가? 속상해서 정말.



수경모가 화가 난다.




수경부		(농업책만 본다)
수경모		한 한달, 달라졌나 했더니, 또 어슬렁 어슬렁…아이구, 누  
                굴 탓해? 내가 저렇게 길러낸걸!



수경모 짜증내며 애들 장난감들 치우고.




수경모		당신두 애한테 말씀을 좀 하시구 그러세요!
수경부		다 큰 어른이에요.
수경모		맨날 책만 보시면 뭐 밥이 나오나요, 옷이 나오나요?!
수경부		그럼요! 책을 잘보면 밥두 옷두 다 나옵니다.
수경모		(입 삐죽)



S#15. 레스토랑

두 사람 차를 마시고 있다.



수경		휴직? 싫어, 동규씨! 나 안해!
동규		생각해봐.
수경		생각해 보나마나 싫어…절대 안해!
동규		…네가 싫다구 피해지는게 아니니까 내가 말하는거지.
수경		무슨 얘기야?
동규		팀장님이 말씀하신 거야.
수경		(놀라서 본다) 강제 휴직인 거야 그럼?
동규		…그래.
수경		(오기가 난다) 그렇담 더 싫어! 난 절대 휴직 안해! 차라
		리 나 짜르라구 그래!
동규		진짜 잘라 그러면!
수경		글쎄, 진짜 짜르라구 그래! (울고싶다)
동규		사내커플 중에 남은 거 우리뿐인 거 알잖아?
수경		미디어팀 김 대리네두 있잖아! 
동규		이 대리 와이프, 지방 파견나간 거 몰라?
수경		…(그랬나?) 어쨋든 우리팀에서 왜 하필 나냐구!
동규		…우리팀에선 그럼 누구야? 딱 한 사람 골라내라면 너 밖  
                에 없잖아?
수경		뭐? 아니 딱 한 사람 골라내는데, 그게 왜 나야? 동규씨면 
		동규씨지?
동규		(웃는다)
수경		김봉수씨, 남석씨! 나보다 유능해? 나보다 실적 좋아? 나, 
		우수 사원이야?! 이 대리님, 나 대리, 나보다 나을 거 하나  
                없어? 그런데 왜 나야?
동규		그럼 육아휴직, 임신휴직을 남자들 보구 신청하라겠어??
수경		육아휴직이야 남자두 할수있지 뭐! 안될게 뭐있어?
동규		억지 부리지 말구… 내일 신청하는 거야? 3개월짜리루!
수경		싫어 ! 절대 안해! 




수경, 훌쩍 일어난다.




동규		어디가는 거야?
수경		(나가 버린다)
동규		수경아!



S#16. 수경 거실

수경이 울먹이며 들어온다.




수경		아빠아! 엄마아아!
수경모		어머, 너 왜그래?
수경부		왜 그러니, 너?
수경		임마 나 속상해 죽겠어!
수경부		박서방이랑 싸웠니?
수경		아아니, 
수경모		그런데 왜그래? 시동생이 뭐라구 하대?
수경		그런거 아니라니까!
수경모		그럼 왜그래, 또?
수경부		…회사일이구나?
수경		네, 아빠 글쎄 나더라 휴직하래! 그것도 무급휴직 말이 돼
		요?
수경모		무급휴직이란 게 뭐야? 월급 안 주는 휴직?



S#17. 수경 마루

영규가 퇴근해 온다. 화나서.




영규		이자식이 이거 분명히 시연이랑 같이 있는데, 도대체 어딜 
		간 거야?





하고 들어오는데, 동규가 전화통에다 대고 소리를 지른다.




동규		(방안에서) 당신 내 분명히 말했죠? 한 번만 더 전화하구 
		쓸데없는 소리하구 그러면 아주 공갈협박범으루 고발해   
                버릴테니까 알어서 해요.




영규 놀라서 방안으로 들어간다.



S#18. 수경 신방

동규가 화를 내며 전화기를 던지듯 놓아버린다.




영규		뭐유, 형?
동ㄱ		넌 알거 없어!
영규		혹시 무슨 여자 하나 잘못 건드렸수?
동규		(터진다) 내가 그런 따위 인간으루 보여? 이자식이!




하고 나가 버린다.



영규		그런 따위 인간이란게…뭐지?



따라나간다.



S#19. 수경마루

동규 화나서 물을 마시는데…영규, 나와서 다시 말한다.



영규		무슨일이우? 자꾸 시달리는 것 같은데, 내가 해결해줄게, 
		말해보슈!
동규		관둬! 저러다 제풀에 말겠지뭐.
영규		…알았수, 뭔진 모르지만 뭐…형이 해결하슈…그런데 형   
                금방 하는거 보니까, 걱정되는데? 형! 저런 여자들은 아주 
		끈질긴 게 특기라구? 그래서 귀찮다구 빨리 끝낼려구 하
		면 이쪽이 져! 천천히 끌어가면서 어느 순간 발뒤꿈치를 
		ㅋ 물어버리는 거야! 어느 인간이구 발뒤꿈치는 다 있거
		든! 고상하게 말하면 아킬레스건!
동규		조용해.
영규		하나만 더 가르쳐 줄까? 남자의 아킬레스건은 여자. 아니
		면 돈이야 그럼 여자는? 물론 남자 아니면 돈이지!



하고 방으로 간다.




영규		민규자식, 혹시 전화왔었수?
동규		아니, 어디갔는데?



S#20. 수경 마루

울먹이며 불평하는 수경을 달래는 수경부.





수경부		수경아, 조직원은 조식의 명령을 받들어야 하는게 숙명이
		야! 
수경모		이이는, 무슨 숙명까지, 얘 관둬 버려! 그깐회사 관두면 될
		거아니니!
수경		엄마는 우리 회사가 얼마나 좋은데, 관두라구해?!
수경모		아, 아, 다른데 다시 들어가면 되는 거잖아! 넌 영어두 잘  
                하구 학점두 좋구, 외모 단정하구…뭐가 걱정이야!
수경		나 영어 못해! 내 영어는 영어두 아냐!
수경모		왜? 맨날 에이학점만 받았잖아!
수경		요즘 신입사원들 영어는 진자 본토 발음이라구! 아빠 어떡
		해요?!
수경부		회사에서 시키는 대루 해라, 받아들여…계속 다닐려면 그  
                수밖에 없다. 내가 느이 회사 인력관리사라 해두 너 쉬게  
                하는 수밖에 없을 거야.
수경		…그러다가 아빠, 휴직상태에서 짤리면 어떡해요?
수경부		그럴수두 있지.
수경모		그럴수가 있겠니? 우리딸처럼 똑똑한 애를 왜 짤라?
수경		엄마 나 똑똑하지 않은가봐.
수경모		왜 안 똑똑해? 대학때두 늘상 장학금 받은 우리딸인데!
수경부		당신두 아임에프 시대를 사는 사람이야. 거품빼요, 만사에!
수경모		무슨 거품을 빼요.
수경부		수경아…휴직하는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라, 재충전의 기회
		루 삼아. 영어면 영어, 컴퓨터면 컴퓨터, 뭐든지 남과는 확
		실히 구별되는 경쟁무기가 있어야만 살아남는 시대다. 
		두구봐라. 이제 먹구 사는 거 즉 의, 식, 주같은 기	      
            	본적인 욕구조차 문제가 되는 2천년대 보릿고개를 맞는 
		사람들이 틀림없이 생긴다!!
수경모		아이구…니아빠 애국자겸, 예언자!
수경부		눈에 보이는 걸 어떡해, 내눈에 환히 보이는 걸! 수경아, 
		나는 요즘 우리 수한이가 이쁘다!
수경모		체, 뭐가 이뻐… 뭐가? 걔가요?
수경부		느 오빠 포장마차 하는 모양이다.
수경모		?
수경		포장마차를 오빠가 왜 해요?
수경부E		고추장 묻혀 들어오고, 곰장어 냄새 풍기고 오는게 틀림없
		어.
수경모		….
수경부		털모자 푹하니 눌러쓰구, 아마 새롭게 인생 배우는 눈치
		다, 수한이.
수경		…정말이에요, 아빠? (기가 막히다)
수경모		(탁, 기가 막힌다) 우리 아들이 뭐요? 뭐를 해요?



하는데 인터폰 수경이 가서 눌러준다. 애주다.



수경		언니!
애주		어머, 아가씨 오셨네?




기다리니…애주가 들어온다. 장을 봐서 들고.



수경		언니, 장사 잘돼요?
애주		(웃는다) 몰라요…날마다 저 도닦으러 다니는 거예요!
		아버님 다녀왔습니다.
수경부		어, 그래 애기 너…추운데 고생했지?
수경모		얘, 너 똑바루 말해? 수한이 요즘 뭐하구 다니니? 아버지 
		말씀대루 걔, 진짜 포장마차 하는 거니?
애주		…전 모르는데요, 어머님… 아마 그런거 아닌가 싶어요.
수경모		아이구, 기가 막혀! 얘들이 왜이래, 왜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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