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대본 제31회)



제 31회

S#41. 재천이 기다리는 장소



재천이 기다리는데 홍여사가 급하게 온다.


홍여사		많이 기다리셨죠? 박 선생님?
재천		아뇨. (웃고는 위아래를 훑어본다)
재천		아니, 이거 저 같은 사람이 에스코트하기엔 너무 근사하셔
		서요.
홍여사		어머나, 별말씀을요! 박 선생님두 정말 근사하기네요, 뭐!
재천		노력좀 했는데, 괜찮습니까?
홍여사		네. 너무 너무 …근사해요!

두 사람 서로 보고 웃는다. 멀리서 나와서 숨어보는 상옥.

상옥		(몰래 웃는다)

S#42. 홍여사 마당


민규가 외출복 입고 나온다. 상옥 웃으며 후다닥 뛰어든다.

상옥		야, 민규야, 민규야! 되게 웃긴다!
민규		뭐가?
상옥		아부지하구 교수님하구 연애한다 너?
민규		…
상옥		둘이 지금 데이트하러 나가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민규		…
상옥		아, 이 집이 우리집이 되는 게 시간 문제로구나! 그지?!

민규, 휙 나간다.

상옥		너 어디가?

S#43. 덕수궁 돌담길


재천과 홍여사 나란히 걸어본다.

재천		이길입니까? 그렇게 남자하구 같이 걸어보구 싶으셨단 거
		리가요?
홍여사		네. 바루 요기예요. 가을날이면 요기 페이브민트위루 망명
		정부의 지폐 같은 은행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거든요?
재천		무슨 지폐 같은 은행잎이요?
홍여사		아니, 제 표현이 아니구 어떤 시인이 그렇게 표현했거든
		요,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같은 낙엽이여!
재천		아하!
홍여사		아무튼 그런 낙옆 깔린 길을 사랑하는 이의 팔을 끼구서.
		다리가 아프도록 걷다가 무쇠난로가 뜨뜬한 중국집에 가
		서 물만두 하나씩 먹구, 창이 크다란 찻집에 앉아서 밤이 
		이슥하도록 이야기를 나누다가. 광화문에서 마지막 전차를 
		타고 헤어지는 거예요.
재천		어디 그깐 거 오늘 다 해보죠, 뭐! 전차야 없으니까 지하
		철로 대신하구 물만두에 배갈도 먹구, 까짓거 해봅시다!
홍여사		진짜 다 해주실 거예요?
재천		그럼요! 자 우선 팔부터 끼어요!
홍여사		어머나, 아이!

홍여사 빼자 재천이 홍여사 팔을 잡아다 자기 팔을 끼게 한다. 홍여사 부끄
러워 하하 웃는다.

홍여사		아…! 이런 날 눈이라두 펑펑 내려왔음 얼마나 좋을까? 그
		죠. 박선생님?

S#44. 분식 가게 (낮)


얼굴의 멍이 다 가신 계순이 나와서 장사를 하고 있다. 계순이 주문 전화를 
받고 있다.

계순		우거지탕 세 개요? 네, 감사합니다. (끊고) 아줌마 탕, 세 
		개! 배달!
아줌마		알았어! 손님들이 귀신같이 안 다니까! 주인 나온 날하고 
		없는 날하구 ! 매상이 다르잖아!

아줌마 좋아하며 일을 하는데 민규가 비죽 들어온다.

민규		안녕하세요, 아줌마! 
아줌마		(반가워하며) 아이구 민규도 오네!

계순, 민규를 돌아본다.

계순		너 왜 왔어? 느 아빠 아시면 어떡하려구?
민규		(놀라서 아줌마를 본다)
아줌마		야, 나두 다 안다 ! 걱정 말아! (하고는) 아이구! (불쌍해 
		한다)
민규		…아줌마 저 보구 싶으셨어요?
아줌마		뭐가 보구 싶어? 미운놈이! (때리는 시늉하고는) 얼른 배  
                달 좀 해라! 그러잖아두 바빠 죽겠다! 
민규		네…!
계순		밥 먹었니?
민규		네!

전화가 또 온다.


민규		(받는다) 네 분식입니다! 네. 우거지 탕 둘, 만두 하나, 네
		에… 감사합니다!
아줌마		일할 기분나네, 오늘! 

세 사람 신이 나서 일한다.

S#45. 덕수궁 안



재천, 홍여사 유치한 연인들처럼 국산 영화 장면처럼 나무사이를 두고 이야
기한다. 재천 추워서 깃 올리고 떨다가 담배 피우려고 하나 금연지역이고, 
홍여사는 들떠서 춥지가 않다.

홍여사		박선생님..?
재천		네?
홍여사		그런데 그 수수께끼말이예요, 정답이 뭐예요? 왜 그대 눈
		을 바라보며 한숨짓는 거예요?
재천		한번 맞춰보세요.
홍여사		…사랑하기 때문에 그래서 한숨짓는 걸까요?
재천		정답에 거의 가깝긴 합니다만, 아직 조금 부족합니다.
홍여사		아이 그럼 뭘까?
재천		조금 더 연구해보세요! 그런데 교수님, 이거 추워지는데, 
		어디 들어가서 뜨끈한 짬뽕이라도 한그릇씩 합시다!
홍여사		짬뽕이요?
재천		싫으시면 설설 끓는 설렁탕을 한 뚝배기씩 하던지요! 갑시
		다! 여기 이러구 있다간 얼어죽겠시다! (휙 잡아끌고)
홍여사		그러죠 뭐.

S#46. 분식가게

좀 한가해진 시간이다. 계순이 간식을 갖고 온다.

계순 아줌마. 우리 간식 먹어요!
아줌마 그래, (안에서 나오며) 아이고 한동안을 동동거렸더니, 다
리가 아프다!

와서 셋이 앉아 간식을 먹는다. 차와 떡 종류.

아줌마 아이그. 그렇다구 하구 봐서 그런지 많이두 닮았다. 엄마
를.
민규 (웃고 먹는다)

민규 먹다가 문간께를 돌아보다가 얼굴이 굳어진다. 이사장이 웃으며 들어
온다.

민규 (작게)엄마.

계순이 돌아본다.

이사장 간식들 먹나? 아이고. 우리 아주머니, 맛있는 거 잡수시
네?
아줌마 (퉁명스럽게) 어서오세요.
민규 …(엄마를 때린 사람이라 생각하니 인사가 안 나온다)
이사장 니는 어른을 봐두 인사할 줄도 모르나?
민규 (겨우 일어나 꾸벅한다)
이사장 잘 있었나? (계순을 보고 환하게 웃는다)
계순 웬일이예요?
이사장 내 너 보구 싶어서 안 왔나? 일어나라!
계순 …왜요?
이사장 (다정하게) 아, 일어나라면 일어나 봐라. 내 가서 네 옷 한
벌 사줄라고 안 그러나?
계순 옷 필요없어요.
이사장 아따 이 사람 토라진 거 봐라! 일어나라! 내 할말도 있고
하다.

이사장 다정하게 굴며 계순을 잡아 일으킨다.

계순 이거 놔요. 나갈테니.

계순 하는 수없이 일어나며 민규를 돌아본다.

계순 먼저 나가 계세요.

민규 모른 척 외면하고 있다.

이사장 또 봅시다. 아주머니?

하고 먼저 나간다.

계순 (웃옷 등 챙기며) 얼른 들어올께요. 민규야, 엄마 얼른 올
게.

하고 나간다. 민규, 보고 서있다.

S#47. 골목앞


계순 나온다. 이사장 기다렸다가 다정하게 다가온다.

이사장		거, 옷 단단히 챙겨 입어라. (하고 챙겨줄 듯 하는데)

계순 손을 휙 치워낸다. 두 사람 간다.

S#48. 가게 안


민규가 조용히 내다본다.

아줌마		일루 와서 이거나 먹어라.
민규		(온다, 앉는다)
아줌마		속상하지?
민규		…뭐하는 아저씨예요?
아줌마		엄마가 아무 말 않던?
민규		…
아줌마		뭐 사업한다구 왔다갔다 하는 모양이더라만 나는 그것이 
		걱정이 아니라 저 인간이 정말루 혼잔가 그게 걱정이다.
민규		(놀라서) 네?
아줌마		말로는 이혼하고 혼자 산다고 하는데, 난 어쩐지 미덥지가 
		않아. 내가 알기루 벌써 3년을 저렇게 사람을 데려갈 생각
		두 않구 왔다갔다만 하는게?
민규		엄마는 뭐라구 해요?
아줌마		느 엄마는 아무나 믿는 사람이잖아? 자기 좋다구만 하는 
		사람 말이면 팥으루 메주를 쑨대두 곧이 들을 사람이 느 
		엄마다!
민규		…(내가 알아 봐야지)

S#49. 시연모 갤러리 사무실


영규 다시 미스 리에게 묻는다.

영규		미스 리, 미스 리는 알죠? 관장님. 어디 계신건지 알죠?   
                말좀 해봐요!
미스 리		…
영규		전혀 짐작 가는데두 없어요?
미스 리		네.
영규		알거든 말좀 해줘요! 사람 답답하게 이게 뭐에요!!
미스 리		…병원 가셨는지두 몰라요!!
영규		병원이요?  무슨 원이요?
미스 리		…따님 때문에 가끔 병원에 가시거든요.
영규		(좀 놀라서) 시연이, 어디가 많이 아파요?
미스 리		전 몰라요.


하는데 전화가 온다.

미스리		갤러립니다. 네, 관장님. 네… 잠깐만요. 박 비서님 전환데
		요.
영규		(공손히 받는다) 전화 바꿨습니다. 네, 관장님! 네, 아, 네.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S#50. 병원 현관 앞


영규, 와서 두리번거리며 기다리고 있다. 시연모가 휠체어에 탄 시연과 함
께 온다. 간호사가 밀고.

영규		(얼른 다가가 인사를 한다) 관장님! 
시연모		빨리 왔네, 미스타 박.
시연		박영규 씨 안녕!

시연 창백하나 명랑해 하는 얼굴이다.


영규		어떻게 된 거야? …놀았잖아?
시연		아 이 사람아 뭘 그렇게 놀라나? 사람이 살다보면 아프기
		두 하는 거지!

시연, 까불며 일어나 차에 오르려 하나 아직 기운이 없다. 영규가 번쩍 안
아서 차에다 태운다.

시연모		…(간호사에게 인사하고) 감사했어요.

영규, 시연을 태우고 시연모, 타자 문을 닫아주고 운전석에 오른다.

S#51. 시연방


영규가 시연을 안고 들어온다. 시연모가 따라 들어온다.

시연		(눕는다) 엄마 나 이제 괜찮으니까 나가서 일보게요!
시연모		알았어… 한숨 푹자.
시연		네… 사랑해 엄마!
시연모		엄마, 사랑하면 제발, 아프지마!

시연모, 시연이 이불을 덮어주고 볼을 다독거려준다. 눈에 연민이 가득하다.

시연모		꼭 만날 손님이 계시니까 엄마 만나구 빨리 들어올게.
시연		네.
시연모		미스타 박, 나가죠.
영규		네 관장님.

시연모 먼저 나간다.

영규		(보다가 얼른 다가오며) 어떻게 된거니, 너? 어디가 어떻
		게 아픈 거야?
시연		놀랬어?
영규 		그걸 말이라구 해? 어디가 아픈거냐구?
시연		오빠.
영규		(놀란다)
시연		나 오늘부터 오빠라구 부르고 싶어, 괜찮아?
영규		…(놀라서 본다)
시연		(까르르 웃는다)

	S#52. 시연모 사무실
	영규, 뭐라고 보고사항이 있어 들어가려다가 멈칫한다. 시연모가 창밖을 내 다보고 혼자 눈물짓고 서있다. 영규, 보고 멈칫 도로 물러난다.

	S#53. 동 밖
	돌아나오니 뭔가 의혹을 느낀다. 영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