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 7일 ----- 가게가 엉망이 되었어도 밥먹고 가라고 붙드는 분식점 주인
드라마 촬영을 하다보면 여러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마련이다.
연기자들과 제작 스텝들뿐만 아니라, 이번 <그대 그리고 나>처럼 지방에서 촬영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정감있는 서민 시청자들도 자연스레 만나게 되고, 또 이런 '인 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젊은 친구들도 만나게 된다.

그밖에 드라마 제작을 위해 선뜻 촬영 장소를 협조해주는 사람들도 내가 촬영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고마운 사람들 중 하나일게다. 드라마 초반부터 계순의 분식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혜화동의 한 김밥집 주인은 나를 비롯한 우리 촬영 스텝진에게 유난히 살갑게 대하는 이다.

지난주, 촬영팀은 극중에서 막내아들 민규가 자신의 생모인 계순에게 행패를 부리는 이사장을 때리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 분식점을 찾게 되었다. 다른 날에도 촬영할 때면 늘상 구경하는 사람들이 몰려 장사에 지장을 줄만큼 늘 분주한데, 이날은 민규가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는 장면이라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특히 이날은 민규가 부수어야(?) 할 의자와 그릇 등의 소품들을 이 분식점에서 실제 로 쓰고 있는 것을 활용했기 때문에 촬영이 끝난 뒤의 가게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아무리 드라마를 위해서라도 남의 영업장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보니, 솔직히 주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맘 좋은 그 주인, 오히려 '식사하고 가라'며 우리 스텝들을 붙드는 게 아닌가?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들고 해서 식사 제의를 극구 사양하며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대 그리고 나>를 4월 말 58회까지 방영하기로 최종 확정이 되었으니, 이제는 극의 종반부에 접어든 것 같다. 요즘 드라마가 막을 내릴 때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때문에 이래저래 힘든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분식점 주인같이 나와 스텝들을 넉넉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그런 좋은 이들을 위해 끝까지 힘을 낼 작정이다.