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여자. 모성보다 여성성이 더 강한 엄마. 순해 빠지고 여려터졌다.
아직도 한 미모 하지만 젊은 시절엔 정말 예뻤다. 살짝 영화배우가 될 뻔도 했었다. 아직도 그 시절을 못잊고 있다. 맹하고 무식하고 때때로 경박한 면이 있다. 백치끼도 좀 있다. 정이 많아 남자도 많고, 말이 많아 실수가 많고, 한이 많아 눈물이 많다. 여배우가 되거나 기생이 됐으면 크게 성공했을 팔자라는데, 그렇게 풀리지 못해서인지 참 박복하고 기막히게 살았다. 만나는 남자마다 제대로 된 인간이 없었다. 팔자 한번 고쳐보려고 애딸린 돈많은 홀아비(수경,수정의 父)한테 시집을 갔으나, 시집간지 3년만에 갑작스레 교통사고로 비명횡사 하는 바람에, 피 한방을 안섞인 남편의 전처소생을 거둬야했다. 남편이 남긴 재산은 이런 저런 사기에 말려 다 날려먹고, 먹고 살기 위해 택한 일이 지금의 방송 보조출연자 일이다. 이 일을 하며 같은 일을 하는 현준 아버지와도 만났다. 5살 연하의 총각이던 그는 오직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녀와 결혼을 감행한 못말리는 로맨티스트였다. 그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이 현준이다. 그러나 그녀의 근사했던 로맨티스트는 결혼한 지 7년만에 다른 로맨스에 빠져 그녀를 참담하게 내쳤다.
이한숙의 죽은 두번째 남편의 전처 소생 장녀. 고3. 슈퍼모델 같은 쭉쭉 빵빵 늘씬한 몸을 가지고 있어 사복차림일 땐 스물대여섯 살의 성숙한 아가씨로 보인다.
못말리는 반항소녀에 내놓은 비행청소년이다. 퇴학을 피해 학교를 옮겨다닌 것만 해도 수차례, 숨어서 하는 비행이 아니라 계모 한숙을 괴롭히려고 대놓고 하는 비행이다. 한숙을 죽을 듯이 미워한다. 어떻게 하면 한숙을 더 곤혹스럽게 만들까 매일 그것만 연구하는 아이처럼 끝없는 사건사고로 한숙을 학교로 경찰서로 불려다니게 만든다.
잠시 잠깐이지만 계모에게 마음을 열 뻔 한적도 있다. 피 한방울 안섞인 그녀 자매를 고아원에 버리지 않고 친딸처럼 애지중지 키워주마 약속했을 때. 하지만 계모는 피 한방울 안섞인 그녀들을 데리고 젊은 남자에게 다시 시집을 갔다. 동생을 데리고 도망치고 싶었다. 고아원이라도 찾아가고 싶었다. 한데 용기가 없어 그러질 못했다. 계모의 손을 잡고 계모의 새 남편 집으로 쭈빗쭈빗 들어가고 말았다. 그날의 굴욕감 비루함을 그녀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빠의 존잰 어느새 까맣게 잊어버린 채 젊은 남자와 희희낙락하던 계모의 모습을 그녀는 죽어도 용서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계모 곁에 아직도 남아있는 그녀 자신을 용납할 수가 없다.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시니컬 냉소쟁이 날라리 여고생 수경. 그녀는 지금 극심한 성장통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이한숙이 세 번째 남편과 사이에서 난 아들. 초등학교 2학년.
엄마와 달리 말이 거의 없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 파란한 가정환경 탓으로 일찍 철이 들어 매우 조숙하다. 수경, 수정 자매에게 심한 구박을 당하고 산다.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가 깊고 의기소침해 있다.
박주영 박지성 같은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폼나는 유니폼하고 축구공을 갖는게 소원인데 식구들 중 그 누구도 자신의 소원을 몰라줘서 속이 너무 상한다. 공부를 너무 못하는 것 빼곤 별 말썽을 일으키지 않은 조용한 아이인데, 뜻밖에도 도벽이 있다. 매일매일 한숙의 지갑에서 봉순의 지갑에서 천원씩 2천원씩 때론 만원씩 없어진다. 훔친 돈인 줄 알면서 그돈을 또 수정은 삥 뜯어간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은 이 아인, 사실 요즘 외로움을 무지 많이 타고있다. 전학 온 학교에선 친구들이 왕따 시키고, 집에선 악마같은 누나들이 구박하고, 그래서 현준은 방과후면 늘 PC방으로 직행, 채팅을 한다. 오프라인에서 왕따인 이 아이, 온라인에선 인기캡이다. 초등학생인줄 모르고 연애거는 대학생 누나들도 있고 아줌마들도 있다. 그녀들과의 대화가 현준은 너무 즐겁다.
금보라
이한숙 금수경 조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