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S#11. 홍여사 마당

홍여사 나와서 들어가려는데, 재천이 쓱 부른다.




재천		교수님!
홍여사		네?
재천		어떤가 봐주셔야죠!
홍여사		…맞을지 모르겠네요…
재천		거기서 그러시지 마시구 들어와서 봐주세요!
홍여사		….
재천		(손짓을 한다 부드럽게 오라고)





수경모가 막 들어온다. 손에 장짐을 가득 들고서 홍여사가 재천집쪽에서 들
어가는걸 본다. 재천이 등을 안는 듯 해서 데리고 들어간다.





수경모		… 어머나? 쟤가 왜 저 양반을 따라 들어가는 거야?




수경모, 어떡할까 망설이다가 다가가 본다.


S#12.수경 마루

재천이 옷을 입고 서있다.




재천		단추 좀 잠궈줘 보세요.
홍여사		제가요?
재천		아, 그럼 여기 누가 또 있어요?
홍여사		겨우 떨리는 손으로 잠궈준다




들여다보던 수경모 어머나 하며 눈 커진다.



재천E		…어떻습니까?
홍여사		딱 맞는데요? 너무 너무 좋아요!
재천		눈썰미가 보통이 아니시군요! 그런데 어떡하죠? 이렇게 좋
		은 옷을 그냥 얻어입어서요?
홍여사 		마음에 드신다니 저두 좋아요. 쇼윈도우 앞을 지나갈 때마  
                다 저두 남자옷을 한 번 사보구 싶었거든요. 그냥 … 부담  
                없이 받아주세요….
재천		감사합니다. 저두 여성에게 선물을 받아 본 기억이 너무 
		오래돼서 감격스럽내요… 이럴 때, 뭐라구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하는지두 모르겠군요… 아무튼 … 지가 이걸 이 생  
                명 다하는 날까지 애껴서 입겠습니다.
홍여사		… 감사합니다 …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셔서요!
재천		아주 마음까지 뜨듯해오는게 이 겨울이 영원히 계속됐으
		면 좋겠습니다!
홍여사		...!




재천 진심이다.



S#13.홍여사 거실

홍여사 콧노래하며 부끄러워하며, 막 들어선다. 수경모가 앉아있다. 옆에 장
짐 들통 작은 것 두고….



홍여사		(기겁할 듯) 어머나, 언니 언제 왔수?


S#14. 홍여사 안방

수경모 		(작게 쥐잡 듯) 너 … 그게 무슨 행동이니? 응? 젊잖지 못  
                하게 너 뭐야?
홍여사		…다 봤수?
수경모		그래, 다 봤다!
홍여사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봤는데?
수경모		처음부터 끝까지 다봤다, 왜?
홍여사		…아이구 챙피해!
수경모		…얘가 너 왜그래? 응? 너
홍여사		 언니…나 솔직히 말할께…나, 캡틴 박 … 사랑하나봐….
수경모		캡틴 박이 누구야? 저양반?
홍여사		응! 어떡해, 나?
수경모		얘가 얘가 … 나이 한 살 더 먹어, 망령이 났나, 아니 아  
                무리 친언니는 아니더라두 너하구 나하구 30년 넘게 언니 
		동생 하는 사인데, 너 어쩌면 수경이 시아버지를 두구 이
		럴수가 있니?
홍여사		나두 언니…엄청 고민했어! 그렇지만 이성으루 안되더라, 
		언니! 내가 저 창문에 못질할 생각까지 한 사람이야! 그래
		두 안되구 , 저래두 안되구, 나 무지무지 하게 힘들어!
수경모		얘가…얘가! 아니 평생을 그렇게 시집가라구 졸라두 안간
		다더니, 왜 허구 많은 사람중에 하필 왜 우리 사둔이니?
홍여사		그걸 내가 어떻게 알우? 응? 세상에 그렇게 반듯한 교수 
		박사, 사장, 회장 다두구, 왜 하필이면 비린내 나는 저 남
		자한테 내가 이지경으로 속수무책으루 끌려가는지…나두 
		어디서 좀 물어보고 싶수! 꼭 귀신에 홀린 것 같아 언
		니!
수경모		…어떡할 셈이니, 너 그래서? 결혼이라두 할거니?
홍여사		…캡틴 박이 프로포즈 해오면…갈래…나….
수경모		어머나…얘 봐…그러면…네가 우리 수경이 시어머니 된다
		구?
홍여사		…그렇게 되는 거야….
수경모		그런데, 어는 이미 정신나갔다… 치구, 저양반은 너 마음
		에 있대니?
홍여사		나…사랑한대….
수경모		(기가차서 보는데) 뭘…해?
홍여사 		꼭 그렇게 말루 한건 아니지만… 바디 랭귀지루 그렇게   
                말해, 저이두! 틀림없어 언니!




수경모가 기가 차서 가소롭다는 듯 바라본다. 



수경모		얘…우리 사둔을 함부로 말해서 미안하다만 너 저 남자   
                빈털털인 거 알지?
홍여사		알아, 그래두 좋아. 돈은 나한테 많이 있잖아! 언니 나, 돈 
		많아!
수경모		장가 시집보낼 아이들 충충이 셋이나 있어 너 그래두 좋
		아?
홍여사		다 좋아! 내가 시집 장가 다 보낼래! 나 캡틴 박 하구만 
		같이 있다면 뭐든지 다 할래!
수경모		…(홍여사 눈 앞에다 대고 손을 흔든다) 너 이거 보이니? 
		이게 뭐이?
홍여사		언니 손!



S#15. 수경 친정 안방

수경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가 놀라서 본다. 수경모 들어와서, 
비식 누워버린다.




수경부		여보, 왜이래요? 응?
수경모		말 시키지마세요….
수경부		알았어요….
수경모		(다시 벌떡 일어나 앉으며) 여보, 지성이가 글쎄….
수경부		홍여사가 뭐요?
수경모		아유ㅡ 내가 챙피해서 말이 안 나와서 말을 못 하겠네요  
                ….
수경부		우리 사둔하구 연애한 대요?
수경모		당신 알고 계셨어요?
수경부		…알았지!
수경모		언제 알았어요?
수경부		영덕 갔을 때 벌써 그 두 양반들 스파크가 팍팍 튀었다구
		요! 당신이 몰라서 그랬지!
수경모		그렇게 오래전에 벌써 그랬단말이예요? 아유, 기가막혀!
수경부		국수먹게 생겼구만 그래. 하하하! 가만있자…이왕이면 내  
                가 중신 애비노릇 해볼까?
수경모		여보!
수경부		아 외로운 사람들끼리 좋은 일 아니오! 그래야 겠다, 내가 
		나서자!
수경모		여보, 제발 관두세요?
수경부		우리 수경이 한테두 좋은 일이에요,ㅡ 성사만 되면 수경이 
		짐 더는 일이잖아!
수경모		짐을 덜긴 뭘 덜어요?  그 주책 하나 더 챙겨야 하겠죠!
수경부		아니예요? 덜죠…생각해봐요! 사둔만 안채루 모셔가두, 그
		게 어딘데요?
수경모		…(그렇겠다.)
수경부		가만 계세요. (전화기를 끌어온다)
수경모		…뭐하실려구요?
수경부		이런 일은 얘기 났을 때 후딱 해치워야 하는 거예요 질질  
                끌다보면 안돼 동규 수경이 부르자구요!
수경모 		그렇잖아두 바쁜 애들을 왜 끼어들여요?
수경부		이렇게 되면 장자인 동규가 혼주가 되는 거예요! 혼사를   
                혼주하구 의논해야지 누구하구 의논을 해요?


S#16. 자료실

수경, 책 찾다가 잠깐 아찔함을 느낀다. 이 대리 곁에서 보다가 놀란다.



이대리		윤수경씨, 왜 그래?
수경		아니예요…늘 저녁 근무만 하다가 오랜만에 주간근무를   
                하니까 좀 적응이 안되나 봐요…. 
이대리		…선배로서 말하는데… 염치불구 하구 틈나면 쉬어… 알  
                았어요?
수경		네….
이대리		옷두 그렇게 너무 꽉 째이게 입지말구 편하게 입구! 세상
		에 여자들이 다 여편네 되구 싶어 된 거 아냐! 그럴 수밖  
                에 없어서 그렇게 되는 거야….
수경		…네….




수경, 몸시 힘들다. 좀 기대서 길게 앉는다.




S#17. 홍여사 마당

재천이 운동을 하는데 친구가 온다.



친구		재천아! 뭐하니?
재천		너 웬일이냐?
친구		…교수님은 어디계시냐? (앉는다)
재천		교수님은, 왜?
친구		아, 그냥 안부나 전할려구 그러지!
재천		얼굴이 왜 그래?
친구		…아무래두 나 이짓 그만 때려치워야 할 것 같다. 나두 서  
                울특별 시민 돼야겠어!
재천		왜 그래, 또?
친구		첫째루 니가 없으니 내가 한쪽 어깨쭉지가 뜯겨나간 것처
		럼 시리구 아파서 살기가 힘들구, 둘째로는 이대로 가다간 
		쪽박차겠다. 나! 아이엠에픈지 뭔가 그거 터지구 나서는 
		선박용 경유가 한드럼에 3만9천원 하던게 지금 7만 9천원
		이다!
재천		그렇게 됐냐?
친구		거기다 면세루 주던 것 까지 폐지한다니, 그렇게 되면 드
		럼당 13만원이 넘으니…어떻게 수지를 맞춰? 후포 앞바다  
                가 물 반 고기 반이래두 기름값이 없어서 건지질 못하게  
                됐어, 야!





하는데 홍여사 들통을 들고 나온다.



친구		아이고 교수님! 안녕하세요?
홍여사		네…오셨어요? (부끄러워한다)
친구		근데 그게 뭡니까? 먹을 거라면 나눠먹구, 내버릴 거라면  
                지가 줏어갈께요!


들통을 받는다.



친구		아이쿠 이게 뭔데 이렇게 무겁습니까?



S#18. 옥주방

두 아이 나란히 앉아서…삐삐만 바라보고 있다.



옥주		삐삐 고장 아냐? 연락 안 온다…상옥아!
상옥		기다리느라 목빠지겠다… 우리 이제 그만 포기하구 밥이
                나 먹자!
옥주		쌀없어, 라면밖에….
상옥		우리 큰오빠네 갈래?
옥주		싫어 니네 새언니 무서워 얘!
상옥		우리 언니 야간근무해, 요즘 집에 없어, 가서 밥 해먹구 
		안두 좀 치워주구 오자! 올 때 쌀두 좀 퍼오구!
옥주		퍼갈 쌀 어딨냐?
상옥		아냐, 우리 아부지가 지난달에 쌀 한 가마 샀어! 퍼오면 
                돼!



일어나며



옥주		꿈은 사라지고 이제…뭐하니? 시골은 정말 내려가기 싫데!
상옥		꿈이 왜 사라지냐? 난 꼭 할거야!
옥주		내일부터 학원이나 다시 나가자, 우리!  … 가자! 가서 잘
		긴 영규오빠 얼굴이나 보구 기운 내야겠다!


S#19.시연방 (저녁)

영규가 문열고 들여다본다. 시연이 혼자 앉아서 음악을 듣는다.



영규E		일어나 앉았네?
시연		응….
영규		나 퇴큰해
시연		그래, 잘가…오빠….
영규		오후 내내 혼자 있었겠구나?
시연		(웃는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 노는데는 나 선수야….
영규		어떻게 노는데?
시연		벽하구두 얘기하구 그림하구두 얘기하구 전등하구두 얘
		기하구 나하구두 얘기하구….



시연 웃는다.



영규		같이 있어줄까?
시연		괜찮아…일루와 봐, 오빠….
영규		(다가간다)
시연		(꽃을 뽑아서) 이건 상옥이 주구, 이건 민규 주구, 이건 
        	오빠가져….
영규		…눕혀줘? 침대루 갈래?
시연		아니, 됐어… 혼자 갈 수 있어….




영규, 나간다.



시연		안녕.



영규 묻닫고 돌아서는데, 마음이 아프다.



S#20. 수경 작은방

영규, 물컵에 물을 담아왔다. 품에서 꽃 세송이 꺼낸다. 꽃는다.



민규		(본다) 
상옥		오빠 빨리 나와서 밥먹어요! 민규야, 빨리 나와!
민규		알았어. 형, 안나가?
영규		이쁘지 않냐, 이꽃?
민규		…시들었잖아?
영규		향기두 좋구!





영규, 민규를 보고 씩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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