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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남은 현실적인 속물이다.
두 딸과 쇼핑을 하다가 지인을 만나면 둘째인 준희만 내세우며 ‘모델’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병희가 항의를 하면 순남은 더 큰소리다.
“현실을 직시해. 뭐로 보나 준희가 더 폼 나는 건 사실이잖아, 안그래?”
어쩜 그렇게 딸의 아픈 곳을 콕콕 찔러대는지. 딱 고만큼이다.
허튼 구석 없이 옳은 말만 쏘아댄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눈이 밝아 때로는 속물이다 싶게 현실적이며 허영끼를 몹시 싫어한다.
젠 체, 있는 체, 똑똑한 체, 잘난 체 하는 사람들은 그녀 앞에서 본전도 못건진다.
순남은 한 뼘쯤 트인 엄마다.
순남은 다른 엄마들처럼 세끼 밥 안챙겨준다.
50세 생일날 스스로를 부엌에서 해방시켰다. 33년 동안(준희는 25년) 너희들을 먹였으니 이젠 너희들 스스로 먹어라.
아니, 나도 먹여달라고 선언했다. 퇴근하면서 집에 전화해 ‘오늘 저녁은 뭐니?’라고 묻는 엄마다. 준희는 나가 있는 시간이
많으므로 부엌은 자연스럽게 병희 차지가 되었다.
순남은 깔끔한 엄마다.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두 딸의 학교에 갈 때는 때깔 곱게 차려입고 가 딸들의 기를 살려주었고 얻어온 옷일지언정 밤새
재봉틀을 돌려 새 옷처럼 만들어 입혔다.
덕분에 병희와 준희는 있는 집 귀한 딸처럼 보였다. 알뜰하고 검박하면서도 ‘외모가 중요하다’라는 걸 일찌감치 깨달아 스스로도
항상 깔끔하고 단정하게 꾸미고 다닌다.
세상 티 중에 제일 싫어하는 티가 ‘빈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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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공부 5년 회계사 공부 5년,
절망의 벼랑 끝에서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해 순남의 부동산 사무실에 취직을 한다.
그동안은 야무진 와이프의 봉급으로 먹고 살았으니 이래저래 고개 숙인 남자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너무나 화사한 인물은 숨길 수 없어 가끔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유약한 선비의 상이랄까?
실은 문학청년이었다. 집안의 바람으로 법대에 진학해 고시공부를 했지만 틈틈이 시를 지었고, 그것은 모두 지나간 청춘과
함께 퇴색된 추억이 되었다.
도무지 공인중개사로는 안어울릴 성품이지만 그래도 바지런히 노력을 하는데 그 우수어린 하얀 얼굴은 주책 맞게도 순남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끝까지 순남의 마음을 모르고 떠난다.
수지침을 잘 놓아 병희가 수지침을 맞으러 사무실에 자주 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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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건전한 성문화를 널리
퍼트리고 싶은 원대한 꿈의 소유자.
돈을 벌어 복합성인용품몰도 짓고 성인전용극장도 짓고 포르노영화제도 주최하고 싶다. 한국의 ‘래리 플린트’가 되어 ‘허슬러’같은
잡지를 만들고 싶다.
‘플레이보이’처럼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는 그런 시대를 만들고 싶다.
편집장을 주겠다는 걸 미끼로 3년째 병희를 부려먹고 있다. 그녀의 원고를 훑으며 그녀의 몸도 훑는다. 음란기사를 이렇게
잘 쓰는 여자 처음 봤다. 밤이면 밤마다 남친을 작살낼 것 같다. 다행히 집적거리지는 않는다. 급한 성미에 앞뒤 안맞는
언변, 능글맞은 변강쇠형이지만 가끔은 진실성도 내비치는 아저씨. ***
배희명과 박병각과 황용길은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난 고향 선후배 사이로 가끔 어울려 술을 마시는 쓰리브라더스다.
나이도 하는 일도 생김새도 태생적 환경도 전혀 딴판인 세사람이 모여 있으면 마치 와인과 소주와 빼갈을 섞어놓은 것처럼
부조리한데 이상하게도 그 혼합주는 묘한 맛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독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그래도 박병각과 황용길은 비슷한 류의 사람들인데 전혀 딴판인 배희명이 이 두 사람과의 만남을 지속하는 것은 그들의
포장할 줄 모르는 순수성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손가락받을 지언정 스스로에게는 정직한 사람들이랄까?
술자리는 주로 배희명의 웃지 못할 고객들 얘기로 시작해 박병각과 황용길의 싸움으로 끝난다. 두 사람이 자신의 마초성과
누가 더 고생했나를 갖고 티격태격 싸울 때 배희명이 중재를 하는 것도 통과의례가 되어버렸다.
이 쓰리브라더스의 모임은 드라마 중간중간에 활력소로 작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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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지왕. 아무 생각이 없는 무뇌아
같다가도 철든 것 같기도 하고, 참 싸가지 없다 싶다가도 싸가지 있어 보이고, 팔색조처럼 시시때때로 변한다.
그녀의 낙은 예쁘게 꾸미고 춤추러 다니는 것. 물 좋은 클럽을 죄다 꿰차고 있고 부킹의 달인이다.
술 마시면 코맹맹이 소리가 되어 처음 만난 남자한테도 마구 비벼댄다.
병희도 처음에는 질색팔색을 하며 싫어했지만 이제는 귀엽게 본다. 생각이 없어서 그렇지 약삭빠르지도 못하고 순진하기 때문이다.
그저 노는 걸 너무 좋아하는 아이로 치부하면 된다. <쎄시봉>에서는 전화받기, 청소, 돈관리, 독자관리 등
모든 잡스러운 일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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