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대본 제31회)



제 31회

S#11. 수경 친정 안방



수경모 몰래 아무도 없는 방에서 전화한다.



수경모		너, 지금 빨리 집에 와! 얼른!

수경 못 온다고 하는 듯.

	
수경모		지금 오란 말야! 당장! 여기서 바루 회사 가면 되잖아! 알
		았지? 얼른 와!? 무슨 일인지는 오면 알아! 얼른 와?

하는데 문이 발칵 열린다.


수경모		어머나, 깜짝이야!


수경부가 들어온다.

수경부		애들 물건 싣구왔어요, 나가봐요!
수경모		벌써 왔어요? 아니 뭐 그렇게 빨리와 걔들은?

수경모 당황하고 속상하다.

S#12. 수경 친정 거실


수경부, 수한, 애주, 들어앉아서 백화점에 내다 팔 물건들에 비닐커버를 씌
우고, 비닐 포장이 끝난 물건은 박스에 싣고 있다. 모두 하얀 면장갑도 끼
고 부지런하다. 수한도 신나고, 수경이 수경모가 열어준 문으로 회사갈 차
림으로 들어오며 놀란다.

수경		이게 다 뭐에요?
수경부		오늘부터 오빠가 장사한댄다!
수경		어머, 잘됐다! 백화점 검품 통과했구나!! 오빠, 축하해!
수한		그래, 고맙다. 
수경		나두 도와줄게.

하고 앉으려는데, 수경모가 얼른 잡으며.

수경모		너 밥 안 먹었지? 뭐 좀 먹구 해라.
수경		나 지금 밥 생각없서 엄마!
수경모		(눈 꿈쩍하며 억지로 끌고간다) 생각 없어두 조금 먹구 
		해!
수경		진짜 배 안 고파, 엄마!
수한		야! 배고프지 않아두 들어가서 좀 먹어라. 엄마 종일 꼬리
		곰탕 설설 끓여놓구 너 먹이려구 기다리셨다! 그쵸, 엄마?
수경모		넌 어째 말을 해두 꼭, 그렇게 밉게 하니? 내가 어째서 수
		경이 먹일려구 곰탕끓였어? 아부지랑 니들 전부 먹으라구 
		끓였지! 얼른 들어가!


수경모, 수경 등을 밀어가며 데리고 들어간다.


애주		아가씨 들어가세요. 얼른.

수경, 오빠 내외 눈치보며 속상해 찡그리고 들어간다.

S#13. 수경 주방

작은 소반에 국을 떠온 수경모, 수경을 제촉해 먹이려든다. 수경 엄마 정성
에 괜히 화가 난다.

수경모 너 먹일려구, 특별히 부탁해서 가져온 고기야, 얘! 얼른
먹어!
수경 엄마! 이거 먹일려구 그렇게 숨 넘어가게 나 찾았어? 빨리
오라구?
수경모 그래, 니 오빠 언니 없을 때 먹일려구 했더니 글쎄, 금방
들어와버린다?

수경모 웃는다.

수경 …제발 이러지마! 왜 이래? 오빠 언니 눈치보구?
수경모 잔소리말구 빨리 먹어! 너 그렇게 먹구 살다간 영양실조
걸린다!
수경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우리가 뭘 그렇게 못 먹구 산다구!

수경모 딸이 화난 것 알아챈다. 보다가 달래듯 말한다.

수경모 누가 꼭 못먹구 산대니? 너하구 박서방에 식구들이 식성
이 다르니 걱정이란 거지!… 넌 생선 잘 안 먹잖아! 큰걸
루 하나 다 끓였으니 오늘 먹구 가구, 내일두 출근 전에
와서 먹구 가!
수경 …
수경모 …혼잣몸이 아니잖아? 그렇게 부실하게 먹구 다니면서 밤
꼴딱 새서 일하구. 큰일난다. 너?
수경 나 엄마 이러나는 거 진짜 싫어! 내가 뭐 꼬리곰탕 한그릇
두 못 사먹는 형편인 것처럼… 왜이래? 먹구 싶음 내가
사먹을 거예요!
수경모 …사먹는 것하구 같아? 짜증내지 말구 먹어! 그래야 애가
튼튼하지!
수경 나 지금 못 먹어, 엄마!
수경모 그럼 어떡할까? …내가 들통에 좀 담아서 줄테니까 느이
집에 가져가서 먹을래? …아이구, 아냐! 갖구 가면 뭐 너
입에 들어가니? 그 득실득실하는 식구들 좋은 일이나 시
키지! 참구 조금만 더 먹어봐. …응? 아이. 착해 우리딸.

수경, 자존심 상하나 엄마를 생각해서 픽 웃고 몇술 뜬다.

수경모 …(보며) 맛있지? 고기두 건져 먹어, 얘!
수경 …(속상하다)

	S#14. 분식집 앞 골목 (낮)
	재천 두리번거리며 골목을 걸어 들어온다. 김밥집을 찾아낸다. 재천 …!(여기로구나) 재천, 마음을 가다듬고 들어간다.

S#15. 분식집 안

아줌마가 혼자 일을 하고 있다. 재천이 들어온다.

아줌마 (모르고 일하다가) 어서 오세요.
재천 (아줌마를 보고 계순이 있나 찾아본다)
아줌마 식사하시게요. 앉으시죠.
재천 저, 말씀좀 물읍시다. 여기 주인 안 계십니까?
아줌마 …?

아줌마 그 말에 재천을 다시 살핀다. 그 사람이구나…!

아줌마 …주인은 왜 찾아요? 제가 주인인데요?
재천 네?
아줌마 제가 이 집 주인이라구요.
재천 아주머니가 이 가게 주인이라구요?
아줌마 네…!
재천 …언제부터 이 가게하셨어요?
아줌마 얼마 안 됐는데요? 그 전에 주인 아줌마 찾으세요?
재천 네….
아줌마 그만 두구 갔는데.
재천 어디루 갔는지 혹 아십니까?
아줌마 모르겠네요, 시집간다구 그만 둬서 제가 인수했어요.
재천 (충격) 결혼했어요?
아줌마 네. 근데 왜 그러세요?
재천 아닙니다…. 잘 알았습니다. (하다가) 그 사람 이름이 이계
순이 맞죠?
아줌마 네. 이씨 맞아요.
재천 감사합니다. (나가다가 돌며) 혹시 이 가게에 아르바이트
학생 있어요?
아줌마 …우리는 아르바이트 학생 안 쓰는데요?
재천 …알았습니다. 실례했습니다.
아줌마 안녕히 가세요.

재천, 나간다. 아줌마 재천 나가는 것 보고 자기 가슴을 쓸며 안도한다. 재
천이 확실히 사라지자 전화기를 든다.

	S#16. 골목
	재천, 나와서 좀 섰다가 더이상 찾는 거 포기하기로 결심하고 가버린다.

S#17. 계순방



아줌마가 전화를 해왔다.


아줌마		(전화) … 그 남자 금방 왔다 갔어!
계순		제가 부탁드린대루 다 하셨어요?
아줌마		응, 다 했어. 내말 그대루 믿구 갔으니까 걱정하지 말라
		구!
계순		네…. 고마워요, 아줌마. 끊을께요.

계순 안도하고 끊는다.

S#18. 백화점 단품 코너 (저녁)


애주와 수한이 장사를 하려고 서있다. 둘다 긴장했다. 스카프, 숄 등의 소품
들이다.


애주		여보, 자세 바루 해서 서요!
수한		(머쓱하게 서있다) 알았어, 하필이면 정문 앞이야.

수한 혹시 아는 사람 만날까봐, 애주 뒤로 숨으며 쭈볏거린다.

애주		그런 소리 하지두 마! 정문 앞이어서 좋지, 무슨 소리하는  
                거야, 당신은!


하는데 손님들이 몰려온다. 두 사람 호객을 못하고 서있지만 한다.

애주		여보. 손님좀 불러봐요.
수한		당신이 해봐, 왜 나더러 하래?

애주 용기를 내서 지나가는 여성에게 말을 건다.

애주		사모님! 이 숄 한번 걸쳐보세요.

그냥, 지나가는 여성.

애주		아가씨 이 스카프 한번 보시겠어요?

다른 젊은 여성을 다시 붙잡는 애주 어색하게 웃으며. 수한은 계속 어색한
다.

S#19. 회사 복도 정도


수경이 곰탕 때문에 기분이 좀 우울해서 걸어온다. 동규와 남자 직원들이 
서서 수근거리고 있다가 혼자 다가온다.

수경		왜들 이러구 있어요?
동규		…속은 어때? 뭐 좀 먹구 나오는 거야?
수경		뭐야, 동규씨?
동규		…보너스가 안 나온대?
수경		(놀란다)

S#20. 회사 회의실


팀장 말하고 모두 침통한 표정으로 듣는다.

팀장		이미 모두 들었겠지만 이번에 나올 상여금 없어요!
남1 		전혀 없어요, 팀장님?
팀장		한푼두 없대요.

모두 코가 빠진다.

이대리		어떻게 살아요? …그것 나오기만 목빼구 기다렸는데? 팀  
                장 나는 다른가 뭐? …당장 이달부터 구멍이지! 나는 할말  
                없구 이사님 말씀만 중계하겠어요! 지금의 시대 상황을 정  
                확히 인식해라! 지금은 상여금이 아니라 회사 생존 자체가 
		의문인 시대다.

모두 시무룩하다. 수경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