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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가 시연을 달래고 있다. 빈 캔이 많다. 민규는 없다.
시연 네가 나한테 거짓말 한 적이 없다구? 얘가 왜 이래?
영규 그래! 없어!
시연 웃기는 얘다, 너?
영규 시연아, 내가 혹시 너한테 거짓말을 했다구 생각한다면 그
건 너의 오해라구 말해주구 싶어!
시연 무슨 오해?
영규 너, 진실의 두 가지 얼굴에 대해.
시연 ?
영규 진실에는 형식적 진실이란 게 있구, 실체적 진실이란 게
있어! 실체적이란 건 뭐냐? 진짜 진실을 말해! 즉 하늘이
알구, 내가 알구, 니가 아는 진짜 진실! 말하자면 이 인간
박영규가 잘 생겼구, 머리가 좋구, 대인관계가 좋아서 지
금은 비록 기사지만 언젠가는 틀림없이 이런 정도의 집
을 지니구 살만큼 장래가 촉망된다! 이런 진실이야! 그러
면 형식적이란 뭐냐? 한마디루 아무 짝에두 필요없는 종
이 쪽지, 쯩, 그런 걸 말하는 거야!
시연 (비웃음 담고 본다) 쯩이라니?
영규 졸업쯩! 학위쯩! 자격쯩 등등!
시연 그러니까, 너의 진짜 정체는 훌륭하다? 거짓말쟁이가 아
니다?
영규 그렇지!
시연 하! 네가 어디서 엉터리 같은 소리를 얻어들은 모양인데,
뭐라구 궤변을 늘어놔두 넌 나를 실망시켰어!
핸드폰이 온다.
영규 (켰다가 꺼버린다)
시연 받아라, 난 갈 거니까!
영규 시연아, 잠깐만 더 있어! 내 얘기 마저 듣구 가라!!
시연 미안하지만 피곤해서 가야겠다!
영규 시연아! 잠깐만!
시연 얘기해!
영규 좋아, 내가 혹시 너한테 하얀 거짓말을 했다면 그것은 조
금이라두 너한테 가까이 가구 싶어서였을거야. 너를 너
무 좋아하기 때문에.
시연 (웃는다) 정말 좋아한다면 썼던 가면두 벗구 다가와야지.
넌 하나 들키면 또 다른 가면 쓰구, 안 그랬어? 내가 뭐
너 부잣집 아들인줄 알구 친구했니? 만나면 재미있구 나
한테 잘해 줬으니까 친구한 거지! 나보구 싶으면 맨 얼굴
루 자신있게 찾아와! 그러기 전엔 난 너 싫어!
하고 가버린다.
영규 시연아!
영규, 화가 나서 빈 캔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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