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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점에 서있는 두 사람.
영규 …결혼하자.
미숙 싫어.
영규 고집 부리지마. 아빠 없는 아이 만들어줄 거 뭐있니?
미숙 생색내지마! 필요없다구 남 주자던 사람이 오빠야! 미혼모
시설가자구, 만삭인 나를 억지루 끌고 가려던 오빠야! 그
러던 사람이 언제부터 그렇게 끔찍하게 우리 야기를 사랑
하게 됐다구 그래? 우습잖아?
미숙 생각하자 그때 분한 마음이 다시 살아난다. 울고싶다.
영규 너만 화나는 거 아냐! 나두 화나! 나두 억울하다구! 그때
병원에 가는 게 아니었는데! 갔다구 해두 병원비만 내주구
바루 돌아왔어야 했는데! …실수했어!
미숙 …
영규 유리 너머루 꼬맹이 보는 순간 내가 뭘 느낀줄 알아? 패
배감이었어, 그것두 완벽한! 아, 여기서 드디어 내가 망하
는구나. 잡히는구나! 내 인생 최대의 강적을 만났구나!
미숙 …
영규 (한숨) 아마 내가 우리 아부지 닮았나부지. 우리 아버지,
문제가 많지만 우리 남매한테 끔찍하시거든. 아, 씨! 절대
루 아부지 닮구 싶지 않았는데!
영규, 머리 싸안는다.
영규 미숙아, 너 장사꾼이지? 이거 너한테 손해 안나는 흥정이
다? 나는 애인으로선 낙제점일지 몰라두 아빠 노릇은 꽤
괜찮게 할 자신이 있어! …결혼하자.
미숙 …(고개흔든다) 아니, 오빠는 자기 자신만 사랑하는 사람
이야.
영규 그래, 그건 옳아. 난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자신만 사랑해.
어떤 여자두 내 자신만큼 사랑할 수는 없어!
미숙 듣는다.
영규 …그래서 난 나를 망치기 싫어! 안 망칠 거야! 난 절대 실
패한 인간 되지 않을 거야! 실패한 아부지두 되기 싫어.
그런데 네가 혼자 애 기르면 난 사생아 가진 아버지가 돼!
나, 그러기 싫어…! 미숙아!
영규, 그렇게 말하며 호주머니에서 작은 반지 곽 하나 꺼낸다.
영규 난 이미 잃을 것 다 잃구, 포기할 것 다 포기했어! 말했
잖아! 비행기 타고 미국가는 게 내 어릴적 내 꿈이었다구!
그것 마져두 포기했는데, 자식까지 잃어버릴 수는 없어!
안돼! 나두 하나는 건져야잖아!
미숙 (깊게 보는)
영규 (간절히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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