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회
     

S#1. 수경 마당

손난로를 재천에게 건네주는 홍여사

재천            아니, 이게 뭡니까?
홍여사          주머니 난로래요. 이렇게 들고 있으면요. 손이 안 시리대요.
재천            그래요.
홍여사          시장에 나가실 때 잠바 주머니에 넣고 일 보세요.
재천            맨날 이렇게 좋은 걸 주셔서 어떡합니까. 난 뭘 주죠.
홍여사          아, 아니예요.  


벨소리 울리고.

수경부E         수경이 아버지예요.

수경부 들어온다.

수경부           두 분이 같이 계시네요. 
홍여사           웬일이세요? 
수경부           제 친구가 요 앞에서 밥 집을 냈다구 해서 두 분 모시고 같이 갈려구요.
홍여사           저두요.
수경부           아, 같이 가십시다.
홍여사           전 안되요. 형부.
수경부           아, 얼른 준비하고 나와요. 오늘 안가면 평생 후회할 일이 생길 거예요.                   

S#2. 수경집

수경모. 홍여사와 재천의 중매때문에 나간 수경부의 전화를 받고 있다. 

수경모         당신이세요? 어떻게 됐어요. 정말요? 알았어요.
               아이구. 홍지성 나이 50에 시집가는 걸 어떻게 봐주냐.

S#3. 일식집 일실 (낮)

수경부가 재천과 홍여사를 데리고 앉아서 중매를 한다.

수경부          홍여사를 데리고 앉아서 중매를 한다.
홍여사          …그거야 경제를 살리는 문제겠죠.
수경부          맞아요! 국민들이 일치단결해 경제를 살려야 합니다!
                홍여사두 이 문제에 적극적으루 동참해야 할 때라구 생각
                하는데 어때요?
홍여사          네? 저는 현재두 아주 절약하구 살구 있는데요?
수경부          아니죠. 홍여사는 제가 볼 적에 낭비가 너무 심해요!
홍여사          제가요? (놀라서)
수경부          그럼요! 내가 일일이 한번 증거를 대 볼까요?
홍여사          네…! (화났다)
수경부          첫째루, 그 넓은 방을 혼자 통째루 쓰구 산다는 것, 반 아
                이엠 에프적 아닙니까?
홍여사          ?
수경부          둘이 살면 난방온도를 적어두 한 2,  3도쯤은 더 낮출 수두 
                있어요! 혼자 사는 방은  더 휑-해 보이지만,  식구가 늘어 
                정담두 나누구 하면 설렁하지가 않거든요? 그렇지 않습니
                까, 사둔?
재천            하하하하! (웃는다)
수경부          …홍여사. 아직은 아닐겁니다만, 몇살 더 잡수시면 가끔씩 
                등이 가려워질 때가 생길 겁니다. 그럴때, 누군가 따뜻하
                구 큼직한 손이 등으로  슬그머니 들어와서 드윽..득 가려
                운데만 골라가며 시원하게 긁어주면  얼마나 좋은지 아십
                니까? 홀로 살아오신 홍여사는 모르겠지만, 그  기분은 젊
                은때 느낀 열락, 그 이상이올시다!
홍여사          …(부끄럽고) 
재천            …하하하.
수경부          두분, 이팔청춘도 아닌데 저가 뭐 더 길게 얘기 않아두 아
                실겁니다. 두분, 합치세요! 그래서 에너지 아끼세요!  그게 
                애국하는 길이구, 애족하는 길입니다!
재천            하하하!

이야기가 잘 되어가는 눈치이다.

S#4. 수경 신방

수경이 빗자루 들고 막  들어서는데 상옥, 화장대에서 뭔가를  헤집어 찾는
다.

상옥            아, 답답해! 왜 이렇게 생각이 안나지?
수경            뭐가요, 아가씨?
상옥            그 야채가게 여자요. 분명히 어디서 본  얼굴이거든요? 근
                데 생각이 안나잖아요!
수경            천천히 생각하면 될 걸 뭘 그렇게 답답해 해요? 고향사람인가 
                부죠, 뭐?
상옥            그런가? …아닌데? …한번 물어봐야겠다! (하고는 야한 루즈 
                들고) 언니 이거 저 좀 빌려주세요!
수경            그거 너무 진해서 아가씨 못쓸 걸요?
상옥            괜찮아요! 저 주세요! 요것두 좀  쓰구 갖다 드릴께요! 아
                니 다른 거 또 있죠?

하고는 섀도우 등등도 챙겨버린다.


수경            그렇게 진한 걸 아가씨가 어떻게 쓸려구 그래요?
상옥            곧 다 갖다 놓을께요! 아니 싹- 새루 사드릴게요!

수경 어이없어 하나 상옥은 이미 챙겨 넣는다.


상옥            …아직은 말하면 안되는데…. 사실은 저 가수 됐어요, 언니!
수경            가수요? (놀라서 웃으며 본다)
상옥            왜 웃어요? 웃긴다, 이거예요?
수경            아, 아뇨. 그런건 아니구요. 놀라워서 그렇죠, 뭐. 아가씨 더 
                구체적으루 말좀 해봐요!
상옥            뭐 길게 말할 것두 없이, 옥주랑 둘이  오디션 통과해서 한
                타임 얻었거든요? 근데  식구들한테는 아직  말하지 마세
                요?
수경            왜요?
상옥            나중에 큰무대에 올라가면 그때 말할 거예요! 비밀 꼭 지켜
                주세요! 근데, 언니 악세사리 좀 이쁜 거  없어요? 그냥 
                확 튀는 걸루?
수경            (아무래두 걱정스럽다) 아가씨 , 무슨 이야긴지 좀 자세히 
                들어야겠는데요?
상옥            간단해요! 전 곧 스타가 될 거구요,  언니는 제 얼굴 보기
                가 좀 힘드러질거예요!
수경            (웃는다)


S#5. 수경 친정 거실

수경부가 들어왔다. 수경모가 웃으며 가서 겉옷을 받아든다.

수경모          어떻게 되셨어요? 뺨 석대예요, 술 석잔예요?
수경부          그야 술 석잔이지!
수경모          (웃으며) 결혼하겠대요?
수경부          어떻게 바루 결혼한다구 그러나?  두 사람 다 생각해 보겠
                다구 하기에 둘이 차 한잔  마시며 더 얘기해보구 오라하
                구 난 왔지 뭐. 하지만 99퍼센트 성사루 봐요. 난!
수경모          하이구, 지성이는 당장 급해 보이던데, 생각은 무슨 생각? 
                괜히 뺄려구 그러는 거죠!
수경부          아, 그래두 명색이 처년데 처녀가  앉은 자리에서 당장 네! 
                그래요! 할 수는 없잖아요?

하고 웃고 들어간다. 가다가 돌며.

수경부          그런데 여보, 앞으로 당신두 신경 좀 써야 할 겁니다?
수경모          ?
수경부          지금까지는 홍여사가 만만한 후배였지만, 결혼하게  되면 
                안사둔 되는 겁니다. 수경이 시어머님이라구요?!

하고 들어간다.

수경모          아이구, 지가 시어머니 아니라 시할머니래두 그렇죠. 무슨 
                조심을 해요?

하고 웃다가 따라 들어가려다가 잠깐 선다. 은근히 걱정이 된다.

S#6. 수경 마루

수경, 얼굴을 찌뿌리고 남자들 속옷  빨래감들을 주워 챙기는데, 전화가 온
다.

수경            여보세요?
수경모E         수경아, 나다.
수경            엄마!
수경모E         너 잘들어라. 방금 아빠가 지성이 이모하구 니네 아버님 
                중매를 하시구 들어오셨잖니?
수경            진짜, 엄마?

상옥이 나온다.


수경모E         그래, 그런데 일이 잘 될 것 같아.
수경            그래요? 하하, 잘 됐네!
수경모E         그래서 말인데, 너 지금부터는 이모한테 너무 함부로 하지 
                말라구! 시집 식구들 흉 같은 것두 보면 안되구, 아무튼 이
                모한테 좀 조심해. 알았지?
수경            하하하! 엄마는! 조심하긴 뭘 조심해! 이모가 우리 시어머
                님 되면 내 밥이지 뭐! 하하하!
수경모E         까불지 말구, 잘해! 끓는다?
수경            네. 엄마! 안녕! 설에 갈께요. 맛있는 거 많이 해놓으세요!
                하고 끊는다.
상옥            언니 뭐예요? 안집 아줌마랑 아버지랑 결혼하신대요?
수경            그러실건가봐요! 지금 같이 계신데!
상옥            …빠르네, 우리 아부지! (웃는다)

하는데 친구 소리가 난다.


친구            재천아! 재천아!
상옥            아이구 아저씨 안오신다더니 또 오셨네!

후다닥 나간다. 수경모 얼른 치우며 나갈 차비 하고.

S#7. 홍여사 마당

상옥이 열어주는 문으로 건어물과 생선상자를 든  친구가 들어온다. 수경도 
나온다.

수경            안녕하세요?
친구            어, 그래.
수경            우리 조카는 회사 안 갔어? 네 야근팀이예요. 어머나, 근데 
                이게 다 뭐예요?
친구            뭐기는? 설 안 지낼거야? 조카, 이걸루 설 지내! 아마도 내
                가 이번 설루 고기 잡은 일두 끝일 것 같아서 갖구 왔어! 동
                생네, 아들놈에 갖다 주러 온 길에 들렀어. 그런데 배신자
                는? 안에 있냐?
상옥            하하하! 아저씨! 우리 아부지, 안집 교수님하구요, 데이트 
                가셨어요!
친구            …또?
상옥            …네 두분이 결혼하실 거래요!
친구            …결혼 같은 소리한다! 너 아저씨 놀릴려구 하는 말이지?
상옥            아뇨! 얘기가 벌써 끝났다는데요? 그죠 언니?
수경            말씀이 오가고 있는건 사실이예요, 아져씨.
친구            …허어, 참! 박재천이가 삼재팔난 다 끝나구, 이제야 팔자
                가 피는가부다! 부잣집 며느리 얻더니. 이제는 처녀장가까
                지 들어? 체! 오뉴월 호박덩굴 뻗듯이 뻗는구나!

하고 부아를 내며 건어물을 집어 던지는 척한다. 상옥, 수경 몰래 웃음을 참
는다.

S#8. 시연모 건물내

선배가 와서 건들거리며 놀라운 눈길로 건물 여기저기를 바라보고 있다.

선배            야. 죽인다, 건물!

하는데, 영규가 시연모를 모시고 나온다.

선배            영규야!
영규            (힐끗보고)
선배            영규야! (다가오며) 안녕하세요?

하고 시연모에게 인사를 하려고 다가간다.

시연모          누구시지?
선배            저 박비서하구, 선후배 되는 사람입니다. 관장님.

영규 하는데, 영규, 시연모를 갤러리쪽으로 안내한다.

영규            관장님! 가시죠! …형, 좀 기다리세요.

하고 모시고 가버린다.

선배            (좀 당황해서 본다)


영규 그러면 선배에게 차게 눈 부라린다.

선배 주춤 물러난다.

S#9. 계단정도

영규를 따라 줄래줄래 오는 선배

선배            요 앞 빌딩에 나하구 쟁반생활 같이 하던 애가 지금은 앞
                치마 생활하는 애가 있는데 말야.

하는데 영규가 선배를 싸늘하게 노려본다.

영규            여기 누가 오라구 했수 형? 응?
선배            아니 난 그냥 지나가다가… 네 생각이 나서.
영규            형…나 성질 더러운 거 알지? …내 비위 건들이지마, 알았
                수?
선배            잘못했어. 네가 호출두 안하구 그래서….
영규            …왜 여길 맘대루 와? 촐싹거리지 말구 가만있으란 말야!
선배`           알았어.
영규            혹시 나한테 떡이 생기면 혼자 안 먹어!
선배            나눠먹어. 알았수?

하고 가버린다.


선배            …자식…! 되게 재구 있어…!

선배, 내심 자존심 상한다. 영규에게 반발심을 갖는다.

S#10. 시연모 사무실

노크소리 나고 영규 들어온다.

시연모          들어와요. 미스타 박, 이 자료 번역 좀 해줄래요?
영규            네, 알겠습니다.

영규, 용지를 받아서 본다. 

영규            관장님, 출장 안 가십니까?
시연모          지금 내가 어떻게 가겠어요?
영규            혹시 따님을 혼자 두시는 게 걱정되셔서 그러신다면, 제가 
                돕겠습니다.
시연모          어떻게 도울건데?
영규            제가 관장님 오시는 날까지 잘 돌봐주겠습니다.
시연모          (보고 웃는다)
시연모          미스 리? …예정대루 출장 준비해주세요. (끊고)
영규            …!
시연모          미스타 박 나랑 점심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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