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회
      

S#21. 수경 작은 방 (밤) 


재천은 일어나고 없고, 영규 민규  나란히 누워있다. 영규가 뒤척거리나 민
규가 보다가 가만히 등을 만진다.


민규            형… 안 자지?
영규            …
민규            형한테 말할 거 있어….
영규            …

민규 일어나 앉는다.

민규            형, 나 말할 거 있다구.
영규            …여자 얘기냐?
민규            …응.
영규            하지 마.
민규            말하구 싶어, 말해야 해. 나 시연씨 만났어.
영규            (휙 일어나 앉으며) 자식아, 하지 말라잖아! 내가  너 기집  
                애 만나는 이야기나 듣구 있을만큼 일없는 사람으루 보이   
                냐?

두 사람 서로를 깊게 본다.

영규            …
민규            세 번 만났어. 만나서… 술 한 번 마시구 명동 한번 갔구.
영규            …딱, 하나만 묻자.
민규            (본다)
영규            네가… 먼저…만나자 했니?
민규            …
영규            (터질 듯한 긴장감 감춘 채) 그랬어? 네가 먼저 연락했어?
민규            아니.
영규            (안도하고) 그럼 하나만 더 묻자. 그 여자, 좋아하니, 너?
민규            …아니.
영규            (깊게 살피며) 나한텐  솔직하게 말해두  좋아. 너두 어떤    
                여자를 좋아할 만큼 다 컸잖아 좋아하지, 너?
민규            …그렇지 않아, 형.
영규            그러면… 시연이가 너 좋아한다던?
민규            …시연씨두 나 좋아해서 만난 건 아닐꺼야. 나하구 처지가  
                같으니까… 형은 모르겠지만 그런 거 있어 우리는.

민규 다시 영규를 본다.

영규            …됐어! …그만 자! (안도한다)
민규            …(눕는다)
영규            분명히 말한다! 앞으루 이시간  이후 나, 그 여자에  대해,   
                묻지두 않을 거구 너두 묻지마, 알았어?
민규            …

영규 나가버린다.

민규            (혼자 앉아있다) (손을 뻗어서 시연이 사준 장갑을 쥐어본  
                다.)

S#22. 홍여사 마당 

영규 혼자 나와서 샌드백만 마구 친다.

S#23. 홍여사 집 전경

S#24. 홍여사 거실 (낮) 


애주가 놀러왔다.


홍여사          어떻게 된 일이야? 진하 엄마가 다 놀러오구?
애주            그냥 답답해서 왔어요, 이모님.
홍여사          집에만 있지 말구 뭘좀 해보던지 하지 그래?
애주            뭘 해보구 싶어두 일할 데가 있어야죠. 한 2, 3천만있으면  
                학교 앞에  작은 악세사리 가게는  하나 얻겠던데, 그것두    
                안되구요.
홍여사          어머나, 세상에! 압구정동에서두 알아주던 멋쟁이 진하 엄  
                마가 애들 상대루 장사를 해보겠다구?
애주            그럼 어떡해요? 애들  생각하면 당장  노점이라두 벌여야    
                할 형편인걸요! 이모님, 돈좀 빌려주실 수 없어요?
홍여사          나 요즘 형편 안좋아! 돈 빌려간 사람들이 통 갚을 생각들  
                을 안 하잖아? 그리구 2, 3천…? 그 정도는 언니한테 있잖  
                아?
애주            우리 어머님요?
홍              그래! 수경이 시아버지가 갖구 온 돈두 여태 있을 거구?
애주            무슨 돈이요?
홍              그 방값 2천만원 때문에 시끄러웠잖아?
애주            …!

S#25. 수경 친정 주방 


수경모가 아주 좋은 그릇 세트를 내려놓고 마른 행주질을  하고 있다. 애주
가 들어온다.

애주            어머님 뭐하세요?
수경모          응, 수경이네 이번 금요일 저녁에 쓸 그릇 좀 챙겨본다.
애주            이 그릇 세트 쓰시게요?
수경모          모셔만 두면 뭘하니? 근데 너 어디 갔다 왔니?
애주            네, 가게 자리좀 알아보러 갔었어요.
수경모          무슨 가게?
애주            어머님, 저 아래 학교  앞에 작은가게가 하나 나왔는데요,   
                저 그거 해보구 싶거든요?
수경모          돈 있니, 너?
애주            어머님이 좀 해주시면.
수경모          어째 니들은 그렇게 둘이 똑같니? 내가 돈이 어딨냐?
애주            한 이천만원만 있으면… 월세루…
수경모          장사 아무나 하는 줄 아니 나 이천만원두 없구, 너 장사하  
                는 것두 반대다!
애주            (분하다)

S#26. 까페 


시연이 까페 문을 열고 들어온다.


시연            민규씨 안녕!
민규            (보다가 시선을 피한다)
시연            근데, 웬일이예요, 전화받구 깜짝 놀랐어요. 먼저 만나자구  
                하구?
민규            할말이 있어서요.
시연            영규씨 얘기겠죠?
민규            네….
시연            말해봐요.
민규            영규형, 우리 친형이예요.
시연            (놀라서 본다)?
민규            정말이예요… 엄마는 다르지만…
시연            …어쩐지 그런 것 같더라… 그럼  내가 지금 뭐야? 두 형   
                제 사이에 서있는 거야? (웃는다) 졸지에 비련의 여주인공  
                되는 게예요. 나? 민규씨?
민규            난 우리 작은형이 좋아요….
시연            …
민규            형한테 어제저녁에 다 말했어요. 그동안 우리가 몇번 만난  
                거 형이… 물었어요, 시연씨 좋아하냐구요.
시연            …
민규 E          아니라구 말했어요.
시연            …진짜는 어떤 건데요. 민규씨?
민규            …
시연            응?
민규            …(겨우) 형한테 말한 대루예요.
시연            (웃는다)
민규            나는 우리 작은형 좋아해요. 형을 속상하게 하기 싫구, 슬  
                프게 하기두 싫어요. 그동안두 힘들었어요.

민규, 목도리와 장갑을 돌려준다.

시연            그냥 가져요, 민규씨.
민규            아뇨… 시연씨하구 관계된 기억은 다 잊어버릴래요.

민규 일어난다.

민규            저한테 여러 가지루 마음 써준 것. 그건 잊지 않을께요.

민규 간다.

시연            민규씨!

시연 가서 목도리를 매주고, 장갑을 한짝 씩 끼어준다. 민규 그러는 시연을 
본다. 시연도 본다.

시연            오늘 날씨 추워요, 그냥 하구 가요. 이건 싸구려구, 특별한  
                마음을 담은  특별한 선물이  아니었잖아요? 민규씨가  나   
                좋아하는 거  알아요. 그렇지만,  민규씨가 바라는대루  해   
                줄께요.

시연 웃는다.

시연            내가 영규씨를 다시 만나구 다시 친해지면 되는 거죠? 민  
                규씨가 바라는 거 그거죠?
민규            …네….
시연            알았어요! 민규씨가 원하는대루 다 해줄께요, 됐죠?

시연 웃는다.

시연            이별선물을 해주구 싶은데  안할래요. 약 먹었거든요?  내   
                입에서 약냄새가 날거거든요….

민규, 시연을 본다. 이 여자와 멀어져야 한다. 가슴이 아프다. 돌아선다.

S#27. 공원계단 정도 

민규 목도리 두르고, 혼자 오래 앉아있다.

S#28. 수경 작은방 (밤) 

민규 귀를 세워 듣고 있다. 영규의 휴대폰이 울린다.

영규            여보세요? …무슨 일이니?
민규            (시연이구나) (눈 감는다)
영규            …몇시? …알았어…(끊는다)

민규 자는 척 한다. 영규 휴대폰을 끄며 민규를 돌아본다.

S#29. 수경 마루 


재천, 전화를 누른다.

재천            여보세요? 나 여기 서울 박선장이다. 양사장 나왔냐? …나  
                다. 야, 너 내일 새벽에 올라오는  차말구, 오늘 오후에 오  
                는 차는 없냐? …동규가 손님을  불렀대. 이번에 승진했잖  
                냐? 그래서 한턱 쓰는  건가봐! 회사 상관두 오구 그런대.   
                …수경이가 뭘, 좀 준비한다는데, 걔, 평소 솜씨루 봐서 시  
                원찮다, 내가…  뻔해! 젓가락 가지두  않을 뭐 잡채  같은   
                거나 하구, 사라다나, 뭐 시퍼런 채소 쪼가리 찢어  무쳐놓  
                구 그럴 거 같아서… 그렇지! 그래, 올라오는 차편에 부치  
                면 내가 찾으러 가마!  어, 그래! 자연산? 응? 오케이!

재천 전화 끊고 기분이 좀 낫다.


재천            그래두 펄펄 뛰는 생선이 있어야지!

S#30. 수경 친정 주방 


수경모가 애주와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깔끔하게 담겨진 그릇을 랩으로 싸
고 하는 두 사람. 수경부가 들여다 본다.


수경부          여기서 다 해갖구 가는 거예요?
수경모          네, 거기 부엌두 좁구 하잖아요? 가서 익히기만 하면 되게  
                하는 거예요.
수경부          예산 초과하지 말아요! 수경이가 딱 준 돈만 갖구 해요.
수경모          (애주 눈치보며) …그렇게 했어요!
수경부          거 우리 먹을 것두 좀 덜어 놓구 가세요?
수경모          그런게 어딨어요? 하두 물가가  비싸서 겨우 접시만 발랐   
                는걸! 얘, 수한이 좀 불러라! 이거 싣구 가게!!
애주            …(못 들은 척 하고 있다)
수경모E         얘?
애주            네, 알았어요…(나간다)
수경모          제가 왜 저래?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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