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대본 제30회)



제 30회

S#21. 카페 일각

선배가 다리를 달달떨며 기다리고 앉았다. 영규가 온다. 주변에 손님들이
좀 있다.

선배 야, 여기자!
영규 (와서 앉는다)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 형? (차분하게)
선배 우선 누군지 말해줄께.

선배 몸을 기울인다. 손으로 입가리며 (아마 유명사주의 이름인 듯) 영규,
내심 갱각보다 더 거물의 이름이 나오자 흠칫한다.

선배 …놀랬지?
영규 …확실한 거유?
산배 어? 얘, 안 놀래네?
영규 그거…확인된 거냐구, 형?

영규, 눈썹 추키며 흥분 감추고 담배를 피워문다.

선배 백퍼센트 확인필이다!
영규 …(담배 연기 내뿜는다)
선배 남의 눈이 있어 드러내 놓구 예뻐는 못 하지만, 그 양반이
그 딸을 무척 사랑하신단다!
영규 …알았수!!
선배 햐, 박영규! 인간 박영규! 내가 너 처음본 순간부터 물건인
줄 알았어! 시골 종합학교 나온 놈이 뭐 너한테 뭐라구 뻥
쳤었는지 생각나냐? 영문과 출신이랬어,하하하!
영규 …형….
선배 응?
영규 형, 치매유?
선배 응
영규 지나간

얘기, 과거사 들먹거리는 거 나 취미없댔지?

선배 어…미안해…미안하다….
영규 과거 되새기는 건 늙은이들이나 하는 거유, 우린 미래만
야기 합시다! 앞으루, 응?
선배 알았어…다신 실수 안 할게… 나…유념할께, 진짜….

영규는 벌써 재벌 사위 같고 선배는 아랫사람 같다.

영규 형은 다 좋은데 입이 좀 싼 게 걱정이야, 응?
선배 그래…나두 그래서 앞으룬 조심할려구 그래… 지금부터
조심해야지 뭐… 조심할께….
영규 형…서양속담에 이런 말이 있어 … 지껄이는 것두 좋지만
가만히 있는 것이 더 좋다!
선배 아, 그거 좋은 말이다. 앞으루 내 좌우명으로 삼아야겠다!
영규 그럴려면 빨리 잊기 전에 적어놔.

완전 주눅든 선배.

선배 어, 그래 (적는다)
영규 근데, 녹음실은 좀 알아봤수?
선배 아, 그럼! 여기있어!

얼른 명함 꺼내고.

선배 당장이래두 가기만 하면 되게 해놨어!!
영규 내일 내가 시간이 있는데 내일 간다구 좀 해줄래요?
선배 그러지 뭐!

S#22. 녹음실 (다른날)



상옥과 옥주를 데리고 온 영규. 상옥과 옥주는 장비들이 가득한 실내에서 
겁먹었다. 녹음기사가 녹음된 반주음악을 준비하는 동안, 두 아이 겁먹고 
영규얘기 듣고 있다. 날계란을 하나씩 깨뜨려 먹으며 애기듣는 상옥과 옥
주.


영규		잘해! 야, 이 녹음실 빌리는데 얼마나 든지 알아? 오빠가 
		큰맘 먹고 빌린 거니까, 니들 잘해야 해?
상옥		알았어, 오빠!
옥주		잘 할께요, 오빠.
녹음기사	자, 준비됐으면 가 볼까요?



두 아이 긴장한 얼굴로 기사에게 간다.


녹음기자       우선 이걸 끼고 반주를 잘 들어요! 오케이 하면 가는 거에
		요?
두 아이		네!




두 아이 헤드폰을 끼고 서로 손가락으로 브이자 표시하며 같이 나란히 서
고, 기사가 기계조작하며 시작 지시하자, 두 아이 노래를 시작한다. 영규는 
긴장한 얼굴로 듣고 지켜보고 상옥, 옥주 진짜 가수처럼…긴장해서 열창을 
하고.

S#23.미숙가게 근처 시장 (낮)




미숙, 야채 남은 것 정리하고 돈통도 정리하다가 문득 놀라서 본다. 영규가 
상옥과 같이 온다. 녹음실에서 작업하고 온 날이다. 미숙 얼른 뒤돌아서서 
얼굴을 감춘다.


영규		무슨 순대를 먹겠다구 그래, 얘가? 먹구 싶단 말야! 
상옥		허파랑 간이랑 해서 좀 많이 사줘 오빠.
영규		알았어… 기집애가 좀 뭐 우아한 걸루 먹지. 넌 꼭 그렇게 
		순대니 족발이니 그런 걸 좋아하니?
상옥		우아한 걸 언제 먹어봤어야 말이지!




상옥, 오빠팔짱을 끼고 가며 애교스레….


상옥		오빠…데모 테이프 만들어줘서 고마워?
영규 		만들긴  했지만, 너 크게 희망걸지마? 아까 들었지? 가수  
                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백팀 중에 단 한 팀이라구!   
                성공률 1퍼센트란 말야, 그 말은!1
상옥		…알았어!



남매, 다정하게 지나간다. 미숙, 지나간뒤에야 얼굴을 내밀고 사라지는 영규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래도 보고 싶어서 몰래 그리움 담은 얼굴로 바라본
다.

S#24. 분식가게



아줌마 혼자 일하고 있다 민규가 들어간다.



민규		안녕하세요?
아줌마		아이구 얼굴 잊어먹게 생겼네, 민규 학생!
민규		왜 이렇게 통 안 나왔어? 인제 우리가게 일 안할 거야?
민규		… 사장님은 안 나오셨네요?
아줌마		응, 안 나와.
민규		집에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아줌마		(좀 불만스럽게) 통 모르겠어…나는
민규		무슨 일 있어요?
아줌마		민규학생이 알 건 아냐, 잘 왔다, 알른 그릇이나 좀 찾아  
                다줘!
민규		….
아줌마		어디 어디 있냐 하면…응 세탁소에 탕그릇 두 개, 부동산 
		세 개….
민규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하다) 사장님네 아저씨는   
                가셨어요?
아줌마		(좀 놀라서) 그 인간 온 건 어떻게 알아?
민규		접때…오신다구 했잖아요… 아직 계세요?
아줌마		내려 갔대, 이침에… 성질 실컨 부리고 갔나 봐….
민규		뭐하는 아저씨에요?
아줌마		몰라, 난!… 세상에 허구많은 남자 두구…쯔쯔쯔 복쪼가리  
                두 없는 여자야! 인물값 하느라 그런가! (가여워한다)

S#25.계순방

계순 누워있다. 노크소리가 난다. 계순, 겨우 일어난다.

계순 누구세요?
민규E 민규에요.
계순 (놀란다)
민규E 민규라구요.
계순 …그냥 가거라….
민규E 문 좀 열어보세요..
계순 엄마가 몸이 좀 아파서 그래, 그냥 가라.
민규E 여세요!
계순 …(겨우 일어나 머리로 얼굴 한 쪽 가리고 문 열어준다)

민규가 들어온다.

계순 몸살이 좀 났어…엄마 눕는다.

하고 누워버린다. 얼굴 가릴려고 민규, 본능적으로 방안 풍경을 바라본다.
티브이 실내 안테나가 부러져 있고, 시계가 깨져있다. 찢어진 옷가지들도
있고 … 민규, 눈치 챈다.

민규 어디가 어떻게 아프신거예요? 약 사다드릴께요.
계순 약 먹었어 … 한숨자구 싶어, 엄마, 너두 가라.

민규, 가서 계순이 덥고 있는 이불을 휙 접는다.

계순 너 왜이래?

민규 일어나는 계순 얼굴을 본다. 민규, 머리칼을 해치고 한쪽에 멍든 것을
찾아낸다.

민규 (이가 갈린다) 누가 이렇게 해놨어 엄마?
민규E 누구야?
계순 …다쳤어… 눈길에 미끌어져서 좀 다쳤어….
민규E 이게 다친 거라구요?

민규, 계순 세타를 걷어올려 팔뚝을 본다. 거기도 멍자국이 있다.

민규 그 아저씨지? 엄마! 그 자식이 엄마 이렇게 했지?
계순 아냐, 아냐! 미끌어졌다구 하잖아! 미끌어졌어!

모자 팽팽하게 서로를 본다 민규 엄마의 모습에 미칠 것 같다.

민규 엄마 … 내가 맹세하는데 그 인간이 엄마 한 번 더 이렇
게 해 놓으면 내가 죽여버릴 거야!

민규의 터질 듯한 분노에 불안해지는 계순.

계순 …(불안하게 보는 계순)

S#26.홍여사 마당




재천이 수경 주려고 사온 비타민병을 홍여사에게 보여주며 자랑을 한다.



홍여사		어머, 수경이 주시려구 사오신 거예요, 이걸?
재천		우리 상회 안주인이 애가졌을 때 이걸 먹으면 좋다구 해  
                서 한 병 샀어요.
홍여사		수경인 좋겠다!
재천		그렇게 부러우시면 교수님이 먼저 잡수세요!
홍여사		아유, 제가 뭐 애 가졌나요? 이런 걸 먹게?
재천		아니 애 가진 여자만 먹는 게 아니래요! 정말 먹구 싶으시  
                면 가지시라니까!
홍여사		아니에요! 수경이 주세요 그런데 박 선장님. 영화 구경 좋
		아하세요?
재천E		왜요?
홍여사		아주 슬픈 영화가 있다는데요, 혼자 가기가 그래서요.
재천E 		그럼 같이 갑시다?
홍여사		어머, 그래 주실래요?
재천		영화표 교수님이 사시면 제가 점심사죠!.
홍여사		그러세요! … 재미있겠네요?




하는데, 친구가 부른다.


친구E		재천아! 재천아! 또 오셨어, 저 양반
재천		문열렸다, 들어와라!




친구가 들어온다.


친구		교수님! 안녕하세요!?
홍여사		네, 안녕하세요!
친구		야, 너 일루 좀 와봐라!
재천		왜?




친구  비밀스럽게 재천을 끌고 간다.



홍여사		?

S#27. 수경마루

재천 친구 앉으며

친구 그여자 있는델 알아냈다, 내가!!
재천 계순이?
친구 그래, 계순이!
재천 어디산다니?
친구 송파 어디에서 김밥장사를 하고 산다나!
재천 송파?
친구E 가락동 시장 건어물 취급하는 우리 3년후배 있잖냐? 걔가
그러더라!
재천 송파 김밥집?

재천 뭔가 스치는 예감이 좀 이상하다.

친구 그래! 지금 같이 가볼래?
재천 지금이야 가겠니? 나중에 내가 한 번 가보마. 송파 어디라
니?
친구 여기 약도를 갖구 왔다, 내가.

쪽지를 꺼낸다. 재천 받는다.

친구 그 후배 말이 아직두 계순이 참하게 곱더란다!
재천 ….
친구 남자가 있는 것 같지두 않구.
재천 ….
친구 어지간하면 너 만나보구 같이 다시 합쳐 살아라.
재천 실없는 소리 하지두 말아 자식아!
친구 네가 교수님한테 정성들이는 건 내가 아는데, 둘이 안 어
울려, 야! 차라리 내가 낫지! 교수님은 내 타잎이어야! 학
교 때부터 그랬잖아? 너는 내숭떠는 코스모스 같은 애면
껌뻑 죽구, 난 글래머 스타일이면 아주 넋이 나가구!
재천 그때 소리 하지말구 뭐 또 들은 말 없어.
친구 또 하나 이상한 소리두 들었어, 나?
재천 뭔데?
친구 너 그 여자가 지난번 해돋이 때 온 것 같더라구 했지?
재천 내가 봤다니까!
친구 맞는가 부다, 그 여자가!
재천 뭔데, 또?
친구 동규 엄마 산소가 근처 바닷가에 달랑 혼자 떨어져있잔
아? 집배원하는 우리 사춘 아우가 그 산소 앞에 웬 여자
하구 남자 하구 둘이서 절하는 걸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
가 다 봤다잖아?
재천 …?
친구 명절두 아닌데, 양력설에두 성묘하는 이가 있나 부다 하구
봤더니 거기가 박 선장 형님에 산소잖아요, 그래 걔 말이!
재천 남자는 어떻게 생긴 남자라더냐?
재천 …!

S#28. 수경 작은 방




재천이 민규 가방을 뒤지고 있다. 민규가 그린 계순얼굴 그림이 있다. 재천  
그림을 본다. 인기척이 난다 얼른 치우는 재천. 민규가 우울한 얼굴로 들어
온다.


민규		다녀왔습니다….
재천		…(살핀다)….
민규		….
민규		네?
재천		아르바이트 한다는데, 안 갔었냐구?
민규		아, 네에 …안 갔는데요….
재천		…그 집이 어디냐구 그랬니? 송파사거리 어디라구 했니?
민규		네….
재천		…사장이 남자냐, 여자냐?
민규		…여자분이세요…(알았구나)
재천		이름은 혹시 아니?
민규		모르는데요? 왜요,아빠? (겨우)
재천		아냐…그냥 물어 보는 거다….



재천, 일 나갈려고 옷을 챙겨입는다.


재천		나중에 아빠랑 거기 한 번 가보자. 다녀오마.



하고 나간다.



민규		…(불안하다)

S#29. 계순방



아줌마가 들어와있다. 수습한 돈을 갖고.



아줌마		세상에 그 인간이 사람을 또 이렇게 해놨네! 어떻게 해?
계순		됐어요 … 괜찮아요.
아줌마		지금은 젊어서 몰라 그렇지, 나중에 골병든다. 이제! 아주 
		이 기회에 싹 갈라서! 뭐가 그리워 못 갈라서구 번번히 이
		래?
계순		가세요, 아줌마….
아줌마		오늘 죽게 때려 놓구 내일은 싹싹빌구… 그게 인간이야? 
		응?



하는데, 전화가 온다.


아줌마		내 받을게. 여보세요… 민규학생이 웬일이야?
계순		일루 주세요.




계순이 받는다.


계순		나다, 왜?
아줌마		?

S#30. 수경 작은 방



민규		엄마…잘 들으세요…아빠가 무슨 눈치를 채신 것 같아    
                요…어떡할까, 엄마? 다 말해버릴까?
계순E		안돼…그러면 안돼, 민규야….
민규		뭐가 안돼? 다 말해버려. 엄마! 아빠가 오늘 저녁이라두 
		글루 찾아가실 것 같아요! 엄마가 하시구 싶은 대루 해버
		리세요…! 엄마가 뭐 죄졌나?


민규, 속상해 퍼붓는다.


민규		쫓아내면 나랑 엄마하구 둘이 살면 되잖아요! 그렇게 해, 
		엄마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