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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가 면장갑을 끼고 마당 청소를 한다. 소주병, 맥주캔 등 분리수거를
한다.
홍여사 수경이 얘, 아직두 멀었네 아직두 멀었어.
하는데 대문간이 시끄러워지며 수경, 민규, 상옥이 들어온다. 무, 양파, 감
자, 당근, 고구마 등을 잔뜩 든 민규와 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오는 수경
과 상옥. 민규는 목욕을 다녀오다가 이들을 만나 같이 오는 길이다.
수경 데련님 무겁죠?
민규 아뇨, 괜찮아요.
상옥 남자가 이깐에 뭐가 무거워? 안에 들여놔!
민규 알았어. (안으로 밀어 넣어두고)
수경 아가씨는 데련님은 안 만났으면 무거워 혼났을 거면서!
홍여사 어머, 넌 뭘 그렇게 먹구 다니니, 길에서?
수경 (창피하다) 몰라, 이런 게 자꾸 먹구 싶은데?
홍여사 얘, 뱃속에 든 애가 효잔가부다! 지네 엄마 아빠 경제 사
정 신통치 않은 것 알구 그렇게 싼 것만 먹구 싶어하니…!
수경 (화난다) 이모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
홍여사 농담이야! (웃고) 근데 뭘 그렇게 잔뜩 사와?! 먹을 만큼
만 사오지!
수경 이모 그 새루 생긴 야채 가게 있잖아, 아주 싸게 줘!
상옥 근데 나 그 여자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여잔데?
수경 새루 생긴 가겐데, 아가씨가 어디서 봐요! 어머, 아버님 점
심 드려야 겠어요.
홍여사 나가셨어, 얘.
수경 벌써요?
홍여사 음, 금방 송판가 어디 가신다구 나가셨는데?
민규 (놀라서 후딱 돌아본다)
홍여사 누구 좀 찾아볼 사람이 있다구.
민규 …! (큰일났다)
홍여사 근데 수경아, 그리구 상옥씨! 내가 싫은 소리 좀 하자, 응?
민규 슬그머니 그러나 급하게 안으로 들어간다.
홍여사 이거 이렇게 하면 안돼! 이렇게 맥주캔들이, 눌러서 푹
바루 찌그러지는 알미늄캔, 이런건 재활용이 되는거구, 밟
아두 발만 아픈, 이런 통조림 깡통, 이런건 아냐! 그러
니까 이런건 따루 모아야 돼, 알았어?
수경 아가씨가 이렇게 버렸죠?
상옥 (무안하다)
홍여사 상옥씨! 보나팔트 나폴레옹이 뭐라구 그랬는지 알아? 인간
최고의 미덕은 애국심이다! …그랬어…! 그럼 현재 우리가
애국심을 발휘할 수 있는게 뭐겠어? 이런 캔 하나라두 제
대루 수거해서 단 일센트 일달라라두 아끼는 거 그것밖에
더 있겠어? 그지?
상옥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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