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회
     

S#1. 수경 친정 거실 (낮)


배트맨 복장을 한 수한이 위 아래층을 오르락거리며 아이들과 놀고 있다.

수한            아빠는 배트맨이다! 배트맨.

아이들이 웃으며 피하고 웃고 층계를 쿵쿵거리고 한다. 애주는 주방에서 딸
기를 씻어 나오며 애들 다칠까봐 소리 지르고.

애주            지민아. 진하야, 조심해! 여보, 애들 다쳐요! 그만 해요!

등등 이층 식구들이 소란스럽고 즐겁다.




S#2. 수경 안방


홍여사가 와서 수경 부모와 의논중이다.

수경모          주례? 너 아는 분 많잖아? 누구 안 계셔?
홍여사          난 몰라. 형부가 좀 서주시면 안될까요?
수경부          내가? 에이, 안 되죠, 그건!
수경모          그래, 예! 사둔  장가 가시는데 사둔이  주례를 서는 법이 
                어디 있겠니? 동규 아부지하구 의논해서 알아봐.
홍여사          (불만스럽다) 뭘 좀 같이 의논하려구  해두, 캡틴 박은 다 
                나한테 일임 하겠다구 내 맘대루 하래.  양복을 맞추러 가
                자구 해두, 장남 결혼식 때 입은 새 양복  있다구 그것 입  
                는다구 됐다구 하구, 신혼여행은  어떡할까요 했더니 뭐든  
                지 다 내가 하는대루 하겠다는  거야! 내 맘대루 다 하래!  
                도무지 결혼을 하겠다는 분인지 아닌지 모르겠어!
수경부          그건 홍여사가 이해를 해요! 지금 그 집에 둘째 아들 득남  
                껀으로 뭐 정신이 있겠어요?
수경모          맞아, 얘! 그 난리를 치뤘으니 동규 아부지가 솔직히 지금 
                결혼이구 뭐구 신경이 갈 리가 있겠니? 그리구 돈두 없이 
                뭘 의논하잘 수두 없을 거구! 안 그래?
홍여사          그건 나두 이해해. 그렇지만 섭섭하단 말야!
수경모          아니, 그래두 뭐 둘이 아침마다 공원에두  가구 운동두 하
                구 한다며? 사둔이 그  상황에 그만큼이라두 너 챙겨주는
                게 어디 보통 정성이니? 그죠, 여보?
수경부          그럼요! 홍여사 적당한 주례선생이 안 계시면 내가  내 친  
                구 중에 한 사람 불러올 테니까 그건 걱정 말아요!
홍여사          네, 그럼 주례는 형부가 맡으신 거예요?

웃고 수첩에 체크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난다.

수경모          들어와라!

애주가 딸기를 푸짐하게 들고 온다. 쥬스도 만들어서 곁들이고.

애주            이모님! 쥬스 드세요!
홍여사          어머나 맛있겠다.


아이들과 수한이 웃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수경모          쟤들은 뭐가 저렇게 시끄럽다니? 좀 조용하라구 해, 얘!
애주            네, 어머님.

애주, 얼른 문 닫아주고 나간다.




S#3. 수경 거실


수한이 전화를 받고 있다.
 
수한            네, 아줌마세요? 저  수한이예요. 안녕하셨어요? 네에.  계
                세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애주에게) 여보, 엄마  전화 받
                으시라구 그래. 청담동 아줌마시라구.
애주            알았어. 거기 딸기 먹어요. 여보.

S#4. 수경 안방
홍여사          그럼 뭐가 남았니?
수경모          아직도 많아 언니! 예단두 있구, 등등!
수경모          예, 그럼 나머지는 박서방하구 의논을 해봐, 수경이랑.
홍여사          그것두 그래. 미스타 박하구 의논할려니까 영 쑥스럽구 못
                하겠어.
수경모          그럼 하나씩 체크해봐. 이불은 됐구, 한복도  끝났댔구. 피
                로연은 가족끼리니까 예약만 하면 되구.

하는데 애주가 다시 들여다본다.

애주            어머님, 전화 받으세요.
수경모          누군데?
애주            청담동 친구 분이시래요.

수경모, 전화기 들다가 막으며 순간적으로 얼굴을 찡그린다.

수경모          전화 누가 받았니?
애주            저이가요.
수경모          (신경질을 낸다) 네가 받아, 얘!  왜 쟤가 전화를 받게  하
                니?
홍여사          ?
수경모          (손떼며) 여보세요? 어, 나야. 그래,  아니 지금 손님이 좀 
                오셔서. 아니 괜찮아, 얘! …(하다가) 응. 우리  수한이? 아
                니, 지금 잠깐 다니러 왔었어. 뭐 가질러 왔나봐. 그래.
수경부          …!
홍여사          …!

애주, 알아채고 씁쓸한 표정.




S#5. 수경 거실


애주가 나온다. 수한이 엉성한 배트맨 가면을 벗으며 아이들에게 말한다.

수한            이제 그만 하자, 아빠 힘들다!

아이들, 싫어 더해요. 아빠 등등 하며 조르고.

애주            여보, 당신 낮에는 전화 받지 말래요. 어머님이! …알았죠?
수한            왜?
애주            몰라서 물어요? 당신 집에서 노는 거 남들이 알까봐 그러
                시지!

애주가 더 속이 상한다.

수한            에이. 이거 정말!

수한, 터지기 직전이다.





S#6. 수경 작은방 (낮)


민규가 책을 들고 가만히 앉아서 한쪽에  세워진 영규의 여행 가방을 보고 
있다. 상옥이 이어폰을 낀 채 노래 따라하며 까불며 들어온다. 들어와서 방
안을 둘러보며 계산해본다.

상옥            야, 민규야! 여기다 벽을 세우면 너무 좁겠지, 그지?
민규            …?
상옥            커텐을 칠까? …그래두 커텐은 좀 그렇지?
민규            무슨 얘기야?
상옥            아버지 결혼하시면 안방으루  건너가실 거  아니니? 그럼    
                내가 이방으로 와서 살아야 하잖아!
민규            …누나가 이 방에  와서 산다구? 옥주  누나네 가서 같이    
                살지 그래?
상옥            나두 그랬으면 좋겠다! 그치만 울 아부지가 오냐 너, 그래
                라 하시겠냐? 어째 같이 살자 하시겠지!

하다가 벽에 걸린 민규의 새 옷을 본다.

상옥            야, 근데 이거 뭐야? 못보던 건데?  (상옥 옷들 보고 비싼 
                것들이라 놀란다) ?

상옥, 물론 이어폰 빼고 다시 확인한다. 틀림없다.

상옥            너 이거 뭐야? 이거 브랜든데, 누가 사줬어?
민규            (돌아보고 다시 책만 본다)
상옥            느 엄마가 사주신대?
민규            …아냐, 작은형이 사줬어.
상옥            진짜?
민규            응.
상옥            …좋아! 작은오빠 그렇게만 하라구 해!  나한텐 아무 것두 
                안 사주구!

상옥, 신경질 내며 옷을 걸쳐본다.

상옥            얼마 줬어, 이거?

그런 상옥을 보던 민규, 서랍에서 돈봉투를 꺼낸다.

민규            …누나. (준다)
상옥            ?


민규가 영규에게서 받은 돈을 꺼내준다.

상옥            이게 뭔데?
민규            작은형이 나중에 누나 주랬는데, 그냥 미리 받아.

상옥, 받아서 보고 놀란다.

상옥            우아! (얼른 좋아서 막 세보다가  뭔가 이상하다) …야 근  
                데 뭐가 이렇게 많아? 응?
민규            (고개 숙여 버린다)

상옥, 의심이 든다. 휙 민규 잡아챈다.

상옥            말해! 뭐야? 작은오빠한테 무슨 일 있구나?
민규            …(본다)
상옥            …?

S#7. 홍여사 마당 (낮)


장을 봐서 들어온 수경이와 외출에서 온 홍여사가 같이 들어온다. 수경, 불
평을 늘어놓고 있다.

수경            못 살아! 세상에 휴지 한  롤에 만원이 넘으면 어떻게  사   
                냐? 안 그래 이모?

홍여사는 불평하는 수경을 동정적으로 보고 있다.

홍여사          …그렇게 비싸졌니, 그게?
수경            말두 못해! …돈  2만원 쥐구  나가서 이거  사구 나니까.     
                (두루마기 휴지 한  통) 살게 없어!  동규 씨가 닭찜 먹구    
                싶댔는데. 한 두 마리 사구, 감자 몇  개, 당근 두 개 사구  
                나니까 딱 돈 떨어져? 다른 건 사지두 못했어!
홍여사          무슨 닭을 두 마리씩이나 사니? 한 마리만 사지?
수경            이모는? 우리 식구가 닭한마리 갖구  돼? 두 마리두 모자
                란데? 지난 번에두 두 마리 했다가 난 감자만 먹었어.
홍여사          …그럼 돈을 좀 더 갖구 나가지 그랬어. 왜?
수경            하루 시장값으로 2만원이상 어떻게  써, 우리 형편에?  아
                유, 신경질 나 정말! 딸기 먹구 싶었는데 못 사구 그냥 왔
                어! 딸기가 뭐야? 당장 내일  아침 반찬은 뭐 먹지?  계란
                하구 김밖에 없는데!
홍여사          아유, 가엾어라. 우리 수경이.

홍여사, 정말로 가엾다.

홍여사          너네집 가니까 딸기가 그냥 널렸던데!
수경            좀 갖구 오지, 이모는?
홍여사          그러잖아두 느 엄마가 좀 갖구 가라는데,  내가 들구 오다 
                옷 버릴까봐 그냥 왔지 뭐. 수경아! 내가 딸기 좀 사줄까?
수경            그래! 이모 돈 많으니까 딸기  몇 관 팍팍 좀  사세요! 나   
                좀 얻어먹게. 먹구 싶어 죽겠어!
홍여사          그럼 혼자라구 좀 사다 먹지! 한 근만 사서.
수경            어떻게 나혼자 먹어? 안 먹구  말지, 난 그런 짓  하기 싫   
                어!

하는데 영규가 시들하게 들어온다.

홍여사          어머, 둘째 씨 오네?
영규            네.

하고 들어온다. 수경, 얼른 돌아보고  모른 척 외면해 버린다.  영규 들어갔
다.

홍여사          …얘, 너 왜 그래?
수경            (작게) 미워 죽겠어, 나 우리 데련님!

하고 들어간다. 짐 들고.

홍여사          그러지 마, 얘!

S#8. 수경 마루


수경이 짐을 들고 들어오는데 영규가 시들하게 기다리고 서있었다.

수경            ?
영규            형수, 이거 받으세요!
 
하고 지갑을 열고 수표 몇 장을 척척 꺼내 주려고 한다.

수경            됐어요!

하고 짐 놓고 자기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S#9. 수경 신방


수경, 들어와서 지갑 던지고 앉으려 한다.

수경            체! 누가 돈 준다면 반가워할 줄 알구?
 
하는데 문이 발칵 열린다.

영규            형수?
수경            …왜요?
영규            아니 제 돈은 돈 아닙니까? 왜 안 받으세요? 생활비에 보
                태 쓰세요! 불평하시지 말구!      

하고는 탁자 정도 어디에다 놓고 나가려 한다.

영규            (나가다가 돌며) 딸기두 사다 잡숫구요! 예?!
수경            (무안)
영규            그리구요. 저 너무 그렇게 미워하지 마세요? 절 보시면 앞
                으루 뭐 얼마나 보시겠어요?

하고 나가버린다. 수경, 눈 흘긴다. 그리고 두고 나간 돈보고 생각보다 커서 놀란다.




S#10. 수경 작은방


영규 들어오는데, 상옥이 앉아서 민규와 얘기하다가 벌떡 일어난다.

상옥            작은오빠, 미국간다며? 언제 가는데?
영규            곧.
상옥            그럼 그 애기는 어떡하구 가는 거야? 즈 엄마가 키우기루 
                한 거 맞아?
영규            …그래!
상옥            (화낸다) 왜 우리 애기를 그 여자를 줘?!
영규            (놀라서 본다) 뭐?
상옥            뺏어 와! 오빠 아들이잖아! 근데 왜  그 여자가 길르냐구? 
                내가 기를게! 데리구 와!
민규            자기 엄마가 길러야지, 누나는 무슨 소리야?
상옥            그 따위 소리하지두 마! 지금은 그 여자가  혼자 기른다구  
                하겠지만 여자 혼자 애  기르구 살기 쉽겠어? 곧 다른  남  
                자 만나서 시집가겠지! 그렇게 되면 그  애기 아무 시설에  
                나 갖다 내던져 버릴 거 아냐?
영규            …야! 미숙인 그런 여자 아냐! (앉는다) (민규 자리 비켜주
                고)
상옥            그런 여자가 따루 있는 줄 알아, 오빠는?  다 형편이 그런 
                여자 저런 여자 만드는 거야!
영규            (듣기 기분 나쁘고) (그럴 수도 있다)
상옥            …혹시 오빠가 나중에 다른 여자하구 장가갈 일이 걱정돼
                서 그렇다면 내가 걔 맡을게!
영규            뭐 어째?
상옥            내가 나중에 착한 남자 만나서 사정 다 말하구 우리 호적
                에 올려서 내가 기를 거야!
영규            …박상옥! 까불지 마? 오빠 기분 좋지 않아?
상옥            (달래듯) 작은오빠…! 이건 기본  문제가 아냐! 오빠 아들 
                문제야! 남의 문제가 아니라구!
영규            …입 닥쳐! 오빠 더 이상 못참아?

영규, 정말 화난다.
 
상옥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진작에 가서  나두 애기 한 번 보   
                 는 건데. 이제 가서 보지두 못 하겠네!

상옥, 정말로 속상하다. 영규는 상옥의 반응이 뜻밖이라 좀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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