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대본 제23회)



제 23회

S#31. 수산시장 (같은날)



스티로폼 상자들을 정리하는 재천. 뒤에서 친구가 다가온다.

친구            재천아!

재천 돌아본다.           

재천            어, 그래!

재천 손 털고 다가온다. 두 사람 근처 적당한 곳에 앉는다. 친구가 담배를 붙여준다.
한 대씩 나눠 피우며 이야기한다.

친구            어떻냐? 할만하냐?
재천            좋다!
친구            좋아?
재천            그래… 가끔씩 내가 박씨라는 걸 잊어서 탈인데… 그것말  
                고는 좋아!
친구            아니 너더러 박선장이라구 안 불러? 이 자식들을 내가! 

일어나려고 한다.

재천            야, 야! 관둬! 박가 보구 박가라는데 뭐가 발끈할 일이야?
친구            …(안된 듯 본다)
재천            야, 임마! 좋다는데 왜 그렇게 봐!
친구            그래…재천아 참아라 참구 살아! 태산을 넘으면 평지를 본
                다잖더냐! 근데 동규는 어떻게 됐냐?
재천            며늘애 들어왔다.
친구            거 잘했다! 야!
재천            해장이나 할거나?
친구            관둬! 너 술 고만 해야겠더라! 싫어! 아주 너 니네 사둔집 
                가서 하는 것보구 내가 며칠 끙끙 앓았다! 
재천            하하, 너두 앓았냐?
친구            나 말구,누가 또 앓은 사람 있어?

	S#32. 홍여사 집

S#33. 수경 신방 (아침)



동규 팔을 베고 잠든 수경. 동규가 가만히 잠 깨서 수경을 바라보고 있다. 
수경 자다가 눈을 뜬다. 동규가 웃는다.

수경            뭐야? 뭐하는 거야?
동규            너 자는 거 봤어.
수경            싫어! 왜 남의 얼굴을 봐?
동규            (웃는다)
수경            몇시야, 지금?
동규            오늘 휴일이야, 푹 자!
수경            알았어!

수경, 동규 품으로 더 파고 들고 동규 수경 조여안으며 이마에 뽀뽀하는데 
벨소리 난다. 이어서 소리도.

친구 E          교수님! 교수님!

수경 눈 뜬다. 낭패감. 동규 마찬가지.

S#34. 홍여사 안방

홍여사, 상옥이 끓여준 죽을 먹고 있다. 상옥은 망을 부지런히 닦는다.

홍여사 참 맛있다, 응? 어떻게 끓인거야?
상옥 그냥 흰죽인걸요, 뭐 많이 잡수세요?
홍여사 고마워.

하는데 친구가 오는 소리 난다.

친구 교수님!
재천E 야, 소리지르지 마, 임마!
친구 왜 그래? 교수님이 편찮으시다는데 내가 들여다 보구 가
야지! 교수님! 아니 우리 교수님이 편찮으시다구?
홍여사 아이구, 저 양반은 왜 또 오시나?

친구 급하게 들여다보며.

친구 우리 교수님 이거 큰일나셨네? 정말 자리 보전 허셨네?
홍 아유, 어딜 들어가세요? 나가세요?
상옥 아저씨, 나가세요!!
친구 가만 계세요! 얼마나 편찮으신지 좀 봐야겠어요!

이마를 짚어보려고 온다.

홍여사 (이불을 써버린다) 어머나, 이러지 말아요!
재천 (끌고 나가며) 야, 너 일루 못 나와?
친구 야, 이거 놔! 아이구, 지가 대신 아파드리면 딱 좋겠
는데, 어떡허냐. 우리 교수님? 뭐 잡숫구 싶으신 거 없으
세요?

수경이 들어온다.

수경 안녕하세요?
친구 그래, 아니 이모님이 이렇게 편찮으셔서 어떡허냐, 응?
재천 나와! (끌고 나간다)
재천 이모, 많이 아파?

와서 이마 짚어본다.

수경 어머! 큰일났네!
홍여사 얘, 괜찮아! 저 아저씨 때문에 금방 확 더 올랐을거야! 얼
른 좀 내보내!

이불 써버린다.

S#35. 수경 작은방



재천이 친구를 데리고 들어왔다.

재천            야, 자식아, 촌티 내지 말구 일루와, 한숨 자구 내려가!

배게를 던져준다. 자기도 곁으루 눕는다.

재천            이놈에 자식은 어디서 뭘하구 다니다가 지금까지 자는 거
                야?

자는 민규의 이불을 덮어준다. 미닫이를 닫는다. 민규, 눈 뜬다.

S#36. 지하방 (아침)



동욱, 멍든 얼굴로 와서 영규를 깨운다.

동욱            형! 일어나요!
영규            야, 임마 ! 나 못 일어나, 가!
동규            엄마가 좀 올라오래.
영규            나 못 간다니까?
동욱            엄마 무지 화났어, 형… 알아서 해요!
영규            내가 알게 뭐냐, 임마?
동욱            난 몰라? 형이 다 책임져! 내 힘으루 더이상은 안돼.
영규            그 자식, 되게 쫑알거리네?

영규, 머리 털며 일어난다. 하다가 얼굴을 보고.


영규            어? 너 얼굴이 왜 그러냐?
동욱            하! 왜 그럴까요?
영규            (시계보고) 야, 이 시계 이거 맞는 거냐?
동욱            …틀렸으면 좋겠네요, 나두….
영규            (아이쿠!!) (머리 감싸안는다)

S#37. 동욱집 근처 (낮)



영규가 술먹고 근무를 태만해서 쫓겨난 모습. 찬바람이 분다. 영규가 가
방을 들고 나온다. 경비가 청소를 하다가 본다.

경비            어디 가, 미스타 박?
영규            (웃으며) 아저씨, 잘 계세요! 이제 못 뵙겠네요.
경비            그만두는 거야?
영규            네, 저 짤렸어요!

영규 환하게 웃는다.

영규            또 뵙겠어요! 근무 잘하세요!

영규 웃고 가버린다.

경비            …내 저럴줄 알았다니까, 저 친구!

S#38. 시연네 집 앞


영규 가방들고 그 집 앞을 지나간다. 영규 대문 안을 한번 들여다보고 물러
서서 다짐한다.

영규    두구 봐라! 이 인간 박영규! 반드시 여기루 다시 돌아온다.

영규, 각오 새롭게 하고 떠나간다.

S#39. 미숙방



미숙,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앉아있다. 그 얼굴이 쓸쓸해 보인다. 미숙, 망
설이다가 가만히 감춰두었던 보자기를 펼친다. 반지를 끼어본다. 인형도 눌
러본다. 미숙, 한숨을 쉰다.

미숙            니 아빠란 인간은 지금 신나겠구나!

인형을 던져버리고 무릎을 세워 머리를 묻는다.

미숙            아가야… 엄마, 솔직히 견디기 힘들다!  이런 걸 외롭다구 
                하는 거겠지. 누구라두 곁에 좀 같이 있어주면  얼마나 좋
                을까? 강아지라두 한 마리 있음 좋겠다.

미숙 고개를 들다가 깜짝 놀라서 몸을 떤다. 태동을 느낀다.

미숙            아가야! 지금 네가 움직인거니, 응? 그런 거 맞니?

다시 느낀다.

미숙            맞구나…! 엄마 진짜루 혼자 아니구나! 다시 움직여봐…
                한번만 더…!

미숙 기다린다. 다시 움직임 느낀다. 미숙, 눈에 기쁜 눈물이 반짝한다.

S#40. 미술학원 (오후)



우울한 얼굴의 민규. 아그리파 정도를 그리고 다. 그러다가 시들해서 뒤
돌아서다가 놀란다. 돌아보니 시연이 보고 서있다.

시연            (미소)
민규            …

민규 일어나 다가간다.

시연            언제 끝나요?
민규　          …
시연            끝나면 내려와요. 아래서 기다릴께요.

시연 나간다. 민규 보고 섰다가 들어와 화구를 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