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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는 단번에 PD가 되는구나!"
병이 깊어져 휠체어를 탄 시연과 영규가 함께 공원으로 산책을 나온 장면. 촬영이 시작되기 전, 최종수 PD와 스크립터, 그리고 연기자들은 대본을 보며 어떠한 방향으로 분위기를 끌어갈 지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같은 시간, 스텝들은 저마다의 촬영 준비로 바쁘고…. 카메라를 제 위치에 놓고, 조명 기구를 이리저리 옮겨도 보고, 이날 필요한 소품인 휠체어를 준비하고…, 항상 이루어지는 이런 촬영 준비중에서 빠질 수 없는 일이 한가지 있다. 바로 PD가 앉는 간이의자를 챙기는 일이다.
실내에서 촬영할 때를 제외하고 야외촬영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연출가를 위한 이 의자는 꼭 필요하다. 이 의자를 열심히 들고 옮기는 것은 연출 보조의 몫인데, 물론 이것은 PD만이 앉는 '선택받은' 의자인 셈이다.
이날 야외촬영이 이루어진 용산가족공원에는 갑작스레 따뜻해진 날씨덕분에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나온 가족들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촬영장 주위를 뛰놀던 한 꼬마아이, 리허설을 하느라 감독이 잠시 자리를 비운 이 'PD 의자'가 마음에 들었던지 얼른 뛰어가 의자에 턱하니 앉는 게 아닌가.
당당하게 의자에 앉아서 촬영장을 구경하는 꼬마를 뒤늦게 알아챈 연출 스텝, 보통 7∼8년의 '혹독한' 조연출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겨우 앉아볼 수 있는 이 'PD 의자'에 앉아 있는 이 꼬마를 일으켜 세우며 한마디 한다.
"야, 너는 단번에 PD가 되는구나!"
이 말의 깊은 뜻을 그 꼬마는 아는지 모르는지….
<1998년 2월 25일 오후 5시 용산가족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