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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부는 책을 읽고 있다. 애들이 우류를 마시고 있고, 수경모는 전화를 받
는다.
수경모 어머 잘했다. 얘! 밴쳐기업이라는 게 유망하다는 기사는
읽었는데, 바루 니네 아들이 그런 거 하는 줄은 몰랐구나.
그렇게 나 많이 벌어? 어머, 좋겠구나! 그래 죽하한다. (부
러워죽겠다) 우리 수한이? 응. 지금두 사업해. 지금은 무
역은 아니구. 요식업 해, 응 잘된대. 그래.
수경부 ?
수경모 (자기 쳐다보지 말라구 눈짓 하고) 그래, 수경이는 시집갔
지. 그냥 그렇게 갔어… 수산업 종사하시는 댁… 응! 맞벌
이하구 잘살아. 그럼 아직두 이쁘지 우리딸. 아직두 다 처
년 줄 알아! 그래. 한 번 보자. 응. 반가워! 안녕!
하고 끊는다. 부글부글 끓으며 손으로 부채 만들어 부친다.
수경모 벤쳐기업이란 게 뭐에요?
수경부 어드벤쳐, 벤쳐! 모험산업이란 말이예요! 요즘 잘나가는 거
요!
수경모 그게 잘하면 일년에 수백달라씩 벌어요?
수경부 수백달라가 아니구 수백만 달라씩 벌걸? 잘되면 누군데?
수경모 … 내 동창 아들이요! 수한이 하구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
었어요. 어릴 땐 공부두 지지리두 못하고 맨날 만화만 보
구 하더니, 어떻게 그렇게 뒤늦게 머리가 터졌을까?
수경부 (혼자 웃는다)
수경모가 애들이 엎지른 우유를 닦으며 화를 낸다.
수경모 내가 못 살겠다 못 살아! 왜 흘리구 먹니, 왜?
아이들 눈치보고.
수한 (이층에서 내려온다) (장사 나갈 차림새로) 왜 그러세요?
수경모 닦고 돌아서면 또 흘리구, 또 흘리구 하잖니?
수한 애들이 다 그렇지 뭘 엄마는 그런걸 갖구 그러세요? 애들
기죽어요, 괘니 야단치구 그러지 마세요! 지민이 진하 이
층 가서 놀아!
아이들 네 하고 올라가 버린다.
수한 다녀올게요, 엄마.
수경모 넌 친구두 선배두 없니? 어디 취직자리 좀 알아볼데 정말
루 없어? 언제까진 포장마차만 할 거야?
수한 누군 뭐 하구싶어 합니까? 뭐 다른 걸 하나 차려주세요.
그럼!
수경모 우리한테 차려줄 여력이 어딨어. 니가 다 까먹었잖아!
수한 그럼 아무 말씀 마시던지요! 능력이 안되는 저더러 자꾸
그러시면 저보구 어디가서 은행이나 털어오란 말씀밖엔
안 되는 거에요, 아세요?
하고 화내고 나가버린다.
수경모 어머!어머! 쟤 말하는 것 좀 봐?
하는데 애주가 들어온다.
애주 여보, 지금 가요? 꽃샘 바람불어 추워요! 뭐좀 더 겹쳐입
구 가지!
수한 놔둬, 나가서 콱 얼어 죽구 말게!
애주 저이 왜 저래요, 어머님?
수경모 내가 아니?
애주 다녀왔습니다, 아버님.
수경부 오냐. 수고했다. 고단하겠구나.
애주 아니예요 … 옷 갈아입구 내려 오겠습니다.
이층으로 간다.
수경모 … 여보 우리ㅡ 집 내놔요!
수경부 싫어, 당신두 집파는 건 싫다며?
수경모 집팔아서, 수한이 가게라두 하나 차려주구… 수경이 전세
아파트라두 하나 얻어주구 그래요. 어차피 뭐 우리가 지
구갈 것두 아니잖아요?
수경모 속상해서 눈물이 흐른다.
수경부 당신… 울어요?
수경모 … 속상해 죽겠어요. 포장마차 하라구 대학 보냈나. 단칸
셋방에서 복작복작 지지구 볶구 살라구 그 지극 정성으루
지들 키웠나?
수경부 여보… 눈물은 당신이 흘릴 게 아니라 애들이 흘리게 둬
요. 아 말두있잖소? 눈물젖은 빵을 먹어봐야 사람노릇을
한다구! 수한이ㅡ 수경이, 고생 더 하게 가만둬요! 걔네
들 고생하는 거 기쁜 마음으루 지켜보기나 하세요. 자, 휴
지!
티슈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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