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회
      

S#21. 수경 마루 



김치 다 담가놓구 두 사람 차를 마시고 환담중이다. 친해졌다.



수경		난 입덧이 너무 심해요. 찬물에선 찬물냄새 나구 더운 물  
                에선 더운 냄새 나는 거 있죠? 미숙씬 어땠어요?
미숙		전 붕어빵만 먹었어요.
수경		어머나…! 야기가 붕어빵같이 신랑 꼭 닮으려나 부다! 아  
                기 아빠는 뭐해요?
미숙		…(웃는다)
수경		응?
미숙		…여기 없어요….
수경		그럼 어디있는데?
미숙		묻지마세요.
수경E		왜요?
미숙		…죽었어요….
수경		어머나…! 어떡해!  (가여워서 얼른 손을 잡는다)
미숙		(쓰게 웃는다)
수경		그럼 누구랑 살아요?
미숙		저 혼자 살아요.
수경		어머나…! 말두 안돼!!




하는데 아이들이 고모하고 소리치며 뛰어든다.



수경		어머나! 진하야, 지민아!
수경부		아빠두 왔어요!
수경모		엄마두 오구!
미숙		(놀라서 본다)
수경모		손님 계셨네?
수경		응, 여기 내 단골가게 미숙씨! 우리 친정부모님!
미숙		안녕하세요?
수경모		네, 안녕하세요?
수경		미숙씨가 나, 김치해줬어, 엄마.
수경모		어머, 어떡해, 고마우셔라!
미숙		아니에요.
수경모		아유, 이 새댁두 애기 가지셨구나? 언제 낳으세요?
미숙		내달에요…새댁언니 저 그럼 갈께요.
수경		그래, 갈래요?
수경모		더 계시다 가시지!
미숙		안녕히 계세요.
수경부		잘 가세요. 미끄러운데 ㅡ 조심하세요?
수경모		가만, 가만! 여기 귤 좀 갖구가셔서 잡숴!
미숙		아니에요.(도망간다)
수경모		달구 맛있어, 몇 개만 가져가셔. 그럼 자!




쫓아가서 쥐어준다.



미숙		감사합니다.(웃고 나간다)
수경부		…사둔은 게시냐?
수경		아버님 나가셨어요! 아빠…! (안으며)
수경부		오냐…!
수경		엄마…! (안으며)
수경모		아이구, 그래!

S#22. 홍여사 마당 



미숙, 나가다가 그런 그들을 부럽게 돌아본다. 미숙, 귤도 보고.

S#23. 수경마루 




수경모		새댁이 참하게 생겼다. 
수경		근데 엄마 글쎄… 신랑이 죽었대…!
수경모		(놀라서) 응?
수경		부모두 없고 혼자 산대요, 불쌍하죠?
수경모		세상에…! 어디 사는 여잔데?
수경		우리 시장에서 장사한다니까….
수경모		아유…가여워라…얘, 지나가며 말 한마디라두 따뜻하게 하  
                구 그래. 응?
수경		그럴려구 그래요.
수경모		뭐좀 먹었어? 나 약식좀 해왔는데? 먹을래?
수경		엄마! 내가 약식 먹구 싶은 줄 어떻게 알았어?
수경모		텔레파시! (얼굴 감싸며) 아이구 가여워! 우리딸, 얼굴이 
		계란만 해졌구나…!
수경		(기쁘고)

S#24. 목욕탕 정도 



재천과 민규가 목욕후 옷을 입고 있는 중이다.




재천            막둥아! 느 큰형이 그러는데 니가 먼저 니 엄마를 찾았다   
                며?
민규            예?
재천            어떻게 찾았니?  보고싶어서?
민규            예. 엄마가 어디에 살고계신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참기        
                힘들게 보고싶었어요.
재천            그랬어? 결국 아빠만으론 부족했구나. 엄마가 전화해올지   
                모른다.
민규            왜요?
재천            내가 좀 만나자고 했어.
민규            만나서 무슨 얘기하실 건데요. 아빠 몰래 만났다구 싸우    
                실 거에요?
재천            아니야, 그런 거 따지자구 만나자구 그런 거 아니야.
                엄마를 만나면 이 기회에 이런저런 얘기 좀 해볼려구. 
                사과도 할겸.
민규            엄마가 아빠 안 만나 주실 거에요.




재천과 민규 서로 어색하다.

S#25. 계순방 



이 사장이 외출하려고 양말을 신으며 말한다.



이사장		만날 사람 좀 만나보고 오늘 좀 늦을 거야….
계순		….
이사장		참, 당신가게 내, 내놨다. 가게 나가는 대로 내려가는 거   
                야?
계순		알았어요…다녀오세요….
이사장		(나간다) 문 단속 단단히 잘하고 있어라.
계순		…다녀오세요….




계순, 문닫고 돌아선다.



계순		(전화를 본다. 생각한다)

S#26. 수경 작은 방 



재천이 신문을 보고 민규가 책을 보는데, 전화가 온다.



민규		…보문동입니다.
계순E		…민규니…?
민규		(얼른 재천을 돌아본다)…네….
재천		?!
계순		아빠 계시냐?
민규E		…네….
재천		느 엄마냐?
민규		…네….



재천 얼른 받는다.



재천		전화 바꿨습니다.
계순E		…나에요. 전화 하라구 했다기에….




민규 일이 잘되나 싶어 기대에 차고 초조하다.



재천		…만나서…만나서 얘기하자. 난 아무때구 좋으니 시간, 
		장소 다 편리한대루 해.




재천, 기다리던 전화라 긴장해서 받는다. 민규, 외면하고 밖으로 나간다.

S#27. 수경 마루 



민규 나오며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 주먹을 불끈 쥔다. 나간다.

S#28. 계순방 



계순 좀 딱딱하게 받는다.



계순		…나는 오늘밖에는 시간이 없어요. 지금부터 한 시간쯤    
                뒤, 우리 가게 근처 다방이요, 네….




계순 탁 끊는다. 계순 모질게 맘을 먹는다. 가만히 허공을 보고 생각한다.

S#29. 홍여사 마당 



민규가 나와서 서성거린다. 재천이 외출 준비하고 나온다.




재천		(나오다가 민규를 본다) 아빠…다녀오마
민규		…엄마 만나러 가세요?
재천		…그래….
민규		…(좋다)
재천		(그런 민규 얼굴을 본다)
민규		안녕히 다녀오세요!




대문으로 나갓다가 들어서는 민규. 가서 샌드백을 힘차게 친다. 기대에 찬 
얼굴이다. 태권도 돌려차기도 한 번 한다. 기쁨이 분출한다.

S#30. 다방 


계순이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해서 재천이 나온 길이다. 재천이 초조함을 
이기지 못해 냉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있다. 계순이 들어온다. 냉랭한 표정
으로 재천쪽으로 와서 서는 계순. 항상 그리워 하던 여인이다.



재천		…앉아….
계순		(앉는다) (시선은 약간 피한채)





계순, 역시 미우나 고우나 잊을 수 없는 첫 남자이다.




재천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하나…침착하려 하나 마음	
		대로 안된다) 가게는 그거 빌린 거야, 산 거야?
계순		…?!
재천		가게 터가 괜찮아 보이던데.
계순		(휙 얼굴 돌려 쏘아본다)




재천, 엉뚱한 말부터 해놓고 할 말이 없다.




재천		…그 대구 사람하고는 일년두 못 살구 헤어졌더구나… 그  
                뒤로…만난 게 지금 그 남자야?
계순		….
재천		뭐하는 사람이야?
계순		…이거 뭐에요?
재천		?
계순		내가 지금 이 자리에 나오구 싶어 나온 줄 알아요? 내 앞  
                에 앉은 사람, 만나구 싶어 온 줄 알아요? 무슨 짓이에요?
재천		시간이 흘렀잖니….
계순		시간이 흘러서 나 잊었다구요? 세월이 흘렀으니 그냥저냥 
		편하게 하자구요? 아뇨…! 내가 숨이 꼴까닥하구 넘어가는 
		그 순간까지 당신이 나하구 우리 똘똘이한테 한 모진 짓  
                잊지않아요! 귀신이 돼서두 안 잊어요! 못 잊어! 어쩌면   
                어제 만나구…오늘 또 만나는 사람처럼 이럴 수가 있어   
                요?



계순, 말 하다 보니 설움이 복받쳐 울음을 삼킨다.



재천		그래, 하구 싶은 말 다해라…날 할퀴구 싶거든 그렇게 하
		구 뭐든지 해라… 그래서 풀어라….
계순		….




계순, 겨우 얼굴을 수습한다.




계순		용건이나 말해요!
재천		…동규 엄마 죽구 나서 내가 너 찾았는데…알았었니?
		



그 말에 계순 다시 울컥한다.



계순		왜 찾아요? 본처가 죽었으니 와서 안방 차지하라구 찾았
		어요? 온 영덕사람들 손가락질 받던 것 부족해서, 더 받
		으라구 찾았어요?
재천		…말이 많아졌구나.
계순		….
재천		지난일은 내가 죄가 많다. 내 죄야, 전부.
계순		…왜 만나자구 했나구요!
재천		민규때문이다.
계순		똘똘이 걱정은 하지마세요. 걔한테 다시 만나지 말자구 확
		실하게 말했어요. 걔두 그러마 했구요.
재천		…그렇게 되겠니? 애가 아주 초죽음이다.
계순		그러게 좀 똑똑히 하죠, 왜? 죽었다구 했으면 확실하게 죽
		은 걸루 해서 얘가 나를 안 찾게 했어야죠!왜 시원찮게 해
		서 똘똘이두 나두 힘들게 해요? 왜?
재천		(포악 부리는 계순을 가만히 보고 있다)
계순		(재천을 본다) 재천의 시선을 느끼자 온몸의 기운이 빠져 
		나간 듯한 무력감을 느낀다.
재천		(계순 앞의 물잔을 밀어준다) (마시라구) …너, 대구 비산
		동에 혼자 산단 말 듣구… 내가 여러번 간 거 알지?
계순		…(안다)
재천		…그때라두 만나졌으면 했더니….




계순 같은 마음이다.



계순		…배 안 타구 서울 와서 살만해요?
재천		…살아야지…!
계순		영덕 내려가서 사세요… 민규는 동규에게 맡기구 사세요. 
		서울서 천덕꾸러기 되지 말구요.
재천		….
계순		민규한테두 말해지만, 전 3월에 부산으루 함게 내려가
		요. 거기서 늙도록 살려구 해요.
재천		(그렇구나…체념)
계순		…나한테 아주 잘해주는 사람이에요…편하게 살아요…내  
                걱정은 하지 말아요.
재천		그래.
계순		우리 민규 착하게 잘자랐더군요…당신 혼자 공들인 거 알  
                아요.
재천		….
계순		난 잘살 거니까…당신두 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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